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빨 문화연구가 헛발질하는 이유좌빨 문화연구가 헛발질하는 이유

Posted at 2009. 10. 30. 14:08 | Posted in 예산낭비 문화부
1. 좌빨?
개념 혼란을 막기 위해 이야기하자면 여기서 이야기하는 ‘좌빨’은 한나라당식 용어까지는 아니지만 대충 진보적인 정치의식을 가진 인간들을 이야기한다. 좀 더 정치적으로 일부 계층에 한정지을 수도 있겠지만 그 쪽에 별반 아는 게 없고 특히 현장 경험이 거의 없으니 그냥 이렇게 하겠다.

2. 좌빨이 향유하는 문화
좌빨이라고 별 거 없다. 그냥 세상 살아가는 사람이고 정치적 입장이 다를 뿐이다. 이들 역시 대부분은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비슷한 대중문화를 향유한다. 영화관에서 바더 마인호프같은 정치영화만을 찾지 않고 영화관에 가서 어떤 블록버스터가 재미있는지를 찾는다. 또 이들 역시 민중가요에 맞춰 전투직전 구호를 내뱉지 않는다. 여느 이들처럼 카라의 엉덩이춤에 흥분하고 비의 젖근육에 할딱거린다. 그리고 야동을 보고 딸을 친다.

3. 좌빨이 바라보는 문화
이 역시 마찬가지다. 프랑크푸르트 학파부터 닐 포스트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가, 문화비평가들이 대중문화가 인간의 삶과 관련된 실질적 문제로부터 멀어지게끔 하고, 비판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런 래디컬한 입장을 지닌 이들은 의외로 소수이다. 좌빨들은 MBC PD수첩에 대한 억압에 분개하고 연합뉴스의 MBA (MB애널서킹의 준말) 에는 분개하지만, 이들 역시 1박 2일을 보면서 히히덕거리고 청춘불패를 보면서 하악하악거린다.

4. 좌빨틱한 문화
80년대 민중예술이 꽃피었던 때가 이 땅에도 있었다… 고 한다. 그러나 그건 그 때 이야기고 기실 사람들을 모니터링해 보면 지금에 비해 그 비율이 훨씬 높았다 뿐이지, 이가 주류로 일어선 적은 당연히 없으며 심지어 대학 내에서조차도 비주류이긴 마찬가지였다. 지금 좌빨틱한 문화는 거의 ‘그들만의 리그’로 받아들여지고 있거나, 정말 예술이나 정치의식에 대한 확신이 있는 소수의 문화이다.

5. 좌빨과 교양 문화
일부 사람들은 좌빨 애들이 너무 멋을 부려, 고상한 문화 즐기며 아는 척해 이런 이야기도 하던데 이건 둘 중 하나다. 이들이 교양(돈) 있는 집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문화적 자산을 비교적 많이 향유했거나, 아니면 겉멋이 들었거나. 하지만 이는 좌빨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꼴 애들 중에서도 어릴 때부터의 교양 교육으로 음악이나 미술에 조예가 있는 인간들도 되며, 그 이상으로 겉멋부리는 이들 – 천박한 강남아줌마를 생각해 보라 – 도 꽤 된다. 덤으로 의외로 펑크나 이런 거 좋아하는 애들도 많다. 결국 이 역시 좌빨의 차별점이라기보다 문화자본의 소유 여부에 가깝다. 혹은 된장기의 여부이거나.

6. 좌빨과 신좌파
카치아 피카스는 ‘신좌파의 상상력’에서 신좌파와 구좌파의 차이점을 네 가지로 보았다.
1. 중앙 차원의 계획된 행동 vs 자연발생적인 방향의 행동,
2. 빈자들의 운동 vs 변혁을 위한 다양한 토대,
3. 평등 지향성 vs 자유와 평등 지향성,
4. 정치적 구조 변화에 주목 vs 구조와 인간에 대한 주목
활동가나 열정이 넘치는 이들, 혹은 일부 그 쪽을 지향하는 지식인이 아닌 일반적인 좌빨에게 1, 2, 3은 현재 거의 이의가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4는 양 측면 모두가 여전히 동등한 중요성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여전히 구좌파의 부분이 더 큰 중요성이 지니는 것으로 여겨진다. 여하튼 편의상 이하 구좌파는 편의상 정치적 구조 변화에만 주목하는 이들을 의미한다는 다소 부정적 의미로 쓰도록 하겠다.

7. 좌빨과 문화운동
좀 거칠지만 구좌파가 거시적인 사회체제와 거대권력에 주목했다면 신좌파는 이를 미시적인 일상과 문화의 영역으로 확장 – 거시적 측면을 포기한 게 아닌 –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매우 의미있는 진일보라고 생각한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끝도 없이 확장되고 있는 – 미디어에 함몰되어 살아가는 당신은 이미 미디어이며 문화의 지배 속에 살아가고 있다. 당신이 어제 친구와 나눈 대화를 떠올려 보라. 이 중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포털, 방송, 신문에서 얻은 이야기인가? – 현대 사회에서 이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최근 넘치는 1인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레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과 문화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자연스레 관심 영역을 체제에서 일상과 문화로 생각을 확장할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8. 좌빨과 구좌파적 문화운동
한국의 문화운동에 대해 그리 많이 아는 바가 없어 쓰기가 매우 망설여진다만 몇 마디. 미시적 영역과 거시적 영역은 무 베듯 벨 수는 없는 영역임은 당연하며, 특히나 문화라는 넓은 개념에 대한 연구에 있어서는 상호간 넘나듦과 이 속에서의 통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일상과 문화에 대해 자연스레 주목하는데 반해 요즘 문화운동가(?)란 일부 사람들이 쓴 글은 여전히 구좌파적 시각에 머무르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들은 ‘타인의 사생활을 함부로 공개해서는 안 되요’처럼 대단히 ‘상식적’인 수준으로 끝마치면 될 문제를 가지고서 무리한 정치적 확장을 시도한다. 고맙게도 정신분석학은 전가의 보도가 되어준다.

이가 대중문화로 넘어가면 더욱 깜짝 놀랄 일들이 많다. 이들이 대중문화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꼭 대중과 함께 어울려 대중문화를 즐길 필요는 없다. 카라 빠돌이를 연구한답시고 고무장갑 끼고 덕후질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또한 모든 대중문화는 자본과 강한 결탁을 맺고 있고 이는 대중문화를 바라 볼 때 매우 중시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순화시키기보다 세심하게 볼 필요가 있다. 그 내부에서의 움직임은 밖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수많은 행위자와 방관자들이 있으며 생산구조 역시 매우 복잡하다. 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단순하게 인간과 자본의 문제로 바라봄은 수 많은 중요한 요소들을 사상해 버림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많은 요소들 – 특히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미묘하게 흔들리고 겹치는 사회에서 – 에 대한 이해의 노력 없이 쉽사리 자본, 체제의 문제로 귀결짓고 연결함은 그저 소재를 문화로부터 얻어오려는 날로 먹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문화를 모르는’ 구좌파적 발상 하의 문화 연구는 문화를 더 많이 접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행위자가 된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다. 설득력이 높다고 생각한다면 아마도 그들만의 리그에서나 통할 이야기일 것이다.

9. 좌빨적 문화운동을 넘어
마무리에 앞서 내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자면 나는 좌빨이라고 무슨 특출난 문화취향을 가졌다거나 등에 대해서는 부정한다. 단 좌빨계에서 일어나는 문화분석은 지나치게 자본과 체제에 함몰되어 있기에 신좌파의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구좌파적 발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때문에 여전히 대중과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되려 반지성주의라는 이름으로 대중의 독해력에 의문을 던지게 된다.

그러나 대중은 그들보다 훨씬 풍부한 문화의 부분을 보고 있다.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학자가 아니며 그렇게 심각하게 분석하지 않는다. 좀 심하게 말해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잘 모르고 글로 풀어내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보고 듣고 경험한 게 있기에 모든 것을 자본과 체제로 치환한 글에 동의를 던지기도 힘들다.

결국 문화연구가에게도 노력이 필요하다. 유명한 문화연구가 헨리 젠킨스는 티비와 컴퓨터를 넘나드는 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을 달달 볶고 뒤진다. 한윤형씨가 쓰는 스타크래프트 관련 글에도 오랜 인터넷질이 묻어 나온다. 때문에 마치 학문의 길을 걷는 이들의 연구처럼 역사가 묻어 있고 그러한 역사가 형성되는 중간의 많은 동력들이 드러난다.

물론 이러한 글들을 ‘좌빨’의 글이라 평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최소한 헛발질은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문화연구를 하는 분들께 우선 구좌파적 시각에서 한 발짝 물러서기를 권한다. 그리고 문화분석, 연구가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 단순한 설득력의 이야기를 넘어 – 이러한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자본과 체제를 바라보고 문화와의 연결고리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은 필요하며 소중하지만 단지 거기에서 끝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빠순이의 얼굴일 것이다.

0. 결론
저련이 계속 지랄독촉해서 쓴 글, 날려쓴만큼 신빙성은 제로에 가깝다.
  1. 오~ 역시 주인장께서도 갑자 내공을 소유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글이네요.
    솔직히 카치아 피카스, 헨리 젠킨스는 들어본 적도 없다는...
    짤방신공과 야동드립에 맞먹을 좌빨 내공...
  2. Matthias
    좌빨이라면,
    가요보다는 '주한미군 '철거가'' 막 이런노래나
    가사속에
    '전세계 도처에서 미제를 쓸어버리자' 막 이런 노래를 불러야 하는것 아닙니콰? ㅋㅋ
  3. 김슷캇의 방에는 NSBM(나치 블랙메탈) 음반이 한가득...
  4. !@#... 학문으로서의 문화연구는 뿌리 자체가 좌빨. 즉 좌빨로서 좋은 문화연구를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좋은 문화연구를 보면 좌빨 성취라고 규정해버리는 역발상도 필요합니다(핫핫). // 본문 취지에 동감하며, 그런 의미에서 소싯적부터 취향으로 구박받아온 오덕들이 더욱 문화 운동이든 연구든 중심 역할로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아니면 중심 역할에 있는 분들을 그쪽으로 물들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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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쉽게도 저도 개념없는 좌빨인가 봅니다..
  7. 제겐 어렵고 어지럽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글이네요.
    미시적으로 확장된 신좌파. 좌빨도 또다른 의미의 빠돌이라는 말...
    신선한 견해, 많은 시사점이 있지만 잘 정리가 안 되네요.
    뭐, 좌파가 좀 더 겸허하고 유연하게 대중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필요는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쪽팔림을 무릎쓰고서라도 계몽과 학습이 아닌 공감, 연대감을 위해 덕후들과 섞여서 고무장갑끼고 엉덩이 춤이라도 춰야 되지 않겠습니까^^
  8. 비밀댓글입니다
  9. 저련
    잘만 쓰는구만 짜증까지 냅니까. 지금 저기서 언급된 짓거리들을 하는 유파인 "민속방법론ethnomethodology"의 가장 유명한 문헌인 가핑클의 책 1장을 공부삼아 번역중이니 한 2~3주만 기다리셈.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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