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프의 몰락 vol.1엘프의 몰락 vol.1

Posted at 2008.05.21 23:15 | Posted in 야동퇴치 여성부

게임 제대로 안 한지 꽤 된 것 같다. 게임 하는 때라고 해 봐야 친구들이랑 술 먹고 스타 하는 정도? 그것도 제 정신 아닐 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게임이라하기가 꽤 민망하다. SCV 한 부대가 고스톱 치며 있다든지, 울트라리스크가 건물에 막혀 마린에게 사망한다든지, 템플러는 넘치는데 스톰 개발을 안 했다든지... 어차피 상대방도 같이 제 정신 아니기에 묘하게 밸런스가 맞아 별 문제는 없다만. 하여튼 내가 좋아했던 게임 회사가 몇몇 있었는데 지금은 대개 망하거나 제정신 아니거나 둘 중 하나다. 뭔가 내 삶과 묘하게 맞닿아 있는 것 같아 더욱 우울한데 그런 게임회사들이나 한 번 정리해 볼까 한다. 그 첫 번째 타자인즉 무려 '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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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은 아마 '엘프'라 하면 이 분을 떠올리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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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변태들은 이 분을 떠올리게 된다.

허구헌날 야동 다운 받아 보기에 바쁜 '21세기 소년'들은 잘 모르는 일이겠지만 (최근은 이명박 때려 잡으러 다니지만 그건 연례 행사고) 사실 나처럼 '새파랗고 젊은' 청년 세대만 해도 무려 '야설'이라는 훌륭한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다. '야마다'라든지 '똘이'로 대표되는 이 야설은 무려 '24K 모뎀'을 통해 아이들 사이에 유포되었고 그 중 몇 몇 '프린터'라는 레어 아이템을 가진 친구들은 그것을 인쇄해 학교에 가져오는 저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야설' 외에 유행한 아이템은 '야사'가 있었는데 크게 인기가 있지는 않았다. 일단 너무 노골적인지라 금방 질리는데다가 당시로서는 jpg 하나를 다운받는 비용도 만만한 게 아니었기에 그랬는 듯. 더군다나 왜인지 모르게 대개 대상이 쪽바리가 아닌 양키뇬들인 것도 한 몫 한 것 같다.

또 하나 당시 유행한 아이템이 현재 '에로게'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야겜'이었다. 한국인은 외국어를 통해 부정적 뉘앙스를 희석시키는 특이한 능력이 있는 듯한데 본인은 이런 거 절대 존중 안 하고 그냥 '18금 게임'으로 총칭하련다. 여하튼 지금은 이 장르의 인기가 거의 죽었지만 당시 순진한 소년들 사이에는 인기가 대단해서 요정 엘프는 몰라도 18금 게임 제작사 엘프는 알았을 정도. 지금도 typemoon이라는 회사가 만든 fate시리즈를 비롯한 몇몇 게임이 동호인들에 의해 한글화되어 빠돌이를 양산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 계층 얘기고 당시 동급생은 어지간한 소년 소녀의 컴퓨터 안에 다 깔려 있을 정도였으니 할 말 다 한 셈. 어떤 일본인은 어떻게 한국인이 '난파'라는 말을 아는지 신기해할 정도. (동급생의 영문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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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바로 fate, 한 30분 하다가 지겨워서 지웠다 -_-
춘소프트의 사운드 노벨을 해 본 분이라면 수준차가 느껴질 듯

엘프가 이리 뜬 데에는 무엇보다 '한글화'라는 요인이 크다. 당시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젊은이가 그리 많은 게 아니었기에 18금 게임의 한글화는 그야말로 '빛과 소금'과 같은 것이었다. 사실 90년대 후반까지 이뤄진 18금 게임의 한글화의 절반 이상이 엘프 게임이었을 만큼 한글화는 엘프의 게임에 집중되었는데 역으로 그만큼 당시 엘프의 게임은 타 게임 회사들과 상당한 질적 차이를 보였다. 이는 세 가지 부분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1. 등장하는 게임 하나하나가 무지 참신했다.
2. 극상의 그래픽과 사운드 퀄리티를 가지고 있었다. 도트 노가다의 장인 이야기까지 들었으니.
3. 세심한 부분에서 신경을 쓰고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센스가 있었다.

뭐 일반 게임 업계에서 이게 그리 큰 장점일까 하겠냐만 18금 업계 특성상 그렇지 않다. 카메라 하나에 남녀 한 쌍만 있으면 준수한 야동을 찍을 수 있듯 (가끔 남자가 없어도 된다) 원화가 한 명과 그래픽 디자이너 몇 명, 김성모급 시나리오 라이터만 있으면 18금 게임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어차피 사는 놈만 사니까 가격 자체가 거의 10000엔 가까이 할 만큼 비싸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고로 90년대는 무려 2000장만 팔면 본전이었을 정도.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개 야동이 그러하듯 이것도 그 나물이 그 밥이다. 물론 야동도 아닌 경우도 있지만 본인의 이미지 관리상 생략한다. 또 이렇게 떠들었지만 최근은 성우도 필요하고 게임 제작 코스트 자체가 올라가 본전 라인이 어딘지 알 길이 없는 것도 밝혀 두고... (어차피 이 블로그 이야기를 믿는 사람도 별로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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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원더걸스가 5만장 팔고 딴 짓으로 돈 벌 듯 얘네들도 마찬가지... 교복이라거나...

여하튼 엘프가 내놓는 게임은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닌 정도가 아니라 거의 광우병햄버거급의 새로운 식생활을 도입했다고 봐도 될 정도다. 기존 18금 게임의 대부분은 대개 '텍스트 어드벤쳐' 혹은 '커맨드 어드벤쳐'라 불리는 장르인데 이는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것으로 스페이스만 계속 찍으면 게임이 클리어되는 무시무시한 장르다. '보다' '가다' '생각하다' 등의 커맨드가 뜨고 이것만 죽도록 갈기면 알아서 상황 진행 되고 여자가 몇 명 벗더니 게임 오버라는 것. 돈 버는 것 참 쉽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살고 있다는...

'도키도키 캡쳐 찬스'라는 구글 검색으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작을 내 놓은 뒤  엘프는 '드래곤 나이트'라는 출세작을 발매한다. 18금 주제에 감히 1인칭 시점의 던젼RPG라는 장르를 내건 이 게임은 이후 4편까지 발매, 엘프 사상 시리즈로 자리잡는다. 그렇다고 타 게임마냥 우려먹기라 보기는 힘든 게 장르를 RPG, SRPG로 변경하며 전혀 새로운 게임방식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장르 내에서도 특징은 두드러져 RPG인 3탄은 아무런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 전투를 했으며 SRPG인 4편은 마법이나 특수기술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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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인칭 시점이라고 해서 doom과 같은 놈을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 전에 개잡는 울펜슈타인이 더 재밌었음.

'드래곤 나이트'가 출세작이라면 92년 발매된 동급생은 그야말로 18금 게임에 있어서 68혁명, 쿠바 혁명, 북조선 혁명에 맞먹을 수 있는 혁명적 게임이었다. '길에서 여자를 꼬신다'는 개념을 게임화시키는 데 성공한 것. 주인공 캐릭터가 '맘대로 돌아다닌다'는 게 무지하게 기존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자유도를 준 게 기존의 딱딱한 놈들과 달리 정말 '게임답다'는 느낌을 주었다. 여기에는 시스템도 한 몫 했는데 기존 텍스트 어드벤쳐에서의 '본다' 등의 커맨드도 마우스를 활용해 캐릭터의 입에 갖다 대면 말하는 커맨드, 얼굴에 갖다 대면 때리는 커맨드가 등장하는 등의 '패미콘 디자인 시스템'가 바로 그것. 사실 이 놈은 타 회사에서 먼저 써 먹은 것이지만 원래 역사는 살아남은 놈이 강한지라 어찌 엘프 고유의 것으로 인식 됨. 어쨌든 동급생은 18금게임 사상 최초로 10만장 판매를 달성하며 이 업계에도 나름 블록버스터(?)가 있을 수 있다는 희망까지 안겨준다. 후속작도 무지 팔렸는데 여하튼 기타 정보는 여기를 참조하면 될 듯. (일본 위키는 10만장 넘었다 되 있는데 링크랑 어디가 올바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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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최대 지불 의사를 반영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런 걸 팔아 부가 수익을 올릴 필요가 있다


비록 '동급생' 수준의 명성은 미치지 못했지만 역시나 어마어마한 충격을 안겨 준 게임이 바로 '이사쿠'이다. 이 게임은 학교 잡부가 주인공과 여자 아이들을 폐쇄된 건물에 가두고 주인공이 열심히 열쇠를 찾아 나서게끔 하고 그 사이에 여자애들을 하나하나 납치하는 내용인데 게임이 전체적으로 흠 잡을 데 없이 잘 만든지라... 덕택에 당시 많은 한국의 청소년들은 장래희망을 무려 '학교 잡부'로 설정하며 직업에는 귀천이 없음을 내세우기도 했다. 후속작 '슈사쿠'는 18만장을 팔아먹는 기염을 토했는데 내용인 즉 무려 '몰카'를 찍어 협박하는 내용으로 많은 소년 소녀들에게 매체 변화가 사회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교훈을 알려 주기도 함. 양 쪽 모두 한글화되고 뒤에 하나 더 나왔는데 이 아저씨 계속 보는 것도 귀찮은지라 별로 구경할 생각은 없음. 어쨌든 무슨 저주인지 일러스트 분 돌아가셨다고 함. 여기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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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가끔 이 코스프레 하는 놈들도 있다. 본인은 패션상 딱히 코스프레가 필요없다만...

이 밖에도 몇몇 유명세를 떨친 게임이라면 기존 자유도가 제로인 텍스트 어드벤쳐에서 여러 분기점을 넣고 멀티 엔딩을 도입한 '카와라자키의 일족'과 '노노무라 병원의 사람들'이 있겠고 무려 8개월 간 만들었다고 하니 아마도 18금 사상 최대로 공들인 게임 중 하나일 'Yu-no'도 있겠다. 그 밖에 새턴판으로만 30만장을 팔아먹는 기염을 토한 하급생도 있을테고. 여하튼 이렇게 잘 나가던 엘프는 윈도우 시대 들어와서 푹삭 주저앉게 되는데... 아, 길어져서 나중에 쓰련다. (귀찮아서 안 쓸 가능성 농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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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랜만에 향수에 젖게되는 글이군요.
    엘프..... elf라는 글씨위에서 귀엽게 날개짓하는 엘프를보면서 두근거리던 가슴을 진정시키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개인적으로 이사쿠가 더 좋은데. 그런 게임을 좋아하니까...-_- 후후.
    갑자기 구해서 하고싶어진다는건 왜인지 흠흠...
    • 2008.05.23 18:08 신고 [Edit/Del]
      아아, 향수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립니다. 이사쿠는 친구들 사이에서 '님'으로 불리셨죠.
      요즘 시대라면 '본좌'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닐까 합니다.
  2. 해색
    아아 나도 이사쿠... 열정을 가지고 완주한 건 저거 하나뿐일거야.
  3. 이야기가 한창 전개 중인데 글은 끝나가서 왠지 불안했는데 귀차니즘으로 쫑을 안내시는군요! ㅋㅋㅋ
    하여튼 또 '도키도키 캡쳐 찬스' 진짜로 검색해봤는데 구글에서도 정보가 안나오는군요.
    • 2008.05.23 18:09 신고 [Edit/Del]
      아, 사실 뒷 이야기는 쓰려니 마음이 아픕니다. 정말 '몰락'이라서 말이죠...
      컨텐츠가 부실한데도 몰락하지 않는 곳은 '정치계'뿐만이 아닐까 합니다 -.-
  4. 저에게 최초의 야겜은 미국산이였죠. 제목이 기억이 안나네 -0-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건데 말이죠.. 마우스로 혓바닦을 가져다 대는건 그게 원조일듯.
    제목은 기억이 안나고 무슨 탐정이야기였는데.. 자유도는 없었던걸로 기억합니다.
  5. 이상하게 18금게임쪽으로는 전혀 안끌려서, 더군다나 어떻게 하는지 방법도 모르고, 귀차니즘도 한 몫 하는 바람에 이쪽으로는 흥미를 못 붙였습니다. 아쉬운 일인가요?
  6. 근데 저 이쁜 샥시는 성함이 어떻게 된데요?
    참 착하게 생기셨네요...
  7. MSX로 엘프게임 했던 암울했던 기억이...ㅜㅜ
    이사쿠 제작자는 정말로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아..그리고 코스프레 보고싶습니다. ㅎㅎ
  8. 엘프녀 누구에요? 첨 보는데 무지하게 이쁘네요.. ㄷㄷㄷ 할 정도...
  9. Astarot
    맨 마지막은 초기 일러스트인가 보네요.(도트가 쩝니다..-ㅁ-) 저런 수척한(?) 모습은 처음봐서 살짝 적응이..; 아마 일러스트레이터가 호리베 히데로...였던가요?
    적어도 그 당시 엘프 좋아하는 소년들이 지금의 달빠들보단 훨씬 찌질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달빠들의 찌질함은 워낙에 정평이 나있는지라-_-
    • 2008.05.26 19:49 신고 [Edit/Del]
      당시 일러스트는 요코다 마모루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minky인가? 어디 회사 차려서 독립했고요, 대단한 솜씨의 소유자죠.

      사실 당시 인터넷이 활성화되었다면 엘빠가 무슨 짓 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_-
    • Astarot
      2008.05.29 21:26 신고 [Edit/Del]
      ..생각해보니 요코다 마모루 씨도 있었죠. 돌아가신 분은 호리베 히데로 씨이고...요코다 씨 그림체는 썩 맘에 드는 편은 아닌데 그래도 그쪽 게임 일러스트 중에선 좀 유니크하다고 해야 하나...그런 건 좀 괜찮은 것 같기도.

      ...하지만 적어도 엘빠(...)들은 달빠들처럼 이건 야겜이 아니라니 어쩌니 하는 뻘소리를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_-; 전 역시 달빠들 하는 소리 중에 저게 제일 웃기더군요.
    • 2008.06.01 18:35 신고 [Edit/Del]
      여성분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계시는군요. 부담스럽습니다 -_-

      참고로 전 호리베씨보다는 요코다씨의 그림체가 더 좋습니다. 단 도스시절에 더 적합한 그림체라는 생각은 들더군요. 타케이 마사키씨가 그랬듯이 말입니다.
  10. 아, 동급생과 이사쿠...
    거 한 번 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던..."애니메이션도 있다며?"하며 껄떡대던 기억이.
    =_=
  11. curious
    Yu-No는 "세상의 끝에서 사랑을 외치는 소녀" 말씀이신 건가요? 감히 3대 걸작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만 ㄷㄷㄷ
  12. 얘가 바로 fate, 한 30분 하다가 지겨워서 지웠다 -_- <- 묘한 공통점이다 진짜. 70년생 덕후들한테는 왜 이렇게 공통적으로 재미 없게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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