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인수 반발은 SK이기 때문인가?이글루스 인수 반발은 SK이기 때문인가?

Posted at 2006. 4. 9. 23:46 | Posted in 불법복제 통신부

 며칠 전 SK가 이글루스를 인수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저도 한 때 이글루스에 몸담았기에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사실 그간 이글루스는 심하다 생각될만큼 수익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이글루스가 이런 날을 이제껏 기다려오지 않았나 생각도 듭니다. 이글루스 플러스는 수익모델이 되기에는 너무 사용유저가 적었고 나드리 광고도 큰 수입이 될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종이책 서비스나 달력 판매도 이글루스에 대한 유저들의 애정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각도로 보면 그간 재정이 얼마나 궁핍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이글루스 인수에 대해 이글루스 유저분들은 대부분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벌써부터 나가겠다는 분들도 종종 보입니다. 불만의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이제껏 유저의 의견을 존중해 온 이글루스가 독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불만도 터져나오고 싸이화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많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하이텔, 네츠고에 대한 SK의 횡포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받아들여지는 추세입니다. 이른바 ‘왜 하필 SK냐’는 것이죠.

그러나 제가 생각할 때 딱히 인수의 주체가 SK이기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의미한 가정일 수 있지만 저는 삼성이나 KT가 이글루스를 인수했더라도 마찬가지로 큰 반발이 일어났으리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SK의 과거 경력(?)들이 문제화된 것은 초반 트랙백이 걸린 글들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습니다. 그보다 모두 싸이와 상업성 이야기를 하며 이글루스도 그렇게 변질될 거라 이야기하고 있었죠. 그러나 어느새 SK의 경력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는 처음에는 단지 감정적 거부감을 느끼던 유저들이 논리의 필요성에 따라 SK의 과거 경력을 불러왔다고밖에 생각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SK가 과거 네츠고나 하이텔에서 했던 행위처럼 억지스러운 주문이 있을거라 생각하기는 힘듭니다. 과거 동호회를 일방적으로 옮기라는 말도 안 되는 억지가 가능했던 것은 그 동호회가 포털 운영에 있어 수익성을 높이는 데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블로거 개개인이 수입원이 되는 블로그 서비스에서 이래라 저래라 명령을 내리는 것은 15억이라는 투자비용을 그냥 내버리는 꼴일 테니 억지스러운 주문은 있을 리 없겠죠. 그런데도 SK의 인수에 대해 이글루스 유저들이 강력한 반발을 보이는 이유는 SK라는 특정 기업에 대한 불신이나 반기업정서보다는 이글루스 블로거 특유의 정서가 가장 큰 요인으로 보입니다.

이글루스 블로그 서비스가 다른 포털업체의 블로그 서비스와 다른 첫번째 특징은 다른 블로그 서비스에 비해 유저 수는 적으나 코어 유저층이 대단히 많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글루스 블로그를 링크타고 돌아본 분이라면 이 곳에 얼마나 매니악한 블로그가 많은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한 분야에 대해 어지간한 관심 없이는 무슨 소리하는지 알아보지도 못할 블로그도 다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블로그들끼리는 연대를 상당히 많은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어 유저가 아니더라도 이 곳에서는 ‘펌’이 대단히 적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를 비롯한 포털 사이트가 제공하는 블로그의 경우 ‘펌질’이 일상화 정도가 아니라 아주 포털 측에서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편입니다. 그래서 인기가 좋은 블로그를 보면 펌질한 정보가 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포털의 블로그들은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글루스는 출처없는 자료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트랙백이나 링크를 거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즉 출처를 존중하고 그곳에 자기 코맨트를 더하는 형태죠.

또한 다른 블로그는 스킨을 주 수입원으로 삼는데 비해 이글루스의 경우 스스로 스킨을 쉽게 꾸밀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또한 많은 블로그가 텍스트 중심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많은 이들이 SK의 인수에 대해 ‘싸이가 싫어 여기로 왔다’고 하는 데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설사 이미지가 많다고 해도 그것이 무의미한 퍼나르기용으로 포스팅되는 경우는 다른 블로그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그리고 이 외에도 이글루스가 다른 블로그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은 다른 블로그에 비해 상당히 비상업적인 운영을 해 왔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스킨은 판매는커녕 마음껏 손 볼 수 있었으며 참 사람을 황당하게 했던 폰트판매는 물론 음악판매 등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그간 상업적인 운영을 ‘못 해왔다’라고 표현해도 괜찮은 듯 합니다. 이글루스도 그간 수많은 수익모델을 모색했지만 유저에 대한 배려와의 좋은 접점을 찾지 못했고 그 결과가 이번 인수로 이어진 것이니까요.

코어 유저들이 매니악한 포스팅을 통해 연대를 이루는 점, 정보를 단순히 퍼나르지 않고트랙백을 통해 나름의 재생산을 거친다는 점, 스스로 스킨을 꾸미고 스스로 글을 쓰는 점이 주는 효과를 요약하면 ‘단순히 퍼나르고 사진 올리는 싸이식의 블로그보다 훨씬 큰 일체감과 애정을 부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이유를 열거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충분히 설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남의 정보를 옮기는 것과 스스로 생산한 정보 사이에, 돈을 주고 산 스킨과 스스로 꾸민 스킨 사이에, 얼마나 큰 애정의 차이가 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여기에 이글루스의 비상업적인 운영방식은 위의 이유들과 맞물려 많은 이글루스 유저가 이글루스에 상당한 신뢰를 가지게 하는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즉 다른 블로그 서비스에 비해 블로그 자체에 대해서나 서비스 업체에 대해서나 상당히 정을 가지는 것도 당연한 것이겠죠.

그런데 SK의 인수 소식에 유저들이 그토록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그간 이글루스에서 누려오며 블로그에 쌓은 정과 자부심에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우선 SK에 넘어가며 싸이월드 이미지가 겹쳤을 것입니다. 이글루스가 가장 비상업적이고 깔끔한 공간이라면 싸이월드는 가장 상업적이며 비교적 요란한 공간입니다. 미니홈피를 갈 때마다 음악이 울려퍼지며 스킨은 화려하며 미니룸은 아기자기합니다. 그리고 이글루스 블로그가 비교적 특색있는 포스팅으로 채워진 공간이라면 싸이월드는 신변잡기로 가득한 공간입니다. 그야말로 둘은 정반대이니 맘에 들 리가 없겠죠.

다음으로 이제껏 비교적 소수의 이용자이지만 자기 블로그에 정을 가지고 스스로 꾸며가는 블로그가 많았던 이글루스가 일반 블로그처럼 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을 것입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이글루스는 펌질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고 스킨도 스스로 꾸며가고 텍스트 위주의 포스팅이 이뤄지는 곳이었으니까요. 그러나 SK가 들어오며 대규모의 이용자가 더해진다면 아마 그러한 특색은 유지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천만이 넘는 싸이월드 회원을 이끄는 SK라면 15만 정도의 이글루스 회원을 배로 늘리는 것은 일도 아닐테니까요. 하지만 이제껏 이글루스에 둥지를 튼 분들에게는 이러한 일은 상당히 불만족스러울 것입니다.

어쨌든 SK는 이번 인수를 통해 아마도 싸이월드와 완전히 차별화된 블로그를 함께 끌고 나가려는 계획이었는 듯 합니다. 뜻대로만 이루어진다면 사실상 싸이월드와 큰 차이 운영되는 다른 블로그 서비스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무기를 손에 쥐게 되겠네요.

뭐, 벌써부터 많은 블로거분들이 옮긴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공들여 꾸며온 블로그를 옮긴다는 것은 말만큼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또 SK측에서도 이글루스의 독립적 운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재 생각은 차라리 '나갈 블로거는 빨리 나가라' 쪽의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합니다. 벌써부터 이탈한다는 이들을 막아봐야 시끄러워지기만 할 테니까요. 그리고 SK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이들은 소수일 수밖에 없고 이들이 이탈한다면 남은 소극적 반대하는 이들은 별로 시끄럽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후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사태, 즉 엄청난 수의 블로거가 진입해 이글루스가 여타 블로그와 그다지 차별점을 갖지 않는 블로거들의 모임으로 될 경우는 SK측도 우려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글루스 유저는 꽤 많은 이들이 네이버나 파란처럼 요란벅적한 블로그를 피해서 온 이들이니까요. 그러한 점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정말 많은 블로거들의 이탈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경우 나름대로 SK가 눈여겨 두었을 우수한 컨텐츠를 헐값에 무한 공급받는 일도 멀어지게 되고요. 그렇다고 특정 블로거에게 혜택을 주다가 똥되는 꼴은 이미 이글루스 칼럼이 잘 보여주었으니 그런 삽질은 하지 않을테고요.

여하튼 앞으로 이글루스가 용량이 늘어나고 편집기가 편해지더라도 이 분위기를 잘 이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 갑니다. 뭐, 어지간한 거면 자본력으로 해결보겠지만 현재 유저들이 문제삼는 것은 자본력으로 어찌 할 부분이 아니니까요. 어차피 이글루스에서 딱히 수입모델을 이래저래 시험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부디 SK가 지금의 분위기를 잘 이어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무대포 무수입 모델을 유지하지도 않겠지만 싸이처럼 이것팔고 저것팔고 이거 만들어라, 저거 지어라 하지는 않겠죠.

마지막으로 드는 생각은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지만 이글루스의 자금난이 이러한 형태로라도 해소되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SK와 이글루스 유저분들의 공생이 이뤄지기를...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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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dadadaV   06/03/11 21:13 
제 블로그에도 썼지만, 어쩌면 이글루스에 대해 '선민적 오만'이 있었던 건지도 몰라요. 우월감을 동반한 자부심. 혹은 로망.
그래도 전 안 떠납니다. ^^;
inuit   06/03/11 21:48 
제 블로그에는 더이상 이글루스 글을 쓰기 싫어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변할 것은 없다'는 이글루스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글루스는 많이 변할 것이에요. 이글루스 유저들에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과정에 최소한의 인터랙티브는 포함될 것이란 거지요.
패스츄리   06/03/12 13:11 
두루뭉술하던 생각을 깔끔하게 정리해 놓으셨네요.
지적하신데로 이글루스가 가지는 어타 블로그들과의 '차별성'과 그에따른 '자부심'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한번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이승환   06/03/14 21:03 
dudadadaV / 이글루스는 19금입니다. 양심을 가지고 떠나세요 -_-
이승환   06/03/14 21:04 
inuit / 음... 솔직히 여타 블로그처럼 변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변할지 상상히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과연 다양한 상업 요인을 어떻게 끼워 넣을지도... 역시 전 장사에 소질이 없나 봅니다 ㅠ_ㅠ...
이승환   06/03/14 21:05 
패스츄리 / 음... 왠지 옮길 것 같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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