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하는 영어는 가짜 영어다말 못하는 영어는 가짜 영어다

Posted at 2006. 4. 9. 23:44 | Posted in 책은곧배게 학술부

 오랜만입니다. 감기는 나았지만 역시나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서야 주변정리가 다 끝나고 이제 직장만 어떻게 구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주의 좋은 소식은 간만에 장학금을 받은 것입니다. 어찌 보면 이제 공히 빈곤층으로 자리잡은 꼴이네요. 그보다 무슨 장학금이 운전면허도 아니고 1종, 2종이라는 괴상한 이름으로 나눠 주는지 모르겠어요. -_-

이미 수혜자가 된 지금 할 말이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장학제도가 어서 성적 위주에서 가정형편 위주로 확실히 바뀌었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점점 학력과 소득수준의 정비례 관계가 심해지는 게 각종 데이터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소득이 낮은 학생이 대학에 가면 일을 해야 하고 이래서는 학점을 잘 받을 터가 없거든요. 그런데 정작 형편에 문제가 없는 학생들은 돈의 압박을 받지 않고 공부해 장학금을 타가는 현상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요즘은 책을 읽기가 힘듭니다. 우선 아침에 수영은 물론 청강을 16시간이나 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깨작거리던 수준의 외국어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책은 커녕 수업만 마치면 진이 빠져버립니다. 그래서 그나마 하는 공부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하려고 영어공부에 관한 책을 몇 권 뒤적거렸습니다. 다들 비슷한 이야기를 떠들고는 있지만 그 중에서도 맘에 드는 책을 뽑으라면 오성호씨의 'Happy는 행복한이 아니다'와 문단열씨의 '말 못하는 영어는 가짜 영어다'가 괜찮았습니다. 오늘은 일단 문단열씨의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문단열씨는 잉글리쉬 카페로 스타덤에 오른 분입니다. 한국에 영어로 뜨신 분이 장로급으로는 정철, 오성식, 민병철씨가 떠오르는데 그나마 근래 매스컴을 통해 자리잡으신 소장파(?)를 꼽으라면 문단열씨 외에도 이근철, 이보영씨 정도가 생각납니다. 40대를 소장파라고 하니까 정말 민망하네요. 뭐 사실 욘사마처럼 한 번 쪼개면 여자들 우르르 쓰러지게 하거나 이효리처럼 허리 한 번 돌려주면 남자들 눈물 질질 싸게 하는 20대 대성공은 연예계나 있는 일이니 대충 소장파로 해 두겠습니다.

어쨌든 이 소장파 삼인방 중 이근철씨는 고3때 교육방송에서 처음 접했는데 정말 놀라우리만큼 활발합니다. 좋은 말로 활발한 거지, 오버가 심해서 학교생활 이렇게 하면 왕따당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문단열씨를 보게 되었는데 이 분은 한 술 더 뜹니다. 학교에서 이러면 왕따가 아니라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모자이크처리되어 뉴스에 나오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문단열씨의 '말 못하는 영어는 가짜 영어다'는 이 시끄러운 아저씨의 영어교육철학을 담은 책입니다.

책 내용은 제목이 보여주는 그대로입니다. '말 못하는 영어는 가짜 영어다' 두말할 가치도 없는 참인 명제입니다. 토익이 몇 점이고 토플이 몇 점이라고들 이야기하지만 외국인 앞에서 간단한 회화조차 못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게 현재 영어교육의 모습입니다. 기업들이 점점 토익점수를 무시하고 인터뷰를 강화하는 것도 이러한 '가짜 영어'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듯 합니다.

문단열씨는 이러한 벙어리 영어를 탈피하기 위해 과감하게 '말'을 중심에 가지고 오라고 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영어교육은 기본적으로 '읽기'를 선행하나 그렇다고 문단열씨가 읽기를 소홀히 취급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듣기와 읽기의 학습량이 매우 많아야만 말하기와 쓰기를 잘 할 수 있다고 수용단계를 매우 강조합니다. 즉 그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읽기에 앞서 말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질적인 '출력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익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말에 3S가 있다고 말하는데 그의 영어공부법 핵심은 이 3S에 있습니다. 3S하면 모두들 전두환 정권의 sex, sex and sex를 생각할텐데 문단열씨가 이야기하는 것은 sound, situation, structure입니다. 이 셋을 요약하면 상상력을 동원해 상황을 만들어보고 그 속에서 말하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다보면 구조는 자연스레 몸에 저장된다는 것입니다. 그의 말에 딱히 논거는 없지만 경험적, 직관적으로 생각해보아도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3S의 구체적인 지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Sound

소리부터 학습하면 즐거움이 높아진다.

영어에는 볼륨감이 있다. 반복을 통해 노래와 같은 흐름을 느껴라.

영어를 들리는대로 인정하고 분절음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마라, 영어가 우리말보다 빠르게 들리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소리충격을 활용하라,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를 인식했다면 그것을 확실히 새겨두도록 하자.

무엇보다 '몸'을 '반복'하라

Situation

현실은 3차원이다, 무엇이든 상황과 연관되어 있으며 또한 매우 중요하다.

상황을 그림으로 입력하라.

외국어공부에 현지만큼 좋은 상황은 없다. 이를 국내에서 극복하려면 접하는 모든 텍스트를 그림으로 그리고 저장하라.

단 하나의 문장이라도 머리 속 상상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고서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감정을 이입시키고 몸으로 반복하라.

Structure

문법이 아니라 문법책을 버려라

몸으로 받아들여라

한국은 문법교육에 70을, 소리에 20을 투자하지만 상황에는 투자조차 하지 않는다, 문법을 몰라도 구조를 통째로 받아들이면 말할 수 있다.

문장을 활용해 쓰려면 구조를 알아야 한다. 바꿔 끼우는 법만 알면 충분하다.

사실 영어는 초급 수준 패턴이 대부분 반복이니 말을 통해 문형에 익숙해지자.

이외에 문단열씨가 내세우는 방법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노트를 활용하라. 언젠가 써먹을 수 있겠다는 문장을 발견했을 경우 노트에 기재하라. 또한 이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표현이 떠오르면 가급적이면 자기 힘으로 영작해 노트에 기재하라. 어차피 우리가 쓰는 말은 다 뻔한 말이다.

말할 기회를 찾아다니고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을 구체적인 목표로 삼아라.

학습 프로세스가 없으면 현지에 가도 소용없다.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라.

꾸준히 많이 읽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흥미로운 텍스트를 잡자.

양 위주로 공부할 경우 여러 책을 동시에 보자. 특히 어휘집은 절대 한 권만 봐서는 안 된다.

토익 공부를 하더라도 말하기 학습 프로세스를 가동하라.


이러한 그의 영어교육철학을 보고나면 그가 왜 그렇게 방송에서 오버해대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왜 그런 오버가 그토록 기억에 남았는지도 이해가 가고요. 실제로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그의 뛰어난 강의솜씨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재미도 있고요.

하지만 이 책이 여타 영어학습 책보다 좋았던 점은 문단열씨의 영어습득 스킬 뿐 아니라 문단열씨가 지닌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점입니다. 사실 문단열씨는 반짝 스타가 아닙니다. 학원강사 경력만 15년이 넘는 중고신인 내지는 밤무대를 통해 가수가 된 격입니다. 어느 정도 이름을 얻은 후에도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운영하는 사이트를 문닫을지 고민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성공적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런 그의 글을 보면 자신감과 뚝심이 배어 있습니다. 비록 자신은 영어 전공자도 아니고 유학 한 번 가보지 못했지만 자기 학습법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모습을 보며 역시 성공하는 사람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학 열풍은 끝을 모르고 있고 저도 가끔 제 외국어 실력에 대한 답답함에 유학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통장 잔고 보고 바로 꿈을 깨지만 말입니다-_- 어쨌든 문단열씨의 말을 다시 한 번 빌려야겠는데 그는 외국어는 무엇보다 자신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그 자신감은 끊임없는 노력에서 나오는 것일테니 저도 이제 약한 생각 그만두고 일단 떠들어봐야겠습니다.

물론 밖에서 떠들면 개망신당할테니 거울을 보고 말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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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츄리   06/03/19 10:50 
동감합니다.

오늘 아침에 Xports에서 쿠바와 도미나카의 경기를 중계했는데, 그때 해설자가 다저스 부사장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중학생도 알아먹을듯 천천히 또박또박 한국식이라 생각될 정도의 발음으로 인터뷰를 하는데, 정말 잘 하더군요.

무엇이 영어를 잘 하는 것인지 생각하게 하더군요.영어를 잘하려면 꼭 완벽하게 해야한다는 강박이 있는것 같습니다. 언어의 목적이 커뮤니케이션이라는걸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dudadadaV   06/03/19 21:01 
기존의 문법책들을 봐도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가, 문법에 자꾸 '이유'를 갖다붙인다 거예요. 그건, '무엇이'에서 왜 조사를 '이'를 써야 하는거예요? -ㅁ- 와도 같다고 할까요; 외국어를 배울땐 '왜'를 따지지 않고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거죠. -_-;

근데, 제가 다닌 영어학원 선생님이 저기 정리해놓으신 3S에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수업을 하셨는데 왜 제 영어실력은 이 모양인지 모르겠네요. -_- (역시 노력의 문제..T_T)
이승환   06/03/25 23:44 
패스츄리 / 영어 잘 하시네요 -_- 저 다저스 부사장이건 박찬호건 영어 다 외계어로 들리는지라... 그리고 영어 뿐 아니라 외국어 자체에 대해 한국은 구사수준을 너무 높게 요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다들 '모국어' 수준으로 하라고 하는지 -_-...
이승환   06/03/25 23:46 
dudadadaV / 저 수업을 워낙 안 들어서 선생님들이 잘 가르쳤는지 어쨌는지도 모르겠어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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