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 대화편소개팅 - 대화편

Posted at 2006. 7. 20. 17:30 | Posted in 수령님 생활일지
* 2년전에 쓴 글입니다.

대화는 힘들다.

이건 명제다. 대화는 결코 쉬울 수 없다. 오죽하면 대화의 심리학 원제는 Difficult conversation이겠는가. 기표로는 기의를 담아낼 수 없을 뿐더러 청자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왜곡된다. 이해하려는 부단한 노력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 할 수 있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러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자기 맘에 맞게 해석한 후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다.

특히 처음 만나는 이와의 대화는 결코 쉽지 않다. 다소 건방져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로 스트레스받고 머리가 빠지는 이들을 위해 내 경험을 토대로 대화의 방법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제1장. 가벼운 공통 화제거리를 찾아라

난 12년간의 정규교과 과정 중 수업을 들은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유독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초등학교 때 배운 '낯선 이와 대화를 할 때는 일상적인 화제거리를 꺼내라' 는 부분이다. 교과서에서는 '날씨'를 예로 들고 있는데 사실 사람들 날씨에 그다지 신경쓰고 지내지 않는다. 그렇기에 좀 더 현실적인 공통의 관심사를 꺼낼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공통의 관심사, 아무리 찾아도 하나 뿐이다.

"월급 얼마에요."

-_-......

"얼마에요."

"안 가르쳐줘요."

"이봐요, 난 가르쳐 줬다고요."

"우리 엄마도 몰라요."

강적이다. 나의 속사 3연타에도 꿈쩍없는 저 태도. 이는 죽음 앞에서도 의연하던 유관순 열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나 역시 독함 하나로 이 세상을 살아온 남자다. 오죽하면 사막이 아니라 우주 공간에 버려져도 살아남을 놈이라 불렸겠는가?

"우리는 서로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그렇죠?"

-_- (전혀 동의하지 않는 표정)

"그리고 우리의 현실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뭐겠어요, 돈이죠?"

-_- (더더욱 동의하지 않는 표정)

"얼마에요."

"절대 말 안 해요."

확실히 강적. 여기서 더 쑤셔봐야 긍정적인 반응이 나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리고 나의 가뜩이나 없는 이미지만 마이너스 될 뿐이다. 이럴 때는 제빨리 화제를 바꿀 필요가 있다. 세 번 중 한 번만 성공하면 강타자가 아닌가? 이제 겨우 한 번 실패했을 뿐이다.


제2장. 칭찬은 공룡도 춤추게 한다.

"혹시 연예인 닮았단 소리 좀 듣지 않아요?"

"누구요?" (눈빛이 바뀐다)

"박선영 닮은 것 같은데요."

"박선영이 누구죠?"

"그... 지하철에 이상한 채팅 광고 나오는 애..." (이거 말고 기억이 안 났다...)

-_-......

"하여간 뭐... 그렇다고요."

"사실 저 연예인 닮았단 소리 많이 들어요." (살짝 맛이 간 눈빛으로)

"그래요? 누구?" (아무 관심 없지만 관심 있는 척 해야한다)

"어릴 때는 이영애 닮았단 소리 좀 들었고..."

-_- (관심있는 척 하던 표정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아니아니... 그 때는 이영애도 좀 촌스러웠으니까..." (애써 수습하려 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_-(어거지로 표정을 바로 잡는 중)

"그리고 보아." (목소리에 굉장히 힘이 실렸다)

"아, 그건 좀 닮았다."

^-^ (표정이 아주아주 화사하게 변한다, 정말 단순하다)

"그리고 또?"

"또 전지현 닮았단 말도." (아주 신이 났다)

-_-... (얼굴이 아주아주 뭉개졌다)

;;;; (수습할 엄두도 못 낸다)

"음식이 참 맛있네요..."

"네..."

"걱정하지 말아요, 전 연예인 닮았다는 소리는 커녕 지 멋대로 생겼다는 소리만 들어요."

-_-......

또 실패했다. 그녀의 도를 넘은 자뻑에 칭찬 작전도 무너지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 제 3단계, 마지막 작전을 펼쳐야 한다.


제3장, 상대방의 관심사를 이끌어내고 경청하라.

스티븐 코비도 먼저 들을 줄 아는 경청을 강조한 바 있다. 이는 매우 쓸만한 화법이다. 누구나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상대에게 호감을 가진다.

상대방에게서 말을 내뱉게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의 관심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난 이런 경우를 위해서라도 각 분야에서 조금씩의 교양은 쌓으려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잡기에 능하지는 못할지언정 어떤 이야기건 상대방과 통할 수준은 된다. 사실 이렇게 잡식 쌓아두지 않더라도 상대방이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잘 이끌기만 하면 대화는 매우 순조롭게 이루어진다. 즉 이 대화법은 대화에의 '필승'법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 여자는 예외의 경우를 잘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_-

"보통 집에 가면 뭐해요?" (관심사를 유도하기 위한 좋은 질문이다)

"음... 운동가거나 만화책 보거나..."

"만화? 어떤 만화 좋아해요?" (여자들과 이야기할 때를 대비해 순정만화도 꽤 봐 두었다)

"음... 이것저것 보긴 봤는데 읽는 속도가 좀 느려서 많이는 못 봤어요."

"뭐 느려봐야 만화책인데요, 뭐."

"한 권에 한 시간 정도면 그래도 느린 편 아닌가요?"

-_-......

잠시 할 말을 잊었다. 한 시간이면 럭키짱 전질을 볼 수 있는 시간인데 그 동안 한 권이라! 책의 장점 중 하나가 영상매체에 비해 빠르게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데 이 여자는 그 명제를 완전히 뒤엎고 있었다. 솔직히 만화책의 한자한자를 '이 글자는 폰트가 무엇이며 크기는 얼마로다' 파악하고 한컷한컷을 '이 뎃셍은 어디에 힘을 많이 기울였으며 이 효과는 무엇을 노린 것이로다' 라고 파악해도 한 시간에 한 권은 더 읽을 듯한데...

"집에 컴퓨터 없어요?" (만화는 안 되겠다 해서 새로운 공감대를 찾기 위해)

"있는데 들여놓은지 세 달째 인터넷을 안 깔았어요."

"TV는요?" (사정상 TV는 못 보지만 국내 5대 스포츠 찌라시를 통해 왠만한 프로는 마스터하고 있다)

"있는데 유선을 안 깔았어요."

인간이냐...... -_-......

-_-......

"장식용으로 별 걸 다 쓰는군요."

-_-......

"음... 어떤 거 좋아하세요, 취미라든지." (결국 직접화법을 쓰게 만들다니... 대단한 여자다)

"음... 지금은 아닌데..."

"음... 지금은 아니고 예전은 뭐죠?"

그녀의 답변

"저 리니지 좋아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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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4
    어서..어서! 다음을 올려주삼!!!
    플리즈~
  2. 흥미진진... 기대를 저버리신다더니만....^^*
    스킨이 바뀌었네요~ 귀여운 스킨으로^^
  3. 엘윙
    헉. 여기 어떻게 이렇게..천진난만하고 밝고 영롱하게 바뀐것이죠? ㅇ-ㅇ??
  4. 은하
    태클은 아니지만 럭키짱으로 대표되는 김성모 만화는 적절한 예가 아닌듯?!ㅋ
    그 만화 사람들 거의 스킵하듯 읽지 않나요. ㅎㅎㅎ

    전 30분에 만화책 1권 읽는 속도에요;

    아무튼 다음 편 기대~
  5. 2년전에 썼다는 설명이 승환님의 포스를 느끼게 해줍니다.
    그나저나 코멘트 창에 붙어있는 개 닮은 곰과 노는 소년의 그림은 승환님의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인가요? -_-;
  6. 해성
    저런 여자랑 사귄다구요?
    재미없는데, 다른 여자를 찾아보심은 어떨런지...ㅋ
    게다가 승환님과는 전혀-

    근데, 이 블로그 왜이렇게 정신이 없어졌어요?ㅎㅎㅎ
    • 2006.07.22 11:50 [Edit/Del]
      어쩌다가 벌써 사귀는 것으로 -_-
      블로그 정신없는 것은 스킨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서 바꿔야지;;;
    • 해성
      2006.07.22 13:57 [Edit/Del]
      대화하려는 이유가 그런게 아니었었는지.
      굳이 주인공이 여자인 이유가...
      꼭 소개팅 나가 이야기 하는 것 같군요.

      결론은 제 머리속 진도가 너무 빨리 나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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