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는 부유층에만 적용해야 하는가?증세는 부유층에만 적용해야 하는가?

Posted at 2012. 1. 23. 23:26 | Posted in 세금도둑 경제부
자작나무숲님께서 너무나 훌륭한 릴레이를 시작하셔서 감동받아 쓴 글.

패리스 힐튼은 미국 재벌가의 딸이다. 이 여자의 놀라운 스타성이란 자신을 욕하는 이들을, 자신의 소비자로 삼는 데 있다. 많은 이들이 그녀를 속물이고, 그저 아버지 잘만나서 속편하게 사는 소비주의의 화신이라 욕한다. 하지만 패리스 힐튼은 이들을 바탕으로 자신의 유명세를 올리고 결국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스타 중 한 사람으로 자리잡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욕하지만, 결국 그녀는 재벌가 자제로는 드물게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게 된 셈이다.

한국은? 글쎄다... 에이미 정도가 '악녀일기'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있는 집 자제분'이란 컨셉을 당당히 들고 나타난 정도.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비호감이고 인지도도 높지 않다. 쇼핑몰 관련해서 분쟁이 일어났을 때도, 사실관계 확인에 앞서 대차게 까였을 정도.




보다시피 굉장한 비호감으로 낙인찍혀 있음. 사실 요즘 연예인 하는 애들이 예전 최진실처럼 소녀가장 역할을 하다시피 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서지석처럼 주차요원으로 일하다가 픽업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이돌만 해도 수 년간 연습생 생활을 하는데 연습생 생활을 버티는 돈은 물론이고, 애초에 연습생이 되기까지 투자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돈 없이 연예인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다보니 이런 자살 사례도 나오는 것이고.

정확히는 꽤 있는 집 출신들로 연예인들은 덮이고 있다. 그럼에도 연예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극구 숨기려 한다. 윤세인은 국회의원 김부겸의 딸이고, 최시원은 보령메디앙스 최기호 대표의 아들이다. 윤태영은 삼성전자 부회장 윤종영의 아들이고, 김종욱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 회장 아들... 아무튼 찾아보면 끝도 없지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들은 자신의 배경이 주목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물로 부유층으로 보지 마!



물론 여기에는 자기 능력으로 일어서고자 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알 사람은 그거 다 알테고 당연히 영향 줄 거다(...) 그보다 부유한 걸 알게 되는순간 마이너스가 꽤나 크다. 남자는 그래도 '엄친아'이미지가 서지만, 여자들의 경우 질시가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그 부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남편에게서 온다면, 한마디로 돈 많은 남편을 만났다고 하면 여성에게서의 질시를 넘어, 남성들에게서 온갖 조롱이 들어오게 마련이다.

간만에 김희선에 대한 기사가 떴는데 제목이 김희선 "남편 재벌가? 그런 줄 알았죠" 재벌설 해명이다. 김희선 남편이 돈이 얼마건은 중요한 게 아니라, 한국에서 부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참 양극적임이 김희선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정의의사신님(...)이 댓글로 참 잘 정리를 했는데...

재벌 아니라고 하면 자존심 상하는 허영심...
재벌이라고 하면 너무 속물 같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난 이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부분 느끼는 정서가 아닐까 한다. 돈은 있는 척 하고 싶은데, 정작 돈이 생기면 그걸 자랑하는 순간 없어 보인다(...) 없을 때는 있는 척 하려 하지만, 정작 생기면 없는 척 서민 코스프레를 해야 한다. 버스요금이 70원이라 하는 양반도, 전과 14범도, 시장에서 옷을 살 수 없다는 사람도 모두 서민이 되어야 하는 게 우리 사회의 부자에 대한 눈길이다.

한국에서 부자가 미움받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정치권이건, 재벌계건 한국은 어느 정도 못할 짓 하면서 커 온 게 현실이다. 당장 지금 최고의 기업으로 추앙받는 삼성부터가 사칼린 밀수로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이병철 회장은 포승줄에 묶이기도 했다. 정치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박정희는 수십년간 사람들 입도 못 열게 하고, 열면 조용히 잡아가서 행방불명 처리했고, 전두환은 사람들을 탱크로 밀었다. 이런 역사 속에서 부자에 대한 신뢰를 갖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최근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월스트리트가 보너스를 빵빵 쏴댄 것을 계기로 미국에서 나는 99%다라는 운동이 열심히 벌어지고 있다. 구글에서 I am the 99%로 검색하면 쏟아지는 검색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왠지 모르게 공감가는 패러디(...)


이걸 따라 한국에서도 요즘 1:99 구도가 이야기되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은 이걸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데, "상위 1%만을 위하는 한나라당 정권을 무너뜨리고 99%를 위한 정치를 이루겠다"고... 특히 1% 부자에게 세금을 걷어 99% 서민을 돕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부자 증세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돕겠다는 취지는 훌륭하다. 그러나 1:99라는 대비는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우선 1%에 대한 적대 구조를 좋게 보기 힘들다. 언제나 정치는 갈등의 조절 과정이고, 이 과정에서 일부는 수혜를 입는 반면 일부는 손해를 볼수밖에 없다. 하지만 1%에 대한 적대시는 기본적으로 사회통합이라는 측면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의 정부 지지율을 볼 때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기본 베이스는 안정이지, 갈등이 아니다. 왜 3%나 10%가 아닌 1%인지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이는 사회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선정적 구호로 남을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그렇다면 과연 1%에 대한 증세가 효과가 있을까? 그렇지는 않은 듯 하다. 한국조세연구원에서 나온 우리나라 소득분배 구조 변천 및 관련 조세, 재정 정책 효과 분석(...) 이라는 더럽게 긴 보고서를 보면... 2009년 귀속으로 종합소득세는 상위소득자 14.3%가 전체 세수의 93.6%를 부담하고 있으며, 근로소득세는 상위소득자 12.0%가 전체결정세수의 84.7%를 부담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소득세 누진도는 선진국 수준이다. 다만 소득재분배 효과(지니계수 변화율)는 낮은 편인데 이에 대해 하나의 요인으로 '소득세 세수규모'를 꼽고 있다. 

이 글 쓴 양반도 "고소득층의 세부담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지만 소득수준이나 담세력에 비해 중소득층은 소득세 부담이 지나치게 낮은 편. 따라서 중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득세를 늘리면 소득재분배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는데, 올바른 지적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상위 20%가 소득세를 다 낸다. 상위 20~50%가 내는 결정세액 비육이 근로소득세에서는 12.5%, 종합소득세에서는 5.3%에 불과하다. 그 이하는 사실상 안 낸다고 보면 되겠고. 

그래프가 좀 찐따같아서 티가 안 나지만(...) 조세 대비 소득세 비중이 높을 때 소득재분배 효과가 난단 소리

 
하고싶은 제안은 결국 자작나무숲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부자증세보다 보편적 증세가 필요하다는 거다. 이게 필요한 이유는 앞서 이야기한 실질적 소득분배를 위해서다. 1% 부자들만 돈 낸다고 소득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질 거라는 건 착각일 따름인 건 위 보고서가 대충은 설명했다. 증세의 대상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모든 문제를 극소수 부유층에 떠넘기며 마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로 '한국판 버핏세' 도입 논의와 그 의미에서 읽을 수 있듯, 실질 수익에 대한 과세를 위해서는 현행 조세 제도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좀 더 확장해서 똑같이 벌면 똑같이 내는, 주식투자나 부동산 시세차익을 통한 소득에 대해서도 똑같은 과세를 할 수 있다는 점 (사실 10년간의 소득불균형은 거의 여기서 이루어졌다) 에서도 보편적 증세는 매우 중요하다.

또 하나의 보편과세가 필요한 이유는 정당성이다. 좀 부끄러운 과거지만 MB 정부가 들어설 때 감세하겠다고 하자 많은 국민들이 열광했다. 이가 어떻게 가능했을까? 결과적으로 부유층의 세금을 깎아준 것이지만, 동시에 서민층의 세금도 조금이나마 감면했기 때문에 환영받을 수 있었다. 사실 서민층은 애초에 그리 많은 세금을 내고 있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반대로 생각해보자. 부유층의 세금만을 늘린다면 반발이 거셀 것이다. 또한 중산층과 서민은 그들에게 일말의 부채의식을 느낄 수도 있을테고. 하지만 모두가 세금을 더 낸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야말로 당당하게 부유층에 증세를 요구하는 동시에, (어차피 서민들은 세금 올라봐야 얼마 안 오른다) 세수 자체를 크게 늘리며 소득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이 경우 사회갈등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우리의 인식과 달리 현실은 꽤나 복잡하다는 이야기


지금까지 보수층은 복지 이야기만 나오면 그것을 포퓰리즘이라 몰아붙이며, 복지를 입 밖에 내놓지도 못하게 했다. 허나 지금 상황은 근혜언니마저도 복지라고 쓰고 공수표라 읽는다를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괜히 선을 그어서 소수 부유층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하는 것보다는,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를 자리잡게 하는 게 좀 더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아무튼 바이커님의 글이 보편 증세의 필요성을 원채 잘 설명해주고 있으니 한번쯤 읽어보시길...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아래는 간단한 인용.
복지국가와 세금의 상관관계는 다른 데서 발견된다. 복지국가는 부자에게 세금을 많은 것이 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세금을 많이 걷는다. 

복지국가는 부자에게 징벌적 과세를 함으로써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공지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 같이 세금을 더 낼 때 가능하다. 

감세 정책은 부자의 세율을 "더" 깎아줘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세금을 낮춰서,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돈은 없애고, 국가의 재정을 악화시키기에 문제가 되는거다. 

가카께서 진심으로 재정적자가 걱정이고, 포퓰리즘에 맞설 용기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죄악세 인상, 부가세 인상을 실행하는 용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캐나다 멀루니의 케이스에서도 보듯, 부가세 인상은 정치적 자살의 지름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가카가 언제 그런 것 신경쓰셨나. 오직 국가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고결한 지도자 아니신가. 

자본주의의 역사는 공공지출, 사회지출, 복지 확대의 역사이기도 하다. 복지 확대를 막겠다는 것은 자본주의를 막겠다는 것 만큼 무모하다. 자본주의의 안위를 불철주야 걱정하시는 가카에게 이 책을 권한다.
 

뭐 우리 뜻대로 각하가 움직여 주실리가... 



PS. 참고로 보수언론들이 한국의 부유층에 대한 세금이 충분히 높다고 하는데, 낮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3억 이상에 대해 38% 과세하는 한국의 세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편도 아니다. OECD국 중 얼마든지 더 높은 국가들을 찾을 수 있다. 머니투데이를 참조하시길.
프랑스는 50만유로 초과 소득 구간에 45% 세율을 부과하고 있으며, 이탈리아는 2011~2013년 한시적으로 30만 유로 초과 소득 구간에 대해 소득세율을 43%에서 46%로 3%포인트 인상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44%, 45%의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 12만 유로를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44% 세율을 과세하고, 17만5000유로를 초과하는 구간에 45% 소득세율을 부과했다. 영국은 노동당 정부의 재정건전화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15만 파운드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50% 최고세율을 신설했다.

독일은 소득세율을 인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재정준칙 마련 등 재정건전화 정책을 추진 중이며, 현재 부부합산 50만1461유로 이상(독신가 25만731유로 이상) 구간에 45%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5만5794유로 이상 소득구간에 52%의 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1. 한국 세제의 문제는 일단 공제 등 각종 loophole이 많다는 것과, '자산'에 대한 세금이 매우 희박하다는 데 있죠. 그리고 한국의 부는 소득보다는 자산에 몰려 있다는 것도 핵심
  2. 메이저리그
    이병철 씨가 포승줄에 묶였다? 구속되었다는 말인가요? 사카린 사건으로 구속된 사람은 이병철 씨의 둘째아들 이창희 씨입니다. 이병철 씨도 구속된 적이 있나요? 제 기억으로는 없는데... 맞다면 근거를 좀. 저도 기억이 가물가물...
  3. 1004
    소득세보다 상속/증여세가 더 문제 같은데요?
    현재 일반 세수에서는 극히 적은 액수인데 최대 50%까지 되는데다가, 증여세 자식 공제도 꼴랑 3천만원...이러니, 요리조리 피해갈 머리들만 굴리고 있으니...

    아예, 저세율로 양성화 시켜 놓고, 양도시에 세금 물리면 단방에 해결될꺼 같은데.
    실제 많은 다른 나라들이 그렇게 하고 있고, 가업승계시에는 영국만해도 비상장주식은 100% 사업공제를 해주고 있죠.

  4. 사실 한국조세연구원의 "우리나라 소득분배 구조 변천 및 관련 조세·재정정책 효과 분석" 92쪽에 대충 답은 나와있죠.

    수혜대상은 넓고...
    부담계층은 좁으면...

    새로운 세제정책으로 "채택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정책적 채택 가능성이 높은것과 "바람직한 것"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5. Ha-1 님 의견에 거의 동의. 선대인 씨가 “프리라이더”에서 요즘 보유 자산에서 수익이 나오는 현실과 근로소득/매매 위주의 세제 간의 괴리를 지적한 부분과 약간 맥이 닿는군요.
    선대인은 나아가 Loophole 메꾸는 것만으로도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거기 대해서는 살짝 의구심을(너무 래디컬한 분석이라). 데이터를 분석한 자료와 현실간의 괴리가 1%만 나도 나라 살림 면에서는 엄청 크니, 그 예측이 맞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Loophole 찾기에 대해서는 쉬운 동시에 어렵다고 보임. 회사 CFO가 하는 게 그 Loophole 찾기와 Cash Flow 관리인데, “한 번 들었다 놓으면” 다 찾아지지만(말은 쉽다.) FA팀이 죽어납니다(수행은 어렵다.).
    그래서“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조금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능.
  6. '고소득층의 세부담' 이라는 것에 연막이 끼어 있습니다.
    억대의 매출을 올리지만 국세청에는 2500만원으로 매출을 신고하는 학원장이 1년에 내는 종소세가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는 대기업 직원이 한달 내는 갑근세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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