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가르치기경쟁을 가르치기

Posted at 2011. 4. 21. 12:48 | Posted in 사교육산실 교육부
얼마 전 근 2년만에 학교 도서관에 갔다. 운 좋게 하의실종 여학생이 옆에 앉아서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이건 좀 개소리고 여튼...

그 때 들었던 생각이 '왜 레포트를 써야 하지?'라는 생각. 레포트는 철저하게 개인적인 과제다. 이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조사(검색) 능력, 논리 전개 능력, 약간의 통찰력 정도이다. 양심 없는 일부 이들은 돈을 쓰고 간단하게 레포트를 다운받아 인생은 언제나 샛길이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으며, 좀 더 양심 없는 이들은 이걸 팔아서 돈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학 교육의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지식을 얻는 과정을 알고, 지식을 결과로 얻는다고 할 때 레포트는 무지하게 비효율적이다. 혼자서 하는 짓이니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별반 피드백도 없다. 한 마디로 무진장 소모적이다. 그런데도 잘 써야 하는 이유는 학점을 잘 따야 하니까. 즉 남보다 잘 해야 한다는 경쟁 논리가 그 기반에 있다.

가끔 레포트를 위키로 작성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주제에 대해 어떠한 풀이 방식을 내놓으면 또 다른 누군가는 그것을 수정한다. 이러한 협업 과정이 반복되면 자연히 참여자 모두가 더 큰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지식 생산 과정에 대해서도 잘 익힐 수 있다. 또 그것이 다음 학기 수업에 레퍼런스로도 사용된다면 지식의 집적과 수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생산물로 보나 배움의 과정을 익히는 것으로 보나 소모적인 레포트와 비교가 안 된다. 

최근 카이스트에서 몇 명이 자살했다고 말이 많은데 사실 다른 학교라고 자살이 없었을 것 같지는 않다. 유서도 제대로 남기지 않은 학생들의 자살 원인을 추측하는 건 좀 아닌 것 같고, 여튼 분명한 건 경쟁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굳이 카이스트 내부의 경쟁에 주목할 이유도 없다. 매 순간, 모든 장소가 경쟁의 연속이다. 좋은 집에 태어나지 않으면 낙오되고, 좋은 대학에 입학하지 않으면 낙오되고, 대기업에 가지 않으면 낙오된다. 그리고 좋은 집, 좋은 대학, 대기업에서는 또 그들간의 경쟁이 시작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남보다 잘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기관들은 협력을 가르치지 않고 경쟁을 가르친다. 기업들은 대학이 실무를 못 가르친다고 징징대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학교는 이미 경쟁이라는 삶의 방식을 잘 가르치고 있다. 시험과 과제는 학습과 협력을 가르치지 않고 경쟁을 가르치고 있다. 

경쟁사회의 참혹함

 
  1. 아아

    모르겠어요 모르겠어요

    어떠케살아야할지~~ ㅋㅋ
  2. 모그리
    위키로 하게되면 몇학번 이후부터는 추가할 것이 안보이고, 학점 주기도 어려워지고..
  3. 디스쿠스가 안 열리네요. 위키 레포트는 정말 혁신적인 방안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매년 똑같은 커리큘럼과 똑같은 레포트를 내주는 교수님들에게도 도전이 되겠군요. ㅎㅎ
    그, 그래서... 안 하시려나.... Orz
  4. 보거스는니친구
    경쟁은 내 노화의 주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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