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이 뭘 잘했다고지단이 뭘 잘했다고

Posted at 2006. 7. 10. 22:54 | Posted in 정력은국력 체육부
 얼마 전 프로야구 한화와 현대의 게임에서 폭력사태가 있었다. 현대의 젊은 투수 안영명이 김동수의 몸으로 향하는 공을 던졌고 이를 피한 김동수가 성질이 나서 몇 마디 던졌다. 그리고 이후 다시금 김동수의 몸으로 공이 향했고 이를 피하지 못한 김동수는 안영명에게 헬멧을 던지고 빅장(손바닥을 앞으로 내뻗는)을 날렸다. 안영명은 김동수가 흥분해 나오는데도 한참 후배이기 때문인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인상만 쓸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 송진우가 김동수에게 박찬호 이후 오랜만에 이단옆차기를 선사했고 이후 양 팀 선수들이 엉겨붙어 말려서야 사태는 잠정적으로 해결되었다. 여기에 대해 사람들이 말이 많다.

이 사태에 대해 언급하려면 먼저 이 사태가 정말 빈볼 때문에 일어난 일인지를 확실히 해야한다. 여러 정황을 볼 때 고의적인 빈볼이었음은 확실해 보인다. 먼저 한 번의 빈볼을 던질 경우 그 다음도 빈볼을 던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빈볼은 어느 정도 스포츠인의 동업자의식에 어긋나는 행동인만큼 극히 승부에 중요한 상황이 아니면 두 번씩이나 등장하기 힘든 일이다. 또한 게임이 끝난 후 한화측에서 김동수가 싸인을 훔쳐봤다는 의문을 제기했는데 이 역시 빈볼이 고의적이었음을 증명하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고의적 빈볼이 아니었다면 히트바이 피치 이후에 안영명이 고의가 아니었다는 제스처를 취했을 것이지만 안영명은 그저 자리에 서서 인상만 쓸 뿐이었다.

어쨌든 여기서 빈볼이라는 가정을 받아들일 때 두 당사자인 김동수와 안영명을 탓하기는 힘들어보인다.

우선 김동수는 페어플레이가 유명한 선수라는 점은 젖혀두더라도 정말 노장이다. 한 번 깊은 슬럼프까지 맞이했던 그는 이제 몇년을 더 뛸지 모르는 상황이고 그러한 그에게 빈볼이란 단순히 위협의 정도를 넘어 선수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일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반복되었으니 오죽 필 받았겠는가? 솔직히 주먹을 휘둘러도 이해가 갈 상황이었는데 상대가 새파란 후배라 그런지, 아니면 도망가지도 않고 제자리에 머무른 게 자기항변이라 느껴서인지 주먹은 휘두르지 않더라.

안영명은 두 배쯤 억울할게다. 우선 젊은 신참이 구질의 선택권을 지닐 리 없다. 물론 자기 맘대로 던질 수야 있지만 적어도 빈볼까지 선택하지는 못할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 사회에서 새파란 신참이 한국 프로야구의 대들보 포수인 (김동수가 91년 신인왕일게다, 아마) 김동수에게 빈볼을 마구잡이로 뿌릴 가능성은 극히 낮아보인다. 아마도 벤치의 지시가 있었으니 가능한 일테다. 따져보면 얘가 제일 불쌍하다, 지 맘대로 던진 공도 아닐텐데 싸대기 맞고 벌금 내고. 덤으로 송진우는 김동수 이상으로 페어플레이가 유명한 선수인데 아끼던 후배가 까이자 제대로 필받았나보다. 솔직히 셋 중 송진우가 가장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지만 나도 일할 때 손님들한테 내가 욕먹는 것보다 옆에 같이 일하는 동료가 욕먹을 때 더 열받는 것을 보면 있을 법한 일이기도 하다.

여하튼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분명한 것은 그 원인제공이 어떠했건 경위가 어떠했건 사정이 어떠했건 김동수도 분명히 잘못이 있다는 점이다. 정말 열받아서 빅장이 아니라 펀치를 날릴수도 있다. 그러나 그 정황이 아무리 이해가는 상황이라해도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 이에는 이가 올바른 것이라면 그라운드는 그야말로 '홈런왕 강속구'라는 폭력만화로 변질되었으리라. 이 만화에서는 공 잡은 후 태그하면 아웃이 아니라 몸으로 들이받아 상대가 공 놓치고 쓰러지면 세입이 되어버린다. 마지막편 가면 아주 격투기 만화로 되어버릴 정도다.

월드컵 결승이 끝나고 말들이 많다. 지단이 웬 놈을 머리로 받았단다. 지단이 그리 페어플레이를 하는 선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전에 상대선수가 열받게 했을 거란다. 있을법한 일이다. 다 벗겨진 머리의 마지막 힘을 과시하기 위해 설마 머리로 들이받았겠는가? 더군다나 지단의 국가대표 은퇴경기라 그런지 언론들은 지단을 중심으로 그를 감싸는 발언들을 주로 싣고 있다. 그리고 이 때문인지 사람들은 주로 그 머리에 녹다운된 선수를 탓하고 있다.

그 녹다운된 선수가 뭔가 심한 도발을 걸었다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상대가 나쁘고 지단은 잘 했다는 식의 평가는 곤란하다. 지단은 훌륭한 선수다. 솔직히 이번에 전성기로 돌아왔다고 말들이 많은데 전성기만큼은 안 되는 것 같다. 그러한 플레이가 이 정도인 선수다. 거기다가 이번 경기는 은퇴경기였다. 이왕이면 마지막의 모습은 좀 더 멋졌으면 하는 것은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축구팬의 바램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이 이번 일을 정당화할 수 없다. 제 아무리 지단이 훌륭한 선수고 은퇴경기라고 해도 말이다. 스포츠에는 반드시 지켜야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동업자의식'이다.
  1. 플레이 오브더 게임은 피를로가아니라 마테라치죠. 동점골도 넣었구요.(프랑스 감독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최근 지단사우르스는 짤방도 많이 만들어 졌더군요.

    트레쉬토킹 한두번 겪는것도 아닐텐데, 그 승깔때문에 영웅의 은퇴는 쓸쓸하게 됐네요.

    야구 보다보면 빈돌시비는 항상 있어왔죠. 저도 안타깝네요. 투수입장에서는 최대한 몸쪽으로 븉여 타자를 쫄게 하고 싶고, 타자입장에서는 선수생명이 걸린일이니 그게 참...

    저도 그 신인투수가 피해자라고 봅니다.
    • 2006.07.11 17:37 [Edit/Del]
      게임은 못 봤지만 -_- 확실히 모두를 가장 즐겁게 해 준 것 같습니다. 지단사우르스-_-는 검색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영웅의 은퇴가 몇 경기로 어떻고하는 것도 웃긴 것 같아요. 로드맨마냥 살았으면 모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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