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브랜딩에 관한 단상자기 브랜딩에 관한 단상

Posted at 2011. 5. 9. 11:13 | Posted in 예산낭비 문화부
블로그의 등장으로 모두가 미디어가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미디어 (媒體 : 전달 수단) 이지만, 매우 제한된 확산망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대중 매체의 힘을 빌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미디어 그룹이 아닐지라도 기업도, 단체도, 개인도 모두가 미디어가 되었다.

나아가 사용이 손쉬운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보급된 지금은 모두가 미디어일 수밖에 없는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흔히들 웹 정체성을 두고 유목민(nomad)에 빗대어 이야기하지만 이야기하지만 온라인에서의 거점은 쉽사리 옮길 수 없고, 옮길지라도 정체성을 버리기는 더욱 힘들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수한 유목은 존재하지 않는다. DC의 네티즌 수사대를 생각하면 오히려 예전보다 유목민적 생활은 더욱 힘들게도 느껴진다.

미디어의 다양성은 필연적으로 브랜드의 다양성과 확장을 낳는다. 브랜드를 정의하기란 힘든 일이지만 외부에서 지각하는 아이덴티티라고 정의한다면 대충 아구가 맞지 않을까 한다. 이전에 '나' 브랜드는 매우 좁고 한정된 것이었다. 외부로 정보를 발신하는 통로가 매우 제한되어 있었기에 누군가에 대한 정보는 한정적이고, 외부에서 내리는 규정 역시 단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을 마음껏 알릴 수 있고, 스킬에 따라 마음껏 포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치 연예인들이 철저하게 자기 이미지를 구축하듯,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자기 자신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해 나아갈 수 있다.

이가 당연시되며 자기 브랜딩은 이제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다. 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스스로가 미디어가 될 수 있는 - 또는 되어야 하고 될 수밖에 없는 - 현대 사회에서는 외부에서부터 이를 요구한다. 점점 많은 기업들이 이력서에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을 요구하고 있다. blog가 web log라는 이름에서 기원했으며 social network의 직역이 '사회적 관계망'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 이들 매체는 개인의 역사와 관계가 축적된 매체들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이들을 참조하는 것은 그 사람에 대한 평가에 매우 좋은 잣대가 될 것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걱정이 든다. 먼저 이것들이 보이지 않는 (어쩌면 볼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 너무나 당연화된) 사회적 압력에 녹아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인간은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필요하고 적합한 페르소나를 구축한다. 회사에서는 성실한 회사원의 가면을 쓰고 열심히 룸에 가서 접대를 하고, 집에서는 성실한 가장의 가면을 쓰고 마누라에게 왱알앵알거린다. 이제는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이기에 항상 (정치적 의미가 아닌 방어적이라는 측면에서) 보수적이어야 한다. 

또 하나는 이렇게 구축된 이미지들 역시 힘의 논리에 의해 돌아가고 있고, 온라인 사회관계망이 오히려 오프라인에서의 권력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는 문제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른바 '권위에의 호소'를 잊지 않는다. '나는 어디 소속이니까, 나는 어느 직급이니까, 그러니까 내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어.' 라고 이야기하고 같은 업종, 업계 등 이른바 이해 당사자들은 이른바 품앗이를 통해 그들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 설사 그 이야기가 적실성이 없거나, 현실에 맞지 않다거나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이들의 협업은 '객관적 사실'이 아닐지라도 다수 대중의 믿음을 이끌어내며 '사회적 진실'을 형성해 간다. 

대중매체의 흥행을 위해서는 역설적 과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는데, 바로 사람들을 교양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면서도 오히려 교양있는 사람임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예로 '나는 가수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정말 훌륭한 음악을 듣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부여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의 음원만 줄창나게 팔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이 딱히 음악생태계에 좋은 효과를 주지는 않는다. '무한도전' 역시 풍자적인 해학으로 사람들에게 통쾌함을 주지만 사람들이 이를 보고 뭔가 행동을 일으키거나 할 것 같지는 않다. 뭐 이걸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냥 그렇다는 거.

현재 날리고 있는 개인 브랜딩은 마치 대중매체를 꼭 닮은 것 같다. 내용보다는 보는 이들을 홀릴 정도의 내용을 적당히 담는 것이다. 그리고 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강화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자기 브랜딩이란 게 일종의 치팅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뭐, 먹고 사는 일이니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고 사람들도 딱 그런 걸 원하고 있겠지만 소셜 미디어 열풍 속에 과연 소셜 큐레이팅은 언제쯤 이루어질지 하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아... 누드모델로 살고싶다...


 
  1. !@#... 저는 캡콜닷넷 소속이니까, 그 곳의 절대적 지배자 직급이니까, 그러니까 제 이야기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덤으로 개그를 하니까 더욱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2. 시퍼렁어
    다들 원하는것 같진 않던데...
  3. 이젠 자기 브랜딩의 시대입니다. 동시에 누드의 전성 시대이기도 하구요. 적나라하게 드러난 자신의 뱃살이 곧 브랜드이자 아이콘인 사람이 등장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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