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전에 쓴 글입니다.
이후 그녀는 한 명의 연극 배우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관객이 되었다.
극은 단 한번도 무대에서 이뤄진 적이 없는 실험극이었다. 우선 관객은 배우가 하는 행동과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그럼에도 배우는 끊임없이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한다. 관객은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음에도 맞장구를 쳐 주어야 한다. 즉 이것은 배우가 관객에게 잘 보이려 하는 형태가 아닌 관객이 배우에게 잘 보이려 하는 오디션에 가까운 연극이다. 아니, 어느 쪽이 배우이고 어느 쪽이 관객인지조차 알 수 없는 연극이다. 이것은 무어라 규정지을 수 없는 예술이다. 이것은 예술이라고조차 규정지을 수 없는 무언가다.
말이 좋아서 그렇지, 리니지 이야기 따위 하나도 못 알아먹겠다는 뜻이다.
"제가 리니지를 처음 시작한 것은 서버가 하나일 때부터였어요." (아주 행복한 표정)
"이야, 빨리 시작했네요." (웃음을 띈 채 맞장구)
"네, 저 때는 정말 하는 사람 얼마 없었는데."
"여자라서 잘 나가셨겠어요." (영업스마일)
"네, 그 때는 서로 아이템 주려고 난리였어요."
"하하, 그 세계가 다 그렇죠. 뭐."(호탕한 웃음)
"흑... 그런데 요즘은 들어가도 여자가 워낙 많아서..."
그녀의 표정은 아쉬움으로 넘치고 있었다! 대체 이런 공감 안 가는 대화 속에서도 그녀의 표정만으로도 모든 감정이 전해지는 듯했다. 이는 예쁘건 못났건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눈빛에 인종이 있겠는가, 나이가 있겠는가. 그녀의 눈빛 뿐 아니라 온 몸에서 아쉬움의 오오라를 내뿜고 있었다. 난 상대방의 감성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엄청난 아쉬움이 내 몸 속을 파고들어 타는 목마름을 느끼게 했다.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여전히 내 주변 세계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와 그녀만이 있었다. 이미 나와 그녀의 주변은 리니지의 성벽이 너무나도 굳게 서 있었다.
체감시간 10분 경과
"레벨이... 45였던가?"
"그렇게 오래 하고요 -_-?"
"네, 전 사냥 정말 못해요."
"대체 잘 하는게 뭐죠 -_-..."
-_-......
"음... 얼마나 못 하길래..."
"다섯 시간동안 사냥만 했는데 경험치가 떨어진 적도 있어요."
-_-......
"전 보통 여기서 채팅하고 놀거든요."
"네, 그렇군요... 하하..." (뛰어난 연기력의 억지웃음)
체감시간 20분 경과
"리니지 하다 보면 별 일이 다 있어요."
"하하, 어딜 가도 재밌는 일이 많죠." (표정을 숨기기 위해 허벅지를 꼬집으며 웃음)
"가끔 그 안에 있는 캐릭터들끼리 결혼도 해요."
"하하... 네..." (미친 놈들 -_-...)
"그러면 하객들이 온갖 마법을 쓰면서 축하해주죠."
"음... 화려하겠군요."
"네... 그런데 제가 마법을 엉뚱한 데 써서 신랑신부가 죽어버린 적도 있어요."
-_-...... (대체 제대로 하는게 뭐냐)
체감시간 30분 경과
"리니지가 말이죠..." (엄청 흥분되고 격양된 표정)
"네..." (그 표정을 보자 눈 앞에 제이슨이 도끼를 들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알아들을 수가 없음)
-_-...... (슬금슬금 눈도 풀리기 시작한다)
"음... 못 알아듣겠어요?"
"네..." (말이라고 하냐 -_-)
"아... 역시..."
그녀는 또 다시 아까와 같은 아쉬움이 넘치고 질질새며 널브러지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아까와는 반대로 사랑스럽기는 커녕 옆에 산신령이 있다면 당장 도끼 삼종세트를 구입해 내리찍고 싶었다. 분명히 같은 한국어를 쓰는데 소통이 안 되는 기이한 상황이었다. 이것이 바로 부르디외가 이야기한 '문화자본'의 차이인가! 오락 좀 안 한다고 이렇게 이야기 안 되는 상황이라니, 신기하기 그지 없었다. 결국 난 어떻게든 대화를 돌리지 않으면 살인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팅하려면 아예 세이클럽에서 하는 건 어때요?" (화제 전환)
"그런 건 싫어요." (단호하게)
"리니지는 왜 좋죠?"
"음... 그건 계속 만나게 되잖아요."
"채팅도 계속 만날 수 있어요."
"리니지는 하루 종일 붙어 있잖아요."
-_- (인간이냐...)
그러면서 그녀는 다시금 리니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유영철이 옆에 있다면 당장이라도 갖다바치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러갔다. 이미 내 영혼은 육신을 이탈한 지 오래였다.
이후 그녀는 한 명의 연극 배우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관객이 되었다.
극은 단 한번도 무대에서 이뤄진 적이 없는 실험극이었다. 우선 관객은 배우가 하는 행동과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 그럼에도 배우는 끊임없이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한다. 관객은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음에도 맞장구를 쳐 주어야 한다. 즉 이것은 배우가 관객에게 잘 보이려 하는 형태가 아닌 관객이 배우에게 잘 보이려 하는 오디션에 가까운 연극이다. 아니, 어느 쪽이 배우이고 어느 쪽이 관객인지조차 알 수 없는 연극이다. 이것은 무어라 규정지을 수 없는 예술이다. 이것은 예술이라고조차 규정지을 수 없는 무언가다.
말이 좋아서 그렇지, 리니지 이야기 따위 하나도 못 알아먹겠다는 뜻이다.
"제가 리니지를 처음 시작한 것은 서버가 하나일 때부터였어요." (아주 행복한 표정)
"이야, 빨리 시작했네요." (웃음을 띈 채 맞장구)
"네, 저 때는 정말 하는 사람 얼마 없었는데."
"여자라서 잘 나가셨겠어요." (영업스마일)
"네, 그 때는 서로 아이템 주려고 난리였어요."
"하하, 그 세계가 다 그렇죠. 뭐."(호탕한 웃음)
"흑... 그런데 요즘은 들어가도 여자가 워낙 많아서..."
그녀의 표정은 아쉬움으로 넘치고 있었다! 대체 이런 공감 안 가는 대화 속에서도 그녀의 표정만으로도 모든 감정이 전해지는 듯했다. 이는 예쁘건 못났건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눈빛에 인종이 있겠는가, 나이가 있겠는가. 그녀의 눈빛 뿐 아니라 온 몸에서 아쉬움의 오오라를 내뿜고 있었다. 난 상대방의 감성에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이번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엄청난 아쉬움이 내 몸 속을 파고들어 타는 목마름을 느끼게 했다.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며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여전히 내 주변 세계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와 그녀만이 있었다. 이미 나와 그녀의 주변은 리니지의 성벽이 너무나도 굳게 서 있었다.
체감시간 10분 경과
"레벨이... 45였던가?"
"그렇게 오래 하고요 -_-?"
"네, 전 사냥 정말 못해요."
"대체 잘 하는게 뭐죠 -_-..."
-_-......
"음... 얼마나 못 하길래..."
"다섯 시간동안 사냥만 했는데 경험치가 떨어진 적도 있어요."
-_-......
"전 보통 여기서 채팅하고 놀거든요."
"네, 그렇군요... 하하..." (뛰어난 연기력의 억지웃음)
체감시간 20분 경과
"리니지 하다 보면 별 일이 다 있어요."
"하하, 어딜 가도 재밌는 일이 많죠." (표정을 숨기기 위해 허벅지를 꼬집으며 웃음)
"가끔 그 안에 있는 캐릭터들끼리 결혼도 해요."
"하하... 네..." (미친 놈들 -_-...)
"그러면 하객들이 온갖 마법을 쓰면서 축하해주죠."
"음... 화려하겠군요."
"네... 그런데 제가 마법을 엉뚱한 데 써서 신랑신부가 죽어버린 적도 있어요."
-_-...... (대체 제대로 하는게 뭐냐)
체감시간 30분 경과
"리니지가 말이죠..." (엄청 흥분되고 격양된 표정)
"네..." (그 표정을 보자 눈 앞에 제이슨이 도끼를 들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알아들을 수가 없음)
-_-...... (슬금슬금 눈도 풀리기 시작한다)
"음... 못 알아듣겠어요?"
"네..." (말이라고 하냐 -_-)
"아... 역시..."
그녀는 또 다시 아까와 같은 아쉬움이 넘치고 질질새며 널브러지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아까와는 반대로 사랑스럽기는 커녕 옆에 산신령이 있다면 당장 도끼 삼종세트를 구입해 내리찍고 싶었다. 분명히 같은 한국어를 쓰는데 소통이 안 되는 기이한 상황이었다. 이것이 바로 부르디외가 이야기한 '문화자본'의 차이인가! 오락 좀 안 한다고 이렇게 이야기 안 되는 상황이라니, 신기하기 그지 없었다. 결국 난 어떻게든 대화를 돌리지 않으면 살인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팅하려면 아예 세이클럽에서 하는 건 어때요?" (화제 전환)
"그런 건 싫어요." (단호하게)
"리니지는 왜 좋죠?"
"음... 그건 계속 만나게 되잖아요."
"채팅도 계속 만날 수 있어요."
"리니지는 하루 종일 붙어 있잖아요."
-_- (인간이냐...)
그러면서 그녀는 다시금 리니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유영철이 옆에 있다면 당장이라도 갖다바치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한 시간이 흘러갔다. 이미 내 영혼은 육신을 이탈한 지 오래였다.
'수령님 생활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숨겨진 터프함과 카리스마 (14) | 2006.08.07 |
---|---|
소개팅 - 결말편 (4) | 2006.07.22 |
소개팅 - 방백편 (15) | 2006.07.21 |
소개팅 - 대화편 (16) | 2006.07.20 |
소개팅 - 만남편 (11) | 2006.07.19 |
모든 것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아름답다 (12) | 2006.07.15 |
저도 예전에 같은 게임했던 사람들 만나면 정말 반갑답니다.
만약 그 여자분께 정말 관심이 있으셨다면, 리니지를 시작하시는 것도 -_-;; 좋습니다. 비록 그날부로 폐인이 되겠지만여.
참 희한하기도 한 스킨이네요..
언제나 글이 참 미려하십니다. 부럽습니다 ioi
그건그렇고, 처음에 소개팅 '빅뱅(Big bang)편'이라고 봤습니다.
제목도 그게 더 맞아보이네요.
글쓰기 버튼을 찾기까지 고생을 했습니다.
(독백) 늙어가는걸까.. (먼산)
(블로그를 임시오픈했습니다. 놀러와주세요..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