정신분석학을 까는 아이추판다를 까는 이들의 논리정신분석학을 까는 아이추판다를 까는 이들의 논리

Posted at 2011.06.17 23:33 | Posted in 책은곧배게 학술부
집에 와도 할 일이 없으니 키워질이나 하게 된다. 아래 논쟁에 대한 일종의 관전평이라 보면 속 편하다.


화이팅, 키워들!!!


최근 정혜신 - 아이추판다 - 한윤형을 둘러싸고 이른바 관심법 대전이 일어나고 있다. 내가 아이추판다는 아니고 일면식도 없는 사이 (정확히 3분 정도 보고 두세마디 나눴다) 지만 대충 아이추판다의 대답은 예측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나야말로 관심법의 대가거든. 내 말이 틀리면 판다가 댓글 달겠지.

 일단 첫 번째 논점은 정혜신이 정신분석을 전제에 깐 인간이냐는 것이다. 내 대답은 당연함. 그걸로 먹고 사는 사람인데 아니라고 한다면 사기꾼이고, 맞다고 한다면 뭐 그럴 수 있는 거. 다음 문제로 정혜신이 심리학을 커버할 수 있는 양반이냐는 건데 그건 꽤 애매하다. 정혜신은 의대 출신이다. 내가 의대 코스를 잘 몰라서 뭐라 하기는 힘든데 어찌 되었든 전공자인 아이추판다만큼 정통할 것 같지는 않다. 실제 판다의 지적처럼 정혜신은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혼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인 것 같다. 판다가 짜증내는 이유는 다른 데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볼 때 판다와 한윤형이 부딪히는 핵심 문제는 다음과 같다.

한윤형 : 판다색히, 넌 왜 자꾸 정신분석학이 심리학을 대체하려 한다는 가정을 두는 거냐? 무슨 관심법 쓰냐? 그러니까 자꾸 억지스러운 결론이 도출되는 거고 너의 논증은 유령 논증에 불과해.
  
아이추판다 : 아... ㅅㅂ... 그런 가정은 없고 난 그냥 저 과학적 근거 없는 정신분석학 하는 애들이 왜 자꾸 과학을 까고 심리학을 왜곡시키느냐는 거지. 그래도 우리는 최소한 근거 갖고 까는데 쟤네들은 근거도 제대로 없으면서, 근거가 튼실한 심리학에 문제가 있다고 떠들며, 결정적으로 사실관계를 왜곡시키고 있잖아.



내가 맘대로 내놓은 대답에서 볼 수 있듯 오히려 한윤형이 관심법을 잘못 쓴 게 아닐까 싶다. 아이추판다가 부분적 몇 마디에서 너무 많은 것을 끌어내는 건 사실이다. 적어도 저 몇 마디로 정혜신이 과학적 심리학이나 약물 치료를 완전히 부정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적어도 한윤형의 지적질 중 이 부분은 맞다. 하지만 아이추판다는 이런 극단적 주장을 펼치지는 않았다. 역시 플라톤의 대화로 풀어나가자면...

한윤형 : 븅신아. 정혜신은 그저 어떤 사람들에게는 약물치료가 더 맞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상담치료가 더 맞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라니까? 넌 왜 자꾸 극단적으로 정신분석학의 심리학 대체라는 상황을 몰고가고, 약물로 치료해야 하는 사람에게 정신분석학이 무력하니 사이비라고 그러니? 라캉이야 뭐 어느 정도 말이 먹힐지 몰라도 정혜신은 그냥 정신과 의사잖아?

아이추판다 : 꼴통아... 누가 정신분석학이 심리학을 대체하려는 운동이라도 있었대? 어차피 정신분석학 써먹어서 먹고 사는 사람이고, 지 밥그릇 어떻게 돌리든 난 상관 안 함. ㄲㄲ. 근데 정혜신의 조언이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혼동한 채 나오고 있고, 토대를 쌓아 온 과학적 심리학의 무지에 기반한 발언이잖아. 그러면서 정신분석학에 기반한 상담이 필요하다고 간접적으로 심리학을 까대니 전공자 입장에서 빡치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어? 근데 사실 정신분석학이야말로 정말 임상치료에서의 근거가 희박하거든요?



정신분석학이 부르주아 학문인지의 이야기에서는 좀 엉뚱한 데로 새어버린다. 판다가 이야기하는 논지는 정신분석학이 부르주아적이라 진보적일 수 없다는 거고, 한윤형은 학문의 성격이 어떻든 간에 일정 정도 진보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진보적이라고 무조건 좋을 것도 없다고 본다.

이 부분은 한윤형의 말에 동감한다. 다만 판다는 (내가 또 한 번 관심법을 쓰자면) 정신분석학에 대한 짜증으로 '부르주아 학문하면서 진보질 하네'라고 정신분석학을 디스하는 측면도 있지만, 동시에 그가 '부르주아적'이라 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 비판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현실 기여 측면에서 중산층 이상에게 봉사하는 것이고, 역사적 측면에서 근거에 기대지 않은 낭만적 학문이라는 점이이다. 한윤형의 비판은 전자에는 적실할 수 있지만, 후자까지 커버하지는 못한다. 그러니까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이 부분은 뭐 알아서들 해결하시길...

한윤형 : ㅋㅋ 자본에 봉사하면서도 진보적인 행위 할 수 있는 거 아님? 뭐 학문 전체를 싸맴?

아이추판다 : 아이쿠, 차라리 부동산 투기질하면서 기부하세요. 정혜신이 얼마 받는지 알기나 함? ㅋㅋ

한윤형 : 정신분석학이 부르주아적 학문이라는 건 오케이. 근데 이제는 니가 공부하는 심리학까지도 자본주의의 산물이라고 하네. 상대 공격 논거만 있으면 팀킬까지 하삼? ㅋㅋㅋ

아이추판다 : ㅇㅇ. 나도 부르주아 학문 공부함. 근데 논리만 서면 되지, 팀킬이 어때서? 니 논리나 똑바로 세우삼. ㅋㅋㅋ

한윤형 : 그래, 정신분석학 부르주아 학문이라 하자. 그렇게 따지면 돈 많이 들이는 핀란드 교육보다 교실에 애들 몰아넣고 패면서 가르치는 한국의 교육이 진보적일 수도 있겠네?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보면 어떻고 보수면 어떻냐는 거야. 진보라고 성과가 좋은 게 아니잖아. ㅇㅋ?

아이추판다 : 나도 그 부분에서 진보건 보수건 관심 없음. 문제는 어쨌든 정책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것이고 거기에 과학적 프로세스는 필요한 거잖아. 근데 같은 부르주아 학문이라 쳐도 정신분석학은 별 근거도 없이 노가리를 까대는 거고, 심리학은 과학을 기반에 두고 있으니까 이걸 어디에든 제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거지.



혹자에게는 판다가 전체 글의 맥락에서 너무 지엽적인 부분을 물고 늘어진다고 해서 짜증이 날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정혜신과 젊은이들의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은 별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의 어디를 보든지는 개인의 자유이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엽적인 부분의 논리가 옳은지 그른지이고 판다가 좀 오버는 해도 기본적인 논리는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난 판다같은 양반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대체 어디에서 정신분석학이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한국에서 심리학을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를 알 수 있겠는가? 이는 단순히 정신분석학 (정확히는 한국에서 정신분석학을 받아들이는 이들) 이 문제임을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이비 과학과 과학을 구분하는 시야를 넓히는 데도 도움을 준다. 학자를 까봐야 그저 빈정거림이나 돌아오는 세상에서, 자신에게 도움도 안 될 글을 열심히 지르고 있다.

이런 키워야말로 세상을 밝게 비추는 크고 아름다운 덕후가 아닐까 한다.  


PS. 그런 점에서 떠나간 키보드워리어 김우재가 그립다. 우재횽, 돌아와... ㅠㅠ
PS2. 좀 까기는 했지만 나 한윤형 꽤 좋아한다. 근데 이 바운더리만 들어오면 왜 이러는지 모르겠음(...)

저작자 표시 비영리
신고
  1. !@#... 오오 적절한 요점정리. "근데 이 바운더리만 들어오면 왜 이러는지 모르겠음"에 백표 추가합니다. 과학을 너무 만만하게 보시는 경향이 좀;;;
  2. 감사. 이만한 정리가 없는 듯. 근데 저도 정신분석이라는 게 과학적인 근거가 얼마나 있는지 의심하면서도, 거기에 대한 어떤 로망 같은 게 있어요. 제 주변의 문학도들도 대개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관련이 얼마나 있는 예인지 모르겠지만 『꿈의 해석』을 읽다가 좀 황당했던 부분이 기억나네요: "어떤 분이 자신이 꾼 끔찍한 꿈을 이야기해주며 '꿈은 소원성취'라는 나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 답했다. 당신은 '꿈은 소원성취'라는 나의 주장이 반박되길 원해서 그 꿈을 꾼 것이니 그 꿈은 당신의 소원성취요."
    이런 논리라면 프로이트는 어떤 토론에서도 지지 않을 수 있었겠다 싶어요.
    • 2011.06.21 22:34 신고 [Edit/Del]
      저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있습니다. 융처럼 좀 신비주의적으로 나가는 게 특히...
      그런데 유사과학 쪽으로 나가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ㅎㅎ
  3. 아거
    역쉬.. 정리의 달인. ㅋㅋㅋ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