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성공은 인문학 때문?애플의 성공은 인문학 때문?

Posted at 2010. 11. 21. 17:45 | Posted in 예산낭비 문화부
오늘도 사랑스러운 heterosis옹께서 열폭을 시작하셨다.

 완초 과학자 김우재 
그러니까 내가 보기에도 잡스의 인문학(리버럴 아츠)와 기술의 교차점 드립은, 애플이니까 되는거다. 유럽이 세계를 먹고 난뒤에, 우리를 키운건 과학이었어! 하는거랑 같다고. 성공한 기업이니까 저런 허세를 부릴수 있는거겠지. 그러니까 속지들 말자구요. 그래도 잡스는 '리버럴 아츠'라는 품격을 이야기하자나. 삼성 왕회장님은 지금의 삼성을 키운 원동력이 뭐라고 대외에 홍보하실겐가? "권위와 독재?" 그 교차점? 이런 엄청난 차이가 있는거라고.

 완초 과학자 김우재 
@ 
@ 한번 말해보세요.아이폰, 아이패드 나오는데 무슨 인문학이 필요한지?그냥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감성적으로 디자인하고 그런거 아님?그게 왜 인문학이라는 학문의 이름으로 도배되어야 하는거죠?그냥 사후정당화가 아니고? 그리고 잡스가 뭐 인문학 공부좀 한다던가요? ㄷㄷㄷ 전직원이 강유원 선생이 공부하듯 인문학 공부하나보죠? ㄷㄷㄷ 그렇다면 애플은 무서운 기업이겠군요.


평소에 생각해 오던 것이라 잠깐 끼어들어 이야기. 우선 liberal arts에 대한 번역 이야기가 필요할 듯 한데 '인문학'으로 퉁쳐버리는 것에서 이미 문제가 발생한다. 40대 아저씨에 따르면... 

우선, 스티브 잡스가 프리젠테이션할 때 사용한 'liberal arts'라는 말을 '인문학'으로 번역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liberal arts는 직역하면 '교양과목'이라고 한다. 보다 깊고 전문적인 '전공'공부를 하기 전에 학부에서 배워야할 필수적인 과목들을 일컫는 말로, 고대와 중세 시대의 유럽에서 쓰던 말에서 비롯됐다. 

liberal arts에는 시대에 따라 학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문법, 수사학, 논리학, 산술, 기하학, 음악, 천문학 같은 과목이 포함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는 인문학이라는 말의 맥락과는 좀 다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프리젠테이션에서 기술보다 훨씬 더 멀리 있는, 가야할 길이 훨씬 많이 남아 있는 분야로 표현한 것을 감안하면 이것을 '교양과목 또는 교양'으로 번역하는 것도 왠지 가벼워 보인다.

결국 문맥을 생각할 때 스티브 잡스는 '컴퓨터를 개발할 때 기술 못지않게 더 많이 공부하고 배워야 할 것은, 이과든 문과든 누구나 배워야 하는 기본적인 학문들, 특히 예로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적인 기초학문들을 더 많이 배우고 연구해야 한다, 우리는 항상 그것을 잊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말한 것으로 이해된다.

대충 우리가 흔히 쓰는 협의의 인문학이 아닌 광의의 인문학으로 볼 수 있다. 근데 이후 글은 애플의 UI와 인문학을 끌어맞추는데 난 여기 인문학이 굳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애플의 UI가 직관적이라는 점은 인정. 그런데 직관적임은 '판단이나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또는 그런 것'인데 요거랑 liberal arts가 뭔 상관이 있느냐면 글쎄요...

굳이 연관짓자면 '직관성'은 '인간에 대한 관찰'에서 생긴다고 볼 수 있겠다. 햅틱 이론을 내놓은 하라 켄야 교수는 '제품이 아닌 커뮤니케이션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송도국제도시를 건설한 존 포트만은 '디자인의 영감은 일상의 관찰에서' 일어난다고 했다. 광범위한 산업디자인과 건축이라는 분야는 전혀 다르지만 모두 애플과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인문학과 연관짓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애플의 인문학 드립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뭐 좀 쓰려고 하니까 고기 사준다는 이지호님이 이미 잘 써 주셔서...

 이지호 
@ 일단, '인문학'과 '인문학적'의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날 PT의 뉘앙스를 인문학 그 자체보다는 인문학적 고민에 관한 뉘앙스로 받았습니다. 

애플의 기술적 진보의 토대는 사용자환경의 배려와 그에따른 개선을 통해 새로운 사용자경험을 제안하고 경험자로 하여금 컴퓨팅이 도구로서의 의미로 더 남게끔 한다는데에 있습니다. 이것은 결과론적인 마케팅 이용방법이 아니라 목적론적인 개발방법으로 보는게 더 맞습니다. 그 오래전부터 기기자체도 물론이거니와 Mac OS의 발전해온 과정을 흝어보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요. 직접 운영체제들을 사용해온 경험자라면 대단히 공감이 쉽습니다. 

잡스가 대단한것은 달변가이기 때문이지만, 더 대단한 수많은 애플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란 그들 스스로의 사유없이는 움직여지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애플사의 철학이 '더 쉽고 더 직관적인 통섭'과 '이유있는 변화 내지는 진보'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필요한곳에는 사유를 하게하고 필요하지 않은 곳에는 과감한 삭제를 하는 것. OS에서 타 운영체제들과의 비교를 통해 확연히 알 수가 있습니다. 


이거 워낙 정리를 잘 해 놓아서 굳이 애플의 인문학에 대해서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여튼 위의 글대로라면 딱히 인문학과 애플을 연관시킬 구석은 없어 보인다.  

난 그냥 이런 애플의 인문학 드립에 대해 잡스의 브랜드 파워라 생각한다. 구글과 MS는 애플 못지 않은 IT 기업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구글의 CEO가 누구인지 모르고, MS의 빌 게이츠를 닮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애플에 대해서만큼은 그 단점에 대해서는 모른채 영웅시하고 닮고자 한다. 

잡스는 현시대에서 대단히 '쿨'한 아이콘이다. 쿨의 정의에 대해서는 별의별 이야기가 다 있지만 많은 경우 '초연함'이 그 중심에 있다. 그리고 그 초연함은 결국 사람들이 몰두하는 것에서 벗어나 있어야 한다. 현 시대라면 모두가 경영, 경제, 투자 등에 몰두해 있을 때 협의이건 광의이건 인문학은 쿨 코드를 가지기에 충분하다. 애플과 인문학의 가장 큰 관계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인문학은 애플의 브랜드를 강화해주는 오브제가 아닐까?  
  1. 그럴듯하게 보이려는 짜맞추기..
    역시 머리는 잘 쓰는듯... 애플..
  2. 이거 좋은 글인데.... ㅋㅋㅋㅋ


    애플은 생각해 본적 없고 애플의 인문학드립이 드립일 뿐이라해도 역시 인문학은 생산성이 높다고 봄..

    톨킨이 있으니깐 ㅋㅋ
  3. 애플 UI 디자인은 직관적이지만, 그 디자인은 '직관'이 아니라 '과학'에서 옵니다. 심리학 하위 분과 가운데 human factor 어쩌고 하는 분야, 때때로 '인지공학' 등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분야가 있지요. 이런 개념이 채 정립되기 전부터 애플은 심리학자를 기업 중역으로 두고 연구 투자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이제까지 쌓아놓은 연구 결과를 학계에 내놓으면 파란이 일지 않을까 싶거든요. 이 사실이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이상하리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듯해서 저는 평소에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쩌면 잡스가 진실을 감추려는 인지조작 작전으로 개발해낸 것이 바로 '인문학' 드립이 아닐까 싶기도 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논의는 음모론으로… 응?)
  4. 이게 다 잡스가 거의 죽다 살아나서 현실왜곡장이라는 신내림을 받았기 때문임.
  5. 파편
    애플 검색하다 우연히 들어왔는데요. 미국에 있는 Liberal arts college들을 인문학 대학 또는 인문학적 대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Liberal arts에 대한 더 적절한 한국어 번역은 아마 여기에서 찾을 수 있을지 않을까 싶네요. http://sovidence.textcube.com/179
  6. 음... 뭐... 국내에서 유명한 문구하나가 생각나네요....

    "성공한 덕후는 깔 수 없다 ㅠㅠ"


    그리고 잡스가 애플을 다시 떠나면...애플은 예전처럼 돌아 올 꺼 같아요..
  7. !@#... 잡스가 'liberal arts'로 종종 들었던 사례는 서예죠.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컴과 전혀 관계없이 그냥 해보고 싶어서 서예를 배웠는데, 그게 사실 나중에 맥에서 유려한 폰트를 중시하는 접근으로 합쳐졌다고. 한국에서 인문학을 이야기할 때(예: '인문학의 위기') 쓰는 범주와는 상당히 다르죠. 애플이 인문학을 자사브랜드에 동원하는 것 이상으로, 사실은 한국에서 애플의 '인문'을 자신들의 위기타개책으로 전용하려는 움직임이랄까.
    • 2010.11.24 00:54 신고 [Edit/Del]
      정확한 예시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문학의 위기타개책이라기에는 신문들이 알아서 받아 썼으니;;; 그냥 그 뜻을 이해 않고 적당히 번역한 것 같아요.
  8. 바른손
    한국에서 저 이야기가 왜 인문학드립으로 들어가느냐 하면...

    요즘 인문학 종사자들 밥벌이가 힘들죠.

    그러니 이런 떡밥은 우선 물고... 밥꺼리로 만드는거죠.

    it 분야에도 인문학이 필요하다 하면서... 이게 먹히면 어떤 콩고물 받을지는 모르는거니깐.

    인문학 공부하는 ceo 이런 컨셉으로 책도 꽤 판 전적이 있고요.

    뭐 그런거에요.

    국내에서 인문학 팔려면 이런 방식밖에 없잖아요.
    • 2010.11.24 00:55 신고 [Edit/Del]
      위 댓글처럼 시작은 그렇지 않았으나, 끝은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된장심 덕택에 광의의 인문학 수요는 확대되리라 생각해요. 협의의 인문학자들이 현실 영역에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 문제가 있을 뿐이죠.
  9. 뭔가 했더니 저 글을 이렇게?
    이렇게 띄워주면 꽃등심 1등급 드실 줄 알고..
    우리는 미쿡 소 먹을거에요. +_+
  10. 그러니까 우리 모두 잡스에게 농락당하고있다능

    그래서 전 애플이 싫다능. 애플빠는 더더욱 싫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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