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셧다운 제도는 절대악일까?게임 셧다운 제도는 절대악일까?

Posted at 2011. 1. 7. 14:17 | Posted in 폐인양성소 게임부
생각보다 게임이 무섭다는 건 인정하고 들어가자. 특히 온라인 게임은 그렇다.

왜냐면 비용이 거의 제로이기 때문이다. PC + 초고속인터넷은 이제 극빈층이 아닌 한 고정비용이라 보아야 하는데, 이 경우 온라인게임은 거의 돈 한 푼 안 들이고 즐길 수 있다. 예로 피망 맞고 오링 -> 한게임 맞고 오링 -> 넷마블 맞고 오링 등등...

돈보다 더 대단한 것은 함께 놀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비용 역시 제로라는 것. 예전 어릴 때는 놀이터에 가면 아이들이 모여 있어서 같이 공 차고 놀고는 했는데 숫자가 안 맞으면 대략 난감했다. 내 기억에 4:4로 운동장에서 축구한 적도(...)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접속하면 놀 준비가 되어 있는 잉여들이 가득하다.



사람을 찾기 쉬운 정도를 넘어서 그들간 네트워크 효과가 엄청나다. 20년 전 놀던 꼴을 생각해 봐라. 그 때 본인은 한 자리 수 나이를 넘은 10살이 되어 인생의 의미에 대해 고뇌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시시껄렁한 야구 잡담, 연예인 잡담을 떨고 있었다. 그리고 집에 가면 이제 부모님과 하하호호 거렸고. 게임 좋아해봐야 별로 이야기할 곳이 없었다는 이야기. 그런데 이제는 애들이 단체로 게임질을 하고 있는데다가 여기 주인장처럼 친구가 없으면(...) 그냥 온라인으로 떠들면 그만이다. 

덤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점도 엄청나다. 시간 맞춰서 봐야 하는 TV는 시간 맞춰서 봐야 한다. 운동은 밤에 하기 힘들다. 야구는 저녁, 밤에만 볼 수 있다. 전시관도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러나 게임은 그냥 원할 때 접속하면 그만이다. 또 PC만 있으면 집이건 PC방이건 가능하고...



결론은 요즘 게임이 예전 게임이 아니고 졸라 폐인되기 좋은 구조라는 것... 반대의견은 꽤 곱씹어볼만하지만 완전히 받아들이기는 뭐하다. 두 부분으로 잘라보자.

12월22일 문화연대가 주최한 청소년 토론회 '청소년 게임 이용의 법률 규제, 무엇이 문제인가'에 참석한 김성호군(14)은 "새벽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공부시키며 우리의 잠과 건강을 해치는 학교ㆍ학원ㆍ학부모, 입시 경쟁 위주 사회가 갑자기 청소년의 건강권과 수면권을 보장해준다며 게임 규제를 얘기하는 상황이 어이가 없다"라고 말했다. 

위 글은 둘로 나누어봐야 하는데 미스에이식으로 '어이가 없는' 이유 중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우리 나라 교육제도와 사회구성이 개같은 건 사실이지만, 밤새 게임을 하는 부작용이 만만찮은 것 역시 사실이라고 봄. 더군다나 데이터가 필요하겠지만 이 피해계층은 아마도 중산층 이상보다는 이하일 거라 생각하는데 중산층 쪽이 좀 더 다양한 놀이 도구를 획득하고 있고, 그것에 길들여졌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 건강권·수면권이란 표현은 좀 웃긴데 그냥 '폐인양성을 막기 위해'라고 할 것이지;

김태균 평등학부모회 대표도 "아이들이 게임에 과몰입하는 원인은 과도한 학습과 경쟁, 대안 놀이 인프라 부족 등이 원인인데, 무조건 게임 규제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배가 가려운데 등을 긁는 격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나라가 미치도록 공부 시키는 것은 사실인데 이게 꼭 게임으로 흐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보고 대안 놀이 인프라족은 적절한 지적이다. 문제는 대안 놀이에 생각보다 돈이 든다는 것. 이게 정부 차원에서 들어가 주면 좋은데 안 된다면? 당연히 애들은 게임을 한다. 돈 안 들고 사람 안 모아도 되고 떠들 곳도 많고 시공간의 제약도 없으니 게임은 참 편리하거든. 



난 꽤 자유를 좋아하는 놈이다. 심지어 한나라당을 지지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인간에게는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0대의 음주가무룸살롱풀살롱안마방도 다 찬성하는데 내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어른이 되어서도 저 짓은 안 하는 게 좋지. 나만 해도 술담배로 뇌세포가 절반은 죽은 느낌인데(...) 

하지만 사회적으로 생각할 때 저 제도는 나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10대에게 술담배를 금지하는 이유는 뭐 공식적으로는 '자기결정권'을 사회적으로 부여하기에는 '미성숙'하기 때문. 솔직히 여기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홍대생은 미화원 쫓아낸다고 ㅎㅎ 거리고 있고 아저씨들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랬다가 이명박 때문이랬다가 왈왈거리고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어버이 연대였나 뭐(...) 

그럼에도 미성년자의 술담배 금지가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10대 때 엇나가면 당최 패자부활전이 불가능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 그러니까 대부분의 10대가 술담배에 빠져 병맛 인생을 살지는 않겠지만 극소수 10대의 막장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런 정책이 가능하다고 본다. 솔직히 이거 없었으면 내 인생은 이미 막장of막장으로 갔을 거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고. 못 믿으시겠지만 본인은 고딩 때 술담배와 거리가 멀었다. 돈이 없었거든(...)

여튼 게임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나는 눈에 덜 띄어서 그렇지, 게임이 인간을 막장으로 만들 확률이 술담배보다는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뭐, 어떻게든 빠져 나가려면 빠져 나갈 수 있는 건 맞다. 서버를 해외에 둔다거나 아니면 대체 게임을 찾아 나선다거나. 하지만 술담배도 하려면 다 한다. 얘네 인터뷰가 전혀 공감 안 가는 건 아닌데 니들이 무식하다는 게 아니라 어릴 때 막장이 될 수 있는 요소는 어느 정도 차단할 필요가 있기는 하다는 거...

짤방은 다 여기서. 공정이용이라 우겨 봅니다.



  1. J
    좋네요. 삶에는 함정이 많고, 그 함정에 유독 잘빠지는 종자들이 있기 때문에, 그 종자들이 어려서부터 함정에 깊게 빠지는걸 막기 위한 제도,규칙,규약 ... 이라고 보는게 옳겠지요.

    다 까놓고 가장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다른사람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생활을 영위하면서, 자유를 탐하지마... 정도? ㅋㅋ
    • 2011.01.08 20:39 신고 [Edit/Del]
      아직까지 사회 자체가 좀 천박해서리(...) 사실 삶 자체가 게임이 되도록 구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금씩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늘려나가고 거기서 즐거움을 얻는.

      댓글 보니까 어릴 때 선생에게 물었던 질문이 생각나네요. '부모에게 양육의 의무가 있나요?' ㅋㅋ
  2. 게임업계가 담합해서 부분유료화를 없애고 가격을 올리면 자연스레 문제는 해결됩니다(?)
  3. 게임보다 딴거에 의욕을 생기게 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모범답안은 한쿡에선 불가능하겠져??? ㅋ
  4. J님이 명언을 남기셨네혀

    "다른사람이 벌어다주는 돈으로 생활을 영위하면서, 자유를 탐하지마... 정도? ㅋㅋ"

    냉혹한 사회의 진리.. ㅠ
  5. 치킨맛
    안전 벨트 착용을 강제하는 것에도 저항감이 드는 저로서는

    어이없는 규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말씀하셨지만 자유의지를 '미성숙'을 이유로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이 참... 꽁기꽁기 하네요...
    • 2011.01.08 20:40 신고 [Edit/Del]
      미성숙한 어른들도 많지만 청소년이 '보호' 받는다는 것은 '최악의 상황'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는 보호라 생각합니다. 나이 먹어서 나이 먹은 사람 책임이라고 보지만도 않지만요.
  6. '건강권' '수면권' 이나 '절대악'이나 비슷한 개그코드 이지 싶다.
    전화번호는 왜 물어본겨?
    전화했던겨?
    술동무 사절이야-0-
    서른 넘어가면 금새 노후화 단계로 접어들더라. ^^;;
  7. 제가 평소 알고있던 승환님과는 많이 다른 포스팅이라서 사실 약간 놀랐습니다.^^

    절대적 자유주의자이신줄 알았거든요...^^

    재밌는 글 잘보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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