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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패션의 유혹 : 패션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2012.11.18

패션의 유혹 : 패션은 무엇을 의미하는가?패션의 유혹 : 패션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Posted at 2012.11.18 16:34 | Posted in 책은곧배게 학술부

패션 좌파가 된 후 패션에 대해 이런저런 책과 논문을 좀 봤다. 그러다 보게 된 게 ‘패션의 유혹’. 원제는 After a Fashion인데 어차피 이쪽이나 저쪽이나 책 내용과 별 관련은 없다(…) 그보다는 ‘패션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이론 흐름을 정리한 책. 아래는 요약과 의견이 맘대로 섞여 있으니 알아서 분간해서 보시길. 1995년 작이라 약간 시대에 떨어진듯한 느낌도 들지만 이 정도면 꽤 알찬 책이다.




저자는 주로 토스타인 베블런의 과시적 소비 (패션은 존나 우리가 있다는 걸 표현하는 거야!) 와 게오르그 짐멜의 모더니티 (패션은 자신을 표현하는 문화화의 과정이야!) 에 의존해서 펼쳐나간다. 롤랑 바르트와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와 기호도 자주 써먹고, 말도 안되는 정신분석학도 (정신분석학 전체를 부정하자는 건 아니다) 종종 인용한다. 그 밖에도 너무 많은 양반과 이론들이 등장하는데 여백이 부족해 대충 넘어가겠다.


패션은 이제 신체 그 자체다. 열대지방이 아니라면 드러나는 부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안여돼라고 해도 패션을 통해서 자신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 즉 패션은 언어이자 문화다. 때문에 패션은 사회를 반영하는 동시에, 일부는 사회를 리드하기까지 한다. 베네똥의 광고와 오뜨 쿠튀르에서 등장하는 전복적 메시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아무튼 내가 생각하는 패션은 두 가지 축이라고 본다. 첫번째는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와 어딘가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간의 대립이다. 여기에는 안티패션이라고 해서 별다를 것 없다. 오히려 안티패션이야말로 그 어떤 형태의 패션보다 소속감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니까. 또 하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욕구를 창조하지만, 되려 그 욕구에 갇히게 하는 대립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스타일을 갈망하면서도 그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한다.


한마디로 더럽게 복잡하고 빠른 끊임없는 순환이 패션이라 할 수 있겠다. 원시사회에야 곧휴 하나 가리고 얼굴에 문신하면 끝이었으나 사회가 발전하면서 점점 껴입게 되고 다양한 자기 표현이 가능해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까 벗고 다니자(…)


벗으라면 벗겠어요(...)



세상이 복잡하니 스타일이 가지는 의미도 다양해졌고, 또 끊임없이 변화한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패션은 상류층으로부터 적하효과(trickle down)를 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멋쟁이(dandy) 스타일의 기원은 호화로운 귀족계층, 과시소비의 부르주아 계층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됐다. 아마 패션에 문화자본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수준이라면 중산층이 향유하는 포르타 포르테 수준일 거다. 한국 상황이라면 적당히 먹고 살만한 집이 백화점서 ‘무난한’ 옷을 사는 것?


하지만 이러한 의복의 약식이 조금씩 정해지는 과정 속에서도, 패션의 발전은 저항의 연속에서 비롯되었다. 남성 중심의 오뜨 쿠튀르 문화에 끼어든 코코 샤넬이 그러했고, 당시로는 제대로 미친 비비안 웨스트우드도 그렇다. 음악과 함께 발을 맞춰 온 락, 펑크, 힙합 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지금은 비록 모든 저항문화가 흡수됐다고 여겨지는 판이다(...) 자본주의 만세!!!


그런데 너무 발전하다보니 새로운 게 나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건 도쿄 패션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스타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아예 이해가 더럽게 어려워졌다. 각종 영상물로 인간의 시각이 더럽게 발달하며 의복의 색은 이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디테일해졌다. 아이템과 스타일의 의미는 각 집단마다, 시대마다 다르다. 이쯤 되면 패션의 기호, 코드, 의미를 아는 게 더 신기한 놈이다.


그대는 이 아방가르드한 코드를 이해할 수 있는가?



소비사회가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건 당연한 건데 동시에 피로를 주기도 한다. 먹고 살기 바쁜 한국 사회에서 패션의 코드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리 만무했고 패션은 때로 즐거움보다 피로감을 주는 것 같다. 아무튼 한국도 점점 의류 소비가 꽤 다양해지고 있다. 노스페이스, 유니클로와 같은 현상은 여전하지만 10년 전 드라마와는 격세지감이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한국도 길거리가 형형색색의 옷들로 좀 알록달록해지지 않을지.


아무튼 꽤나 재미있게 본 책.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꽤 재미있어 할텐데…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워낙 여기저기서 끌고 들어오는 게 많아서 사회학, 인류학, 기호학의 존나 기초 정도는 알고 봐야 편할 책이다. 


Ps. 여자가 왜 남자보다 옷에 신경 많이 쓰는지 막스주의 페미니스트들의 의견이 재미있다. 원래 근대 이전 서양에서는 남자들이 더 옷이 화려했다고 함. 그런데 부르주아 시대로 넘어가며 남자는 돈으로 승부하고, 마누라는 놀 수 있는 여유를 얻음. 이 과정에서 여성이 액세서리화되었다고 한다. 덤으로 백화점이 생기면서 부르주아 여성을 상대로 아주 제대로 소비교육을 시켰다고 함. 



아무튼 패션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영혼의 해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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