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두꺼운, 그러나 속은 얄팍한 한국의 책너무나 두꺼운, 그러나 속은 얄팍한 한국의 책

Posted at 2009. 6. 4. 17:11 | Posted in 예산낭비 문화부
오늘 오전에 종로 근처서 회의가 있어 그 전에 된장남답게 커피를 손에 들고 서점을 좀 돌았다. 최근 목이 급속도로 상해 술, 담배를 좀 멀리했더니 대체재인 여자만 머리 속에 맴돌아 잠시 심리, 연애 관련 책을 좀 둘러보았다. 그러다보니 상당히 재미있는 사실이 눈에 띄었는데 국내 서적은 대개 단기적 skill을 언급하는 반면 외국 서적은 이를 좀 과학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었다. 몰라, 내가 본 책들만 그랬는지 아니면 개 눈에는 개만 보이는 건지도. 

후자가 당연히 도움은 안 된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전자도 도움은 안 된다. 요즘 블로거뉴스가 아니라 우기는 view를 보면 항상 뜨는 게 무슨 연애관련 글들인데 이들을 보면 모두 똑같다. 용기를 주는 자위성 글들이다. 뭐, 어떻게 하면 여자를 어찌 할 수 있다부터 시작해서, 생각을 좀 돌려 보면 세상이 아름다워요 식. 그야말로 딸딸이다. 그런다고 뭐 변할 것도 없고 어찌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말대로 따라하면 된다고? 문사랑님의 글을 참고해라. 정말 말이 쉽지...

비단 연애서만이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부류도 마찬가지다. 한국 책의 특징은 '참 쉽죠?'로 대변된다. 양키들은 이걸 어찌어찌 과학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하고 일본 애들은 그냥 깔끔하게 구석구석 정리한다. 사람은 책을 낳고 책은 사람을 낳는다는데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아마도 지금쯤 인생을 참 쉽게 살고 있어야 할텐데 그렇지 못한 건 책이 안 팔려서 그런 건가? 

사실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은 순수한 그 내용만은 아니다. 그보다 그 사고의 흐름을 좇는 게 더욱 중요할 때가 많다. 'A를 해야 한다!' 혹은 'B가 옳다!' 따위의 선언적 명제도 중요하나, 여기에 이르기까지의 그 과정에서 배울 점이 더 많을 때가 있다. 만약 이 과정이 없다면 대부분의 책은 1/10 이하로 정리될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런 요약본은 대개 선문답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법칙을 외운다고 당신의 삶이 바뀔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난 한국의 책이 참 아쉽다. 솔직히 거의 읽지도 않는다. 대학교 초반에는 그래도 번역투가 없으니 읽기 좋다는 이유로 좀 읽었는데 그러다보니 차라리 편하게 뭔가를 얻으려면 일본 책을 읽게 되고 - 이 경우는 번역에서의 문제도 별로 없다 - 또 깊이를 얻으려면 양키 책을 읽게 되더라. 근 한두 해 동안 읽은 책 중에는 장하준 정도를 제외하면 아예 한국인 저자의 책이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나마 이 양반 책은 영어로 쓴 것을 재번역한 것이니 한국 책이라 하기도 뭐하네...

아, 여튼 책 좀 얄팍하게 쓰지 말아 줘, 능력이 없음 나처럼 블로그서 찌질거리든가... 

본인과 친구의 아름다운 학창시절, 자기 위치에 만족하고 더 바라지 아니하니 아름답지 아니한가?

  1. 뒤쪽 오른쪽 여자애 딱 내 스탈. 아참.. 아카네 호타루 인터뷰 내일 출고......부러워 하지마라.....-_-;;
  2. 뭐.. 다 쉽게만 쓰니까..
    실전에 적용하기 어려운 책들이 한국 책들이라는.. -.-;
  3. 그래서 소설이랑 시집종류만 봅니다.
    자기개발서랑 그런류는 거의 쥐약이라서...
    시집의 경우는 밖에서 읽으면 그저 뽀대난다능..
    된장남 된거 같다능..
  4. 비밀댓글입니다
  5. 여담이지만 요새 다음뷰는 글을 홍보하기가 효과적이지 못한듯? 싶어요;;;
  6. 음.. 얇은 책 한 권 낸 시점에서 이런 포스트를 쓰시니.. 찔리는군여.. 반성하겠슴다.. 음.. 갈수록 고도화되는 수령님의 갈구기..흠..
  7. 아, 오른쪽에 누구누구를 지지합니다를 보고.. 한참 고민하다가 우연히 사진을 클릭하고서 빵터졌습니다. 센스쟁이시군요. 그리고 나서 이 글도 다 읽어버렷네요. 워낙 공감가는이야기라...
    요즘에 서점가면 성공하는 사람의 50가지 습관, 대화에서 이기는 7가지.. 등등.. 기타 등등을 포함해서..
    한페이지에 의미도 모를 글 한줄 달랑 적어서 끽 몇페이지 만들어 놓고, 껍데기만 제일 비싼거 사서 만 오천원씩 달라는 걸 보면.. 참...
  8. sunlight
    사실, 한국에서 책은 낚시하고 좀 통해요.
    내가 책장사를 하고 있어서... -.-;
    이번에도 떡밥 큼직하게 버무려 놓았는데... 잘 되려나?
    그건 그렇고, 여자문제는 사실 옛날에도 어려웠어. 그거 쉬울 날 올지 몰라...
  9. crystal
    일단! 오래간만에 놀러왔습니다. ^^
    역시 센스넘치는 글솜씨는 여전하시군요. 큭;;;
  10. 당위를 강조하는게 한국의 스타일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국내서적이 외국서적보다 사고의 흐름이 세밀하지 못하다는 의견에는 조금 의문이 들어요. 책을 출간하는 저자들은 일견 글쟁이이며 '글쓰기'에 숙달한 사람들입니다(정밀하게 말해서 ghost writer가 아니라 그 저자가 진짜 그 책의 저자라는 전제하에 말이죠). 요번 포스팅 발아점으로 봐서는 승환님께서 자기계발서류에서 특히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제 경우에는 Robert Green이라는 미국인이 낸 「유혹의 기술」이나 「전쟁의 기술」을 읽었을 때 페이지수는 600장 이상에 육박하는 데 비해 영양가는 낮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책의 국적에 앞서 이런 시리즈로 책을 내는 저자들은 경계하는 편입니다. 국내에는 '공ㅇㅇ'박사같은 부류의 인세 몬스터를요. 그런 맥락에서 straight하고 진실을 말하는 승환님의 블로그를 사랑합니다. 포스팅에도 인세가 있다면 이미 (슬럼덕(?)) 밀리어네어이실텐데요. 승환님 좋은 하루 되세요~ㅋㅋ
    • 2009.06.05 12:55 신고 [Edit/Del]
      로버트 그린의 책은 확실히 영양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린은 글쟁이로의 재주는 있지만 그 속내용이 알차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만이... 사실 말콤 글래드웰도 이미 기존에 나온 이야기를 탁월하게 엮는 글쟁이라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한국은 굳이 자기계발서뿐이 아니더라도 교수들도 그냥 중학생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의 가벼운 책을 내는 경우가 많고, 또 외서는 대개 수준 있거나 잘 쓰여진 책 위주로 번역되다보니 전반적으로 번역된 책들이 한국 책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사라지지를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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