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치 (더숲) : 블록버스터가 아닌 니치버스터로?니치 (더숲) : 블록버스터가 아닌 니치버스터로?

Posted at 2012.11.13 00:54 | Posted in 책은곧배게 학술부

한국시장에 참 드물게도 원제의 부제까지 그대로 옮긴 책(...) 원제는 NICHE : Why the market no longer favours the mainstream.


읽고 나서도 꽤나 아리송한 책이다. 재미와 지식을 얻을 수 있지만, 별 도움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느낌. 


 

리승환은 친절하게 책값까지 기입해 드립니다.



책을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전반부는 어떻게 주류 기업들이 무너지고, 변화하고, 적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일정 이상의 소비력이 생긴 후 (대공황 회복 이후) 옛날 옛적에는 중간 소비층을 공략하면 그게 바로 블록버스터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그러했고, 포드의 자동차가 그러했다. 이는 GM 등에서 보여주듯 소득에 따른 구분을 통해 조금씩 차별화가 이뤄진다. 


이러다 히피, 록, 펑크 등 반문화 운동을 통해 조금씩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터져나오자 기업은 재빠르게 반문화를 흡수하기 시작한다. 기업은 이들을 후원하고 이들을 인수하고 이들을 자기 휘하에 두기 시작한다. 이렇게 서로간의 아름다운 화해로 다시 기업이 중간소비자라는 매스를 잡는가 했는데,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엄청난 다양성을 선보인다. 이제 기업은, 브랜드는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


즐거운 예시가 가득한 전반부가 끝나고 후반부. 저자는 ‘블록’버스터가 아닌, ‘니치’버스터를 그 해답으로 내세운다. 인구통계가 아닌 관심에 따라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이 스스로 애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이제 중간층은 무너지고 개개인은 특정 분야에 열성적인 매니아가 된다. 너무 여러 타겟을 신경쓰지 말고 특정 카테고리에 힘을 집중해 열성적인 사랑을 받으라 권한다.


 열성적인 사랑의 옥발기



그런데 이 논리들이 별로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다. 너무 성공사례만 죽죽 읊는데 대부분의 니치는 그냥 망한다(…) HBO, 농촌 미팅 사이트, 몰스킨, 저예산 공포영화, 약간 찌라시스러운 미디어… 모두 훌륭하다. 하지만 아마 이와 유사하게 실패한 모델 역시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의외로 ‘누가 하느냐’와 ‘운’이 중요할 수 있다는 것. 아니, 그냥 ‘의외로’는 빼자. 심지어 애플까지 언급하니(…) 한마디로 너무 끼워 맞추는 느낌.


또 위의 브랜드들이 니치로 컸다고 인정해도 브랜드의 힘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여전히 브랜드의 힘은 막강하다. 책 초반부에 맛이 간 브랜드를 몇 언급한다. GAP, GM, kraft 등이다. 그런데 얘네가 맛이 간 게 소비를 다양화하지 못했다는 건 이야기가 잘 먹히지 않는다. GAP에 가면 웬만한 건 다 있고, 세컨 브랜드도 있다. GM이 비록 돈 아낀답시고 모델들을 비슷하게 찍기는 했지만 그보다 미국 제조업의 문제로 봐야할테고, kraft는 뭐 쌍 모르겠고(…)


사실 위의 문제는 두 가지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보는데 하나는 나름 문화 사이즈가 풍성해지며 소비할 게 너무 많다는 것. 예로 예전에는 문화 소비의 50%가 영화에 쓰였다고 하자. 이제는 영화도 보고, 집에서 다운도 받고, 음악도 사서 듣고, 게임도 하고, 커피숍도 가고, 데이트하면 밥도 좀 맛있는 거 먹고, 쎼… 쎾쓰… 하기까지 온갖 곳으로 돈이 다 퍼진다. 즉 모두가 모두의 경쟁자인데 누구라고 잘 버티겠나(…) 삼성 같은 애들도 엄청 변하면서 살아온 거고. 


이것도 니치마켓입니다(…)



또 하나? 미디어가 많아지고, 인터넷이 빨라지면서 트렌드 변화가 너무 빠른 것. 예로 이 책 초장에 2000년대 초반 GAP이 맛이 가고 애버크롬비가 뜨고 있다고 하는데, 2000년대 말 들어서 이미 애버크롬비가 맛이 가고 있다(…) 트렌드의 빠른 변화는 모든 기업에 항시적 위험 요인이다. 니치 기업이라고 안심할 게 없다. 해당 기업의 사이즈가 크면 리스크 분산이 안된만큼 더 큰 위험 요인으로 다가올 수 있으니까. 


너무 악평을 해댄 것 같다. 이 책 나름 재밌다(…) 다만 신나게 달리다가 좀 지나친 일반화로 맥이 빠져버리는 삘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야말로 진정한 Niche가 아닐지(…) 일단 많이 팔아먹은 듯하니(…)


그리고 어쨌든 니치는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다. 정보가 빠르게 돌아다니고, 취향 맞는 사람들끼리 함께할 수 있는 시대에 온갖 니치는 생성되기 마련일테니. 세상 인구가 70억이니 인터넷에서 나랑 마음 맞는 또라이 만나면 장사라도 한 번 해보는 게 어떨지. 아… 제가 요즘 쇼핑몰 솔루션 회사에 입사했는데요. 메이크샵이 그렇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


응?


여튼 뭔가 기대했는데 이대로 묶여만 있다 끝난 필의 아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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