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인문학에 대한 편견우리 사회의 인문학에 대한 편견

Posted at 2006. 7. 12. 16:05 | Posted in 사교육산실 교육부
 얼마 전 연세대를 갔다가 각 학과 취업률을 보게 되었다. 원래 취업률이란 게 각 학교마다 높이려고 용을 쓰는 측면이 있지만 일류대의 경우는 이게 좀 덜한 편이다. 이런 학교에서 취업 못했다는 것은 어지간하면 안 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살펴보니 뭐 다들 75에서 95를 오가며 매우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사실 내가 다니는 이류대도 어지간하면 취업 문제는 없으니 일류대야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갑자기 눈에 튀는 둘이 있었다. 사학과가 60%대고 철학과가 30%대 -_- 였던 것이다.

보고서 좀 너무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학과건 철학과건 대개 이중전공을 통해 경영, 경제학을 공부한 이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입학 점수에서의 차이도 없다. 인문계열 와서 일년간 술만 먹고 시험 안 본 이들이 철학, 사학으로 빠진 것일테니. 물론 세상 넓으니 이상한 사람(?)도 많아 앗싸리 철학, 사학 공부하러 온 이들도 있겠으나 이들은 어차피 대학원으로 갈테니 취업률에서 제외된다. 덤으로 고시로 빠지는 이들도 종종 있으나 이들 역시 취업률에서 제외된다.

그런 이들이 딱히 딸릴 점은 없다. 물론 이학년 때부터 경제, 경영을 공부했으니 일학년 때부터 한 이들보다 일년 늦은 것은 사실이지만 일학년 때 배우는 과목이 극히 기초적인 것이기에 속도를 붙여 따라잡지 못할 것은 아니다. (마인드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그런데도 취업률에서 이렇게까지 떨어지는 것은 인문학에 대한 편견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뿌리깊게 박혀있는지를 문득 깨닫게 한다. 더군다나 한국 명문사학 연세대생인데 이 정도라니, 참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학과는 그럭저럭 봐줄만 하지만 (봐줄만한가-_-?) 철학과는 너무 처참할 정도다.

물론 철학공부하는 사람들 중에 세상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자신들의 언어로만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살아가는 이들을 생각하면 내가 봐도 한심하다고 생각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모든 월드컵 응원하는 이들이 또라이가 아니듯 모든 철학공부하는 이들이 다 이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지식의 토대로 활용해 장점으로 살리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것 다 떠나 오히려 철학과 학생들은 철학에 큰 관심이 없이 여느 학생들처럼 경제, 경영을 공부하며 취업에 대비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학부 성적으로 잘려 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일단 인문학이라고 하면 편견을 가진다. 사학과는 그냥 '그런데를 왜 가요?' 정도이지만 철학했다고 하면 아예 사회와 동떨어진 이가 되어버린다. 사실 인문학 공부하는 이들 중 서구 인문학자에 대해 엄청 환상을 가지는 이들이 있는데 외국이라고 이들이 돈이 철철 넘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냉소적인 시각은 받지 않고 오히려 존경을 받는 축이다. 그리고 그들의 지식이 그저 사회에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사회에 유용하게 활용한다. 예로 미국 대형병원에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윤리학자가 한 명씩 배치되어 있다.

점점 경제력이 중요해지는 세상에서 경제, 경영학이 발전하는 것은 좋은 일이며 개인적으로도 인문학보다는 이 쪽에 더 흥미가 있다. 또한 인문학만이 대단한 것인 양 근거없이 내세우는 인문학적 모럴리즘은 반드시 경계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들을 그저 사회와 동떨어진 이들로 보는 시각은 재고되어야 하지 않는가 싶다. 요즘 전문인력 국가유출을 가지고 일부 전공이 푸대접이라 말들이 많은데 인문학은 푸대접을 넘어 무대접인 듯하다 -_-ㅋ
  1. 저도 경제학을 공부하지만
    경제학과 경영학은 툴일 뿐입니다.
    툴을 이용해 진정한 컨텐츠(인문학)을 활용해야한다는게 제 지론입니다만;;;; 아직 대한민국은 먹고 사는것만해도;;
  2.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언제적 이야기인지... 이제는 이미 죽어버린 인문학의 부활을 이야기해야할 때인지도 모르겠어요.
    • 2006.07.13 12:55 [Edit/Del]
      비실비실하는 바에야 아싸리 확실히 죽는 게 나을 것 같아요 -_-;
      그러면 나름대로 필요성이 올라오겠죠
  3. 은하
    무대접 공감;;; 철학과 친구가 참 불만이 많더라구요. 사학과보다 더 가혹한 대우인듯(...)

    중요한 건 사고력이나 응용력인데, 사람들이 뭔가 직접적으로 보이는 '기술','팩트'만 중시해서 그런 거 같아요.
    • 2006.07.13 12:56 [Edit/Del]
      그래도 서울대는 좀 양호하지 않나요 -_-?
      라고 하고 싶지만 연세대를 보니 그게 아닐 듯...;

      문제는 인문학도가 대부분 원해서 되는 게 아니다보니 인문학도라고 해서 딱히 사고력이나 응용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라는... 난감;
  4. 덧말제이
    이공계 위기라고 하지만 인문학은 만년 위기이다 못해 몰락 지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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