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공부는 사람을 보수적으로 만드는가?경제학 공부는 사람을 보수적으로 만드는가?

Posted at 2006. 12. 25. 21:57 | Posted in 세금도둑 경제부
듀크토고님의 글을 보고 트랙백합니다.

솔직히 언론에서 진보, 보수는 좌파, 우파와 함께 너무 함부로 남용하기에 현실에서 쓰이는 그 의미를 정확히 포착해내는 것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래도 몇 가지를 생각해보자. 먼저 사전적 정의이다. 기본적, 사전적으로 보수는 별로 좋은 의미가 아니다. 가장 사전적으로 놓고 본다면 보수는 진보와 반동 사이에 끼인 그 무언가이다. 즉 진보란 긍정적 의미의 변화이며 반동은 부정적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진보에 부정적 변화의 의미는 들어있지 않으며 부정적 변화를 진보라 일컫는 것은 긍정적 변화를 위한 필연적 부정적 과정일 때이다. 반동이 좋은 의미로 쓰이는 경우는 없다. 공자를 반동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어느 정도 부정적 의미가 깃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 모택동 시절 중국은 공자를 반동주의자라 일컬었으나 다시금 중국에서도 성인의 위치를 되찾은 공자는 반동주의자라 불리지 않는다. 그가 분명히 과거회귀적인 모습을 보였음은 사실이었음에도 말이다.

다음으로 정치성을 강하게 지니고 사용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좌파는 우파, 보수를 그저 가진 자들의 이익을 계속해서 유지하며 약자들을 고려하지 않는 사상으로 이야기하며 우파는 좌파, 진보를 순수한 노력의 대가로 얻은 더 부유한 이들의 이익을 능력, 혹은 노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나누어주는 부자연스럽고 불공평한 사상으로 이야기한다. 즉 대비되는 방향을 부정적인 것으로, 그리고 스스로의 당파성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한다. 물론 이 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진보언론이라 불리는 이들이 보수를 좋은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드물며 (때로는 올바른 보수를 이야기하지만 이는 결국 현재의 보수를 부정하는 것에서 기인하며) 보수언론이라 불리는 이들이 진보를 좋은 의미를 사용하는 경우 역시 드물다. (이 역시 현재의 진보를 부정하는 것에서 기인함에 불과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사전적, 기본적 정의는 중요하지만 그것에 얽매어 현실적 쓰임을 무시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위는 없다. 현실을 떠난 정의는 이미 의미를 잃은 – 그것이 학문적 연구라면 모를까 –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치적 입장이 담긴 그 쓰임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 즉 현실적인 용례 내에서 과도한 정치적 입장을 배제한 채 그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럴 경우 진보와 보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솔직히 이들 개념의 쓰임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만 이들 개념의 사용에서 정치적 당파성을 걷어낸다면 그것의 의미는 ‘좌파 – 우파’와 매우 근접한, 사실상 거의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고 본다. 즉 시장의 작동에 국가 개입의 여부, 그리고 성장과 분배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이 두 가지 문제가 기본적으로 남는다고 본다. 그렇기에 나는 그냥 ‘우파 – 좌파’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진보는 그냥 좋은 의미로 사용하는 게 옳다고 본다. 즉 우파적 방법을 취하건 좌파적 방법을 취하건 더 많은 이들에게, 특히 약자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간다면 그것을 진보라 칭하고 싶다.

그렇다면 제기된 문제로 들어가 보자. 경제학 공부가 사람을 보수적으로 만드는가? 여기서 ‘보수’를 ‘우파’적으로 만든다고 바꾼다면 어떨까? (위에서 밝혔듯 나는 이렇게 보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그러한 관점에서 ‘보수’를 언급할 것이다) 이럴 경우 나는 그 명제가 옳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이 발전해오며 수 많은 학자들의 논의가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그것은 시장을 옹호하는 이들과 시장이 지닌 문제점을 비판하는 이들과의 논의들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이 어떤 ‘XX주의자’라는 딱지를 달고 등장하건 말이다. 여기서 볼 때 이 두 흐름이 동등하다고 보더라도 벌써 반은 시장을 보다 중시하고자 하는 보수가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반에서 그치는가? 그럴 리 없다. 우리는 우선 대부분이 학부, 즉 대학생활에서 자신의 공부를 마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슨 이야기냐고 하면 대학 공부라고 해 봐야 별 것 없다. 학부시절의 교육은 사실상 이후 공부할 것을 알아먹게 만드는 정도, 또한 그것을 현실에 적용시킬 수 있는 정도의 교육이다. (물론 말이 쉽지, 이걸 제대로 배우는 게 쉽지 않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경제학의 태동 자체가 이미 수요와 공급, 즉 시장에서 비롯했음에 주목해야 한다. 그렇기에 시장에 대한 비판과 공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에 앞서 시장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고 학부생활은 아무래도 이 쪽에 더 많은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경제학의 전부는 아닐지언정 아무래도 다수의 경제학도들은 그것을 크게 넘기 힘들다는 것도 사실일 테다.

사실 현대사회에 시장이 최선의 결과를 보장한다고는 보지 않더라도 그것이 지닌 효율성을 의심하는 이는 그 누구도 없다. (물론 이 경우 질적인 측면은 무시되지만) 또한 현실 속에서 시장이라는 기제를 포기, 혹은 대폭 수정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그리고 시장이라는 틀을 계속해서 분석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려 하는 게 경제학이라는 점에서 경제학도들이 어느 정도 보수화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어쩌면 경제학도들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수적인 관점(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우파적 관점)을 지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경제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만큼 누구나 경제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기에 나는 경제학도들이 일정 정도 보수화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또한 이를 그다지 부정적으로 여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부정적으로 여기는 이들은 대개 ‘보수’라는 개념의 사전적 정의가 좀 거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개념의 실제 쓰임은 진보 역시 그러하듯 가치적으로 중립적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물론 이러한 현상에 문제가 없지만은 않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라 해봐야 대다수가 학부레벨이지만 나는 그들 중 좌파적인 접근을 하는 이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오히려 고전적 자유주의의 관점을 너무 맹목적으로 따른다는 생각을 받은 적이 적지 않았다. 물론 이는 단순히 학부레벨의 문제만이 아닐 것이며 또한 경제학도들만의 문제 역시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산술적으로만 봐도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는가 하는 우려를 떨치기는 힘들다. 그것이 옳건 그르건, 심지어 논리적 정당성의 정도를 떠나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듀크토고님이 제기한 자유주의라는 용어의 쓰임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고자 한다. 기본적으로 자유주의는 분명 시장을 더 지지하는 우파에 있어야 한다. 많은 좌파적 길을 지지하는 이들이 자유와 평등이 상충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는데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유는 필연적으로 평등과 상충한다. 좌파적 방법을 지지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사회주의라는 이름이 좀 더 어울린다. 한국에서는 반공주의의 영향이 막대하다보니 아직까지 ‘사회주의’라는 말이 쉽게 쓰이고 있지 않지만 복지와 평등을 주장하는 이들은 당연히 사회주의자로 봄이 옳다. 이 역시 경제학도가 보수적이라는 칭호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듯이 거리낄 필요가 없는 말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스스로를 ‘사회민주주의국가’라 칭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개입을 선호하는 이들이 자유주의자로 불리는 것은 단순히 사회주의자들, 혹은 좌파적 방법을 선호하는 이들이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모두 점유하려는 원인에 있지만은 않다. 집권층 (정치적 측면을 넘어 힘을 쥐고 있는 이들) 에서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타인의 (특히 약자의) 자유를 억압하는 측면이 존재하며 사회주의자들이 이들에 맞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을 가지고 타인을 억압하는 이들이 자유주의자가 아니듯 이들에 저항한다고 해서 그들이 자유주의자인 것도 아니다. 기본적인 자유를 억압하는 이들에 저항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비판해 나가는 것은 사회주의자, 자유주의자를 가릴 것 없이 모두의 책임이며 오히려 자유의 가치를 더 높게 사는 보수적인 이들에게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1. 이방인
    승환님 블로그에 댓글을 남기려고 할때마다 금칙어가 있다고 하는군요-_-. 괴롭습니다.
  2. 헉 제 글을 -_- 사실 제 글도 아니고 영어공부나 끼적거려 본 것에 불과한데...

    얼른 볼만하게 수정 좀 해야겠군요

    좀 긍정적으로 이산수학은 그나마 중간 이상이었다...
  3. 저는 일단 경제학 공부라도 좀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4. 흥미진진하면서 진지한 글 잘 읽었습니다.
    용어 정의부터 접근하셔서 아주 좋았습니다.
    보수에 대한 견해는 이견도 있더군요.
    보수가 꼭 나쁜 것이냐? 좋은 것을 지키려는 보수는 좋은 것이다...... 라는 주장.
    공자의 경우엔 "옛 것이 좋은 것이여~"를 외치신 분입니다만......
    물론 사회를 변화 발전시켜야 하고 개선시켜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사회의 잘못된 점을 고쳐나가려는 이들은 모두 진보주의자로 불리우게 된다는 점에서는 진보라는 단어가 좋긴 좋습니다만......

    그리고 사안마다 시민들의 견해는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사안에 따라 보수파도 되고 진보파도 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 '내 정체성은 뭐지?'라는 아리송한 질문도 하게 되지요.

    그러나 사실은 지나치게 편가르기 국면으로 몰아가는 정치인들과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그런 잘못된 분위기가 많이 희석되어가고 있고, 보수언론에서조차 진보적인 견해를 읽을 수 있고, 진보언론에서조차 보수적인 견해를 읽는 경험을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진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개선이 아닌 개악의 경우에는 진보라는단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용하는 단어가 문제가 아니라, 님의 말씀대로 사회의 진보 발전, 인권 개선, 상식을 위해서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인간된 도리를 다 하는 데 있어서 진보 보수가 중요한 게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아직까지도 촌스럽게 편가르기를 하는 분들을 소수지만 가끔 접하게 되는데요, 그럴 때마다 한숨이 나오더군요.
    그런 식으로 편가르기해서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 정권을 옹호하려 들고, 상대편 정당이나 정치인,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국민들을 내쫓고 우롱하려 드는 모습을 볼 때는 참으로..........

    무의미한 편가르기는 관두고, 그저 국민이 행복하고 나라가 발전하고 인류 복지에 기여하는 그런 사고로 사안별로 깊이 고민하는 자세를 전 국민이 갖추고, 편가르기 정치공학이 발 붙이지 못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한 요즘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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