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서의 다섯번째 일주일북경에서의 다섯번째 일주일
Posted at 2006. 10. 19. 18:30 | Posted in 수령님 국가망신기북경에 온 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갔습니다. 이제서야 수업을 겨우 알아 듣겠군요. 이번 주는 학교에서 동아리 모집이 있었습니다. 북경외대 학생은 약 5000명인데 동아리는 스무개가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작 있는 동아리들은 신기한 게 많습니다. 행사 때마다 사회를 보는 그룹도 있고 만화부를 빙자한 코스프레부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 압권은 바로 '모델부'입니다. 이번 주는 모델부 특집으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등장인물
신따꺼 : 27세, 중국 50개 소수민족의 여자를 모두 사귀어보겠다는 야망을 가진 풍운아.
안찌찌 : 25세, 영어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인간, 그러나 웬지 모든 면에서 어설퍼 보이는 인간.
한뺀질 : 25세, 복학생 주제에 앞머리를 생명보다 중시하는 남자.
리승환 : 25세, 이 블로그의 주인장, 좌우명은 '내일부터 열심히 하자'
하루
- 동아리 홍보장 -
신따꺼 : 야, 여기 봐. 여기 모델 동아리도 있다.
리승환 : 어, 그렇네요.
신따꺼 : 여기 한 번 도전해 봐, 괜찮겠다.
리승환 : 대체 뭐가...
신따꺼 : 야, 여자 키 커트라인이 165야. 얼굴은 몰라도 최소한 몸매는 되는 애들이 올 거 아니야.
리승환 : 오, 그거 저의 마음이 쿵딱거리는 걸요.
신따꺼 : 그래, 그리고 여기 얘네들 단체사진 봐. 여기 남자들 중에 멀쩡한 애 없어. 너 가도 먹히겠다. 솔직히 너 먹힐만한 데가 얼마나 있겠냐. 빨리 등록해.
(*주 : 중국 남자들은 거의 꾸미지 않기에 스타일이 우리 관점에서는 좀 구립니다)
리승환 : 오, 좋아요. 그럼...
(등록)
신따꺼 : 야, 그런데 여자애 표정이 전혀 널 반기는 표정이 아닌데.
리승환 : 아니에요. 즐거움을 감추기 위해 억지로 웃음을 감추는 것 뿐이에요.
(곧 이어 한뺀질도 등록)
신따꺼 : 이야, 뺀질이가 등록하니까 아주 즐거운 표정을 짓는데.
리승환 : 영업 스마일일 뿐입니다.
신따꺼 : 웬지 벌써부터 너희 둘의 미래가 보이는데.
-_-......
이틀
- 기숙사 -
한뺀질 : 야, 내일 면접인데 될 것 같냐?
리승환 : 거기 등록한 애들 보니까 남자 거의 없던데, 되지 않을까?
한뺀질 : 아니, 근데 외국인이 너무 많아서 안 될 것 같아.
리승환 : 외국인?
한뺀질 : 거기 국적 적는 곳 있잖아. 보니까 서양 애들 널렸던데.
리승환 : 야, 그거 국적이 아니라 전공이야. 독일어과, 스페인어과 이런 거 적었겠지.
한뺀질 : 정말? 나 거기 한국어라고 적었는데...
-_-
사흘
- 면접 장소 -
리승환 : 야, 인간들 정말 많네요.
한뺀질 : 그러네, 그래도 남자들은 별로 없어. (약 130명 지원, 남자는 20명 이하)
신따꺼 : 야, 걱정하지마. 여기 남자애들 상태 봐. 솔직히 나같으면 니들 뽑겠다.
리승환 : 아, 이거 문제가 둘 다 떨어지면 차라리 나은데 하나만 붙으면 나머지 하나 똥 되잖아.
한뺀질 : 그러게 말야.
리승환 : 어쨌거나 내일 중 연락 오겠지.
나흘
- 기숙사 -
리승환 : 오, 방가방가.
안찌찌 : 승환아.
리승환 : 응?
안찌찌 :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좌절하지 마.
리승환 : ???
안찌찌 : 살다보면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으니까 말이야.
리승환 : 무슨 소리야. 난 그냥 조용히 공부나 하다가 돌아갈래.
안찌찌 : 그래, 넌 공부나 열심히 해.
리승환 : 뭐야, 무슨 일이라도 있나?
안찌찌 : 뺀질이는 이제 좀 보기 힘들거야.
리승환 : 뭐야, 너 여자라도 생긴거야?
한뺀질 : 그게 아니고...
리승환 : 그게 아니라면 설마... 너...
한뺀질 : 붙었어.
리승환 : ......
한뺀질 : 붙었다고.
안찌찌 : 붙었다고.
붙었다고.
붙었다고.
붙었다고.
붙었다고.
붙었다고.
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붙었다고.
붙었다고.
닷새
- 기숙사 -
A양 : 오빠, 뺀질오빠 이야기 들었어요?
리승환 : ......
A양 : 뺀질오빠 모델 동아리 붙었대요.
리승환 : ......
A양 : 이제 뺀질오빠 신났겠어요. 여자들에게 둘러싸여서.
리승환 : ......
A양 : 그 때 워킹 보니까 좀 아니던데.
리승환 : ......
A양 : 어쨌든 붙었으니까 된거죠, 뭐.
리승환 : ......
A양 : 승환오빠?
리승환 : 나가.
엿새
-기숙사 -
B양 : 오빠, 뺀질 오빠가...
리승환 : 나가.
이레
오늘은 오랫만에 새벽까지 공부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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홧팅!
워낙 선발기준자체가 모호하고 특이한...
하지만 떨어졌다는거... 다른 동아리에서 건승하십시요.^^
반갑습니다..ㅠ_ㅠ.
진정한 핸섬가이들은 고독한 법이지요. 화이팅
제가 다섯번 생일을 더 보내면 형만큼 글 쓸 수 있을지... -_-;
언젠가 이야기했듯 지금처럼 열심히 하고 배우려는 자세만 견지한다면 이 정도는 일이년만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어떠한 상황이라도 겸허와 열정이라는 두 가지는 있지 말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쓰기보단 무슨 일정한 과정이 있는 식으로..;
그래도 재밋는건 변함없지만!
편지쓰다보니 푸념이다 흐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