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버리다책을 버리다

Posted at 2010. 3. 18. 23:42 | Posted in 수령님 정상인모드
요즘 컨디션이 살살 올라오고 있다. 최고까지 이를지야 알 수 없지만 상당히 좋은 건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책을 버렸기 때문'이다. 

환경은 인간을 조종한다. 단지 인간이 그것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매일같이 자연은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또한 이제는 우리가 만든 문명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책상 위에 컴퓨터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야동을 다운받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그렇다고 컴퓨터를 버릴 수는 없다. 컴퓨터가 주는 효용이 야동이 주는 비용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변 하나하나를 살피다 보면 우리가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비용을 소모하면서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은 한 때 내게 큰 효용이었다. 그래도 직장 다니면서도 한 달에 열 권씩은 꼬박 읽고 이래저래 적용해 보고는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게 내게는 큰 비용이었다. 방 한 칸은 좁은데 책장은 비교적 많고, 있는 책장조차도 꽂힌 책 위에 책이 가득하고, 그러다보니 방은 쓰레기통이고 - 내가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좋은 논거다 - 청소도 힘들고, 청소 안 해도 힘든 그런 상황이었다. 

근 두 달간 책을 버렸다. 그나마 남들 볼만한 책은 꼬꼬마들이 있는 학교 동방으로 넘겼고, 그럴 가치도 없어 보이는 책은 그냥 과감히 버렸다. 기타 등등 누구누구 준 책도 좀 되는 것 같다. 잡지까지 따지면 300~400권은 처리한 것 같다. 그러자 책장에 공간이 생겨났고 좀 더 공간 활용이 용이해졌다. 거울 옆에는 화장품 등을 놔둘 수 있었고 욕실 근처에는 수건을, 또 손이 쉽게 닿는 곳에 옷가지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러자 모든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마치 UI를 개선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좀 더 큰 효용은 다른 데 있었다. 책 자체가 없으니 오히려 머리가 말끔해졌달까? 정말 필요한 책만 놔 두자, 마치 노이즈가 제거된 것처럼 원하는 정보에의 접근이 용이해졌다. 필요한 정보를 좀 더 빠르게 찾을 수 있음은 다음 정보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했다. 또 쓸데 없는 쪽으로 눈이 갈 일도 줄어들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계속해서 선순환을 낳고 있다. 

일종의 주화입마랄까? 때로 행위에 대한 애정은 대상에 대한 애착으로 전이될 때가 있다. 내게 책이 그러한 존재였던 것 같다. 책 읽기의 재미가 책에 대한 집착이 되었고, 미련하게 그것을 안고 있었다. 나름 모 인터넷 서점 플래티넘 회원이었으나, 앞으로는 책을 그리 많이 사지는 않을 것 같다. 그보다 내게 필요한 정보를 먼저 파악하고, 이를 빠르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 환경과 프로세스를 한 번 더 고민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식은 집착에서 생겨날 수 있을지 몰라도 지혜는 비움에서 생겨난다.



Q. 이 글의 교훈은?

1. 야동은 버리지 않았다.
2. 야동은 버리지 않았지만 딸은 치지 않았다.
3. 야동은 버렸지만 다시 다운 받았다.
4. 야동을 버리고 야애니를 다운 받았다.
5. 고추가 서지 않는다.



  1. 글의 내용보다 다섯줄요약이 더 머리에 잘 들어오는게 인간이란 존재인 듯 합니다.

    숙제를 끝낼 때쯤엔 한국인이 되어있을 아이에게 애도
  2. 골룸
    결론은 슬픈 글이군요 ㅋㅋㅋ
  3. 팔지 그랬남....
  4. 진짜 무소유의 길로 들어서셨군요..ㅋㅋ
    요즘 이것저것 탐독하고 있을때가 아니라 진짜 당장 필요한것부터 읽을 시간이라는게 느끼기는 하지만 정작 빈둥대며 이것저것 손에잡히는대로 끄적대는 저로서는 부럽습니다.
  5. 공즉시색 색즉시공인데 결론은 고추가 안선다..?
    내가내가내가!!
  6. 집을 큰 서재가 있는 집으로 옮기면 될텐데.
  7. 수령님 원래 안섰던 걸로
  8. 짤방을 보아하니 4번!
  9. natsume nana
    어려운 글도 아닌데 읽는데 불편한이유는 먼가요?
    너무 있어보이게 쓴 티가 팍팍 남;;;
  10. 상하이곰
    차후에는 인터파크 도서등을 통해 중고로 팔고 그 돈으로 저장장치라도 사심이 어떠실런지
  11. 저도 요즘 책 정리 중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책을 사기만 하고 거의 안팔아서 안보는 책들도 많고, 오래된 책들도 많아서 기증을 하려고 합니다. 지금 지방에서 재벌 기업을 위해서 앵벌이중이라 마음만이지만, 봄에는 안보는 책들은 다 처분을 하려구요.. 별로 세상에 배푸는 것 없이 말만 떠드는데 기증 조금 하고 생색한번 내봐야죠.
  12.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버려야 하죠. 버리는 것 보다 얻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일 때, 퀄리티(지혜)가 점점 올라가겠지요. ㅎㅎ
  13. 머미
    그 무섭다는 레진씨 병...
  14. 추리소설마니아
    정말많이읽으셨네여
    히가시노 게이고류의 추리소설 이나 작가 아시면 추천해주세요
  15. 지나가며
    예전에 그 유명했던..Hotwind를 1호부터 보관했더랬죠...ㅡㅡ...(90년대 초반이었으니...오래전 얘기네요...)...근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군대서 휴가나온 친구넘을 줘 버렸답니다...친구넘 생각해서 가져가면 고참들 사랑받겠구나...하고...치워버리니...책장 한칸이 비더군여...ㅡㅡ...딸감이 줄어들긴 했지만...모...나름 불알친구 생각해줬다고...근데...그넘이 그런거 안 좋아하는 넘이라...집에 두고 복귀 하는 바람에...친구 어머님이...다 버려버리셨다능...ㅡ,.ㅡ...
  16. 룸펜
    제 책은 어찌 됐나요...
  17. KLK
    BKJ;LBJK;.GJK;VUYIDY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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