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 코메디들의 공식은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우선 만만한 소재를 고른다. 특히 조폭을 선호한다. 여기서 지루함이 생긴다. 그리고 계속해서 우스운 상황을 연출한 후 마지막 부분에서는 감동으로 돌린다. 여기서는 부조화가 생긴다. 계속해서 웃음으로 나아가던 것을 억지로 감동으로 돌리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일 리 없다. 아예 생각없이 웃기는 코메디 영화가 되려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사실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는 것도 힘들고 웃음과 감동을 버무리는 것은 그 이상으로 힘들다. 하지만 일본의 코메디들은 이를 잘 해내고 있다. 만화적 상상력으로 무장한 그들의 코메디 영화는 소재는 물론 연출도 매우 자유롭다. 설정된 상황은 황당하지만 그 속에서 웃음과 감동을 잘 버무리며 자연스레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영화들이 많다.
‘도쿄 좀비’역시 그러하다. 설정부터가 정말 황당하다. 도쿄 어딘가에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하고 그것이 어느새 산이 되어버린다. 때로는 여기에 사람을 묻는 이들도 있는데 어느 순간 그 시체들이 좀비가 되어 깨어나 사람들을 습격한다. 주인공과 친구 역시 실수로 사람을 죽여 매장한 두 친구는 이종격투기를 좋아해서 러시아로 가고자 한다. 그러나 가는 길에 자신에게 이종격투기를 가르쳐 준 친구는 좀비에게 습격당하고 도쿄는 완전히 좀비에 정복당한다. 결국 주인공은 일부 부유한 인간들의 셸터에서 좀비와 싸우는 격투기 대회에 나가게 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황당한 설정에 비해 뒷 내용이 참 뻔하다)
‘도쿄 좀비’의 감독은 ‘이치 더 킬러’와 ‘금발의 초원’의 시나리오 라이터라고 한다. 아무래도 같은 작가의 시나리오라 해도 감독이 다르니까 느낌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 불편할 정도로 폭력이 난무하는 ‘이치 더 킬러’와 비관적인 현실과 달리 밝은 분위기가 계속되는 ‘금발의 초원’과 달리 ‘도쿄 좀비’는 온갖 요소를 다 짬뽕한 듯하다. ‘이치 더 킬러’처럼 폭력적인 장면도 일부 등장하고 ‘금발의 초원’처럼 비관적인 현실 속에서도 밝고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신기한 것은 그 많은 요소들을 잘 섞어 놓았다는 점이다. 한국 코메디처럼 정신없이 한바탕 웃음으로 뒤집어질 장면도 없고 반대로 갑자기 신파를 펼치지도 않는다. 오히려 여자들이 보기에는 다소 불편할 폭력적인 장면도 종종 등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불쾌함만이 아닌 웃음까지도 자아낼 수 있고 또 웃으면서도 감동을 낳을 수 있는 것은 일본영화의 힘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인터뷰를 볼 때 감독의 힘 역시 장난 아니었던 것 같다. 정말 웃음의 힘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도쿄 좀비>에는 코믹한 요소와 잔혹한 요소가 섞여 있어, 머리로는 웃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웃게 되는 장면이 꽤 있다. 웃음과 공포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고 싶었나.
=웃음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지함이 근본에 깔린 웃음이라는 게 중요하다. 살다 보면 잔혹하거나 슬픈 상황에서도 웃음이 터지는 일을 겪게 되는데, 왜 나는 그런 순간에 웃게 되는가 자문해보게 된다. 살아가는 데 있어 잔혹함, 어긋남을 끄집어내고 싶다. 깔끔 떠는 것은 제치는 거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관객이 따라오건 안 따라오건 극단까지 가는 영화를 만드는데, 나는 그렇지는 못한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건 해피엔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들에서처럼 환상이건 실재건 결국은 희망을 주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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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가서 감동물로 변하는게 맘에 안듭니다.
그냥 꾸준한 코메디, 꾸준한 멜로는 없는건지..
삐둘어져버릴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