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브런치를 먹는다악마는 브런치를 먹는다

Posted at 2010. 11. 7. 23:53 | Posted in 수령님 생활일지
요즘 일을 좀 많이 한다. 새벽 4~5시까지 고요한 시간을 틈타 일하다보니 아침에는 좀 쉬는 편. 주말인지라 아침은 완전히 놀려고 작정하고 드러누웠는데 휴대폰에서 울리는 벨소리... 발신자에 떠 있는 분은 골드미스 잘깨지는 누님이 아닌가?


잘깨져 : 승환아, 뭐하니?

리승환 : 잉여답게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습니다(...)

잘깨져 : 역시 가진 건 잉여력밖에 없네. 브런치나 먹지 않겠니?

리승환 : (브... 브런치...)


밖에서 밥 먹기 귀찮아하는 나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브런치는 뉴요커의 상징 아닌가?


30분 내에 가겠습니다... 라는 대답으로 통화는 끝났고, 나는 뉴요커답게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하고 드라이까지 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뉴욕은 역시 지하철이지... 라는 생각으로 걸어가도 비슷하게 걸리는 이태원으로 향하는 6호선 지하철에 올랐다. 아침이라 그런지 할렘의 냄새는 거의 느껴지지 않고 상큼한 냄새가 나를 반겼다.

그리고 별 다섯개가 아닌 5.0점에 빛나는 브런치 집으로 향했다. 춥고 서비스 엉망이니 가지마


그리고 누님의 테이블에는 뭔가 먹음직스러운 것이 차려졌고...

나의 테이블에는 중세 노동자들이 즐겨 찾던 스프가 등장했다.


리승환 : 오오... 이것이 바로 브런치라는 것이군요. 하악하악...

잘깨져 : 니 생애 최초의 브런치로구나. 맛있게 먹으렴.

리승환 : 왠지 저같은 가난뱅이에게는 최후의 브런치가 될 것 같군요. 으흐흑...

잘깨져 : ......


오랜만에 '멸시'라는 시선이 느껴졌다. 마리 앙뚜아네뜨가 시민들을 저런 시선으로 바라보았겠지. 마치 누님의 눈은 이렇게 말하는 듯 했다. '브런치가 없으면 꽃등심을 먹으면 되지 않겠니?' 하지만 꽃등심은 말 그대로 냄새를 즐겨야 하는 꽃일 뿐, 세상에 실재하는 게 아닐텐데... 여하튼 대화가 이어졌다.


리승환 : 제가 왜 여자가 없는 겁니까!

잘깨져 : 생각해 봐. 너 돈도 없지, 능력도 없지, 착하기를 하니, 순수하기를 하니, 집안도 별로고, 외모도 구리잖아?

리승환 : ......


아... 여자를 때리고 싶어졌다... 하지만 난 신사니까 논리적인 검토를 시작했다.



1. 돈이 없다

리승환 : 제가 돈이 없다고요? 

잘깨져 : 돈 많은 놈이 브런치 하나 사 준다는 말에 발정난 숫캐처럼 뛰어 왔겠니?

리승환 : 워렌 버핏이 존경하는 투자자 필립 피셔는 이렇게 말했죠. "당신이 투자자라면 미래에 돈을 벌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에게 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 당장 돈이 있는 사람에게 투자할 것인가?" 지금 당장 돈이 중요한가요?

잘깨져 : 중요해.

리승환 : ......

잘깨져 : 먹으렴...



2. 능력이 없다.

리승환 : 제가 능력이 없어 보이나요?

잘깨져 : 음... 글은 잘 써. 

리승환 : 그리고요?

잘깨져 : 잉여력이 넘쳐.

리승환 : 또요?

잘깨져 : 먹으렴...



3. 착하지 않다.

리승환 : 저 얼마나 착한데요. 기부금도 꼬박꼬박 내고 인터넷 주인찾기도 하고...

잘깨져 : 그건 착한 게 아니라 의식 있는 거란다.

리승환 : 음... 걸인들에게 돈도 잘 줘요.

잘깨져 : 그 밖에 다른 할 말은 없니?

리승환 : ......

잘깨져 : 먹으렴.



4. 순수하지 않다.

리승환 : 제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순수해요.

잘깨져 :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거니?

리승환 : 순수하니까 망설임 없이 블로그에 그런 글들도 올리죠.

잘깨져 : 그건 순수한 게 아니라 병신같은 거란다...

리승환 : ......

잘깨져 : 먹으렴.




5. 집안이 별로다

리승환 : 아버지는 고대 출신에 영남 출신이죠. 소망교회만 나왔으면 그야말로 킹왕짱.

잘깨져 : 집에 돈 있니?

리승환 : ......

잘깨져 : 땅은 좀 있니?

리승환 : ......

잘깨져 : 먹으렴.



6. 외모가 딸린다.

리승환 : 저 좀 잘생기지 않았어요?

잘깨져 : ......

리승환 : 그리고 어깨도 넓고 적당히 마른 몸매죠.

잘깨져 : ......

리승환 : 그리고...

잘깨져 : 먹으렴.

하지만 하이에나 근성으로 끝까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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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전 댓글 더보기
  2. 하지만 수령이잖수..?
    뭐 대잉여들의 수령이긴 하지만...
  3. 란돌
    착하고 순수한데 돈이 많지않아서 그럼
  4. 마저 쓰시면 마저 댓글을 남기죠 ㅋㅋ
  5. 생각해 봐. 너 돈도 없지, 능력도 없지, 착하기를 하니, 순수하기를 하니, 집안도 별로고, 외모도 구리잖아?

    -------------------------

    솔직히 저도 위에 것들이 없어서 그렇다 생각되는데..

    만약 모든 조건이 다 채워지는데도 안 생긴다면?


    ..............그래도 안 생겨요 ㅠㅠ
  6. 지나가며
    다 그렇게 게이가 되어가는 겁니다...
  7. 뭐랄까, 다분히 현실적이군요 -_-;
  8. 연막작전을 펼치긴했지만 결국 본론은 브런치 먹은거 자랑한거잖수!!
  9. Bonafider
    근데 정말 브런치 별로? 저기 한국뜨기전 나름 브런치로 유명한 곳으로 알려져서 가보고 싶긴했는데 못갔었다는...
  10. 찌질이들의 대수령 가카, 가카에 못지않은 찌질이인 저를 부수령으로 임명하시죠(...)
  11. 아니 뭔가 눈에서 뜨거운 물이..
  12. 그래도 그렇게 브런치 사주는 연상여자님이 있다...

    고 해도 안부러움 ㅋㅋ


    역시 정말 하나는 완전 통하는 군요..
    저도 정말로 순수하거든요!!!!!!!! ㅎㅎㅎㅎㅎㅎㅎ
  13. 아직도 눈물을 흘릴 나이라니... ㅠㅠ
  14. ㅎㅎㅎ
    재밌습니다. 역시 글은 잘 쓰시는군요. :)
    저는 아직 브.런.치. 라는것이 뭔지도 모릅니다.
  15. 가만... 돈, 능력, 착함, 순수함, 집안, 외모 중에 제가 뭘 가지고 있어서 결혼을 한 걸까요?
    ...
    울 마눌님이 착한 건가... OTL
  16. 마오
    아... 나도 안 되겠구나... ㅠㅠ
  17. kogibritz
    아점은 아는데 브런치는 뭘까요ㅋㅋㅋ
  18. 왠지 좋은 글이군요.
  19. 인정. 승환님 잘생기셨어요.
    인증샷이라도 올리고 싶으나.. 분명 절 고발하고 돈 뜯으실 거 같아서 참겠습니다.
  20. 지나가며
    수령은 잘생긴 마법사임...다만 잘생기기만 했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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