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와 민족주의한류와 민족주의

Posted at 2007. 2. 9. 16:12 | Posted in 풍기문란 연예부
비 키운 박진영씨, 도발적 제안


박진영씨가 가진 민족관에는 동의하지만 한류에 대한 생각은 조금 핀트를 잘못 잡은 것 같다. 나는 그의 주장에 대해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먼저 비가 중국 옷 입은 것 가지고 뭐라 하는 것은 '한류 속의 민족주의' 때문이 아니라 '한국인의 민족주의' 때문이다. 그리고 '반한류' 역시 '한류 속의 민족주의'의 영향이라 보기 힘들며 '반한류'라는 말조차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이하에서는 이 둘에 대해 간단하게 언급한 뒤 한국의 민족주의와 언론에 대해 간단히 첨언하고자 한다.

먼저 박진영씨의 주장과는 달리 한류 자체는 민족주의와는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생산해내는 문화콘텐츠가 상업성을 지니고 있고 외국인이 그것을 수용하는 것, 이는 한국이 외국 문화를 수용하는 것과 전혀 별다를 게 없다. 우리는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이를 민족주의라 지칭하지 않는다. 사실 미국이나 일본의 문화들은 한국에 너무 자연스레 수입되고 있어서 굳이 이름을 붙일 필요도 없을 정도다. 물론 민족주의를 포함한 영화나 드라마가 없지는 않다. 주몽과 같은 드라마, 혹은 한반도와 같은 영화어느 정도 민족주의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드라마가 잘 팔릴 리 없다. 물론 미국처럼 돈을 퍼부어서 '인디펜던스 데이'와 같은 블록버스터를 만들면 팔리겠지만 한국에서 그런 대자본을 활용한 영화나 드라마가 등장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한국에서 '괴물'이 어쩌고 해도 해외시장에서는 김기덕 영화보다도 안 팔리는 게 우리 블록버스터의 현실이다.

그리고 '반한류' 역시 집고 넘어가야겠다. 반한류라고 해 봐야 일본과 중국 정도일텐데  일본의 '혐한류'는 사실 한국에서 오버하는 것만큼 큰 흐름이 아니다. 마치 새역사교과서의 채택률이 굉장히 낮듯이 말이다. 그리고 중국의 경우는 분명 정부에서 한국 드라마의 시청률과 잠식률이 너무 높아지자 조정을 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너무 높은 잠식률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발로 이해해야지, 한국 민족주의의 영향이라 보기는 힘들다. 한국이 스크린쿼터를 취하는 게 미국의 민족주의 영향이 아니듯 말이다. 사실 중국의 경우 아직까지 한국에 대한 시각이 전체적으로 호의적이고 특히 젊은 층의 경우 한류가 상당 공헌을 하는 듯 보인다. 반감이라고 해도 자국 민족주의 정서가 강한지라 점유율 때문에 자존심은 상할지언정 한류 속의 민족주의를 탓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박진영씨의 한류에 대한 문제지적은 오류가 있을지언정 그의 생각을 모두 부정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국민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비의 중국 공연 때 비에게 중국 전통 옷을 입히고 쿵후를 접목시킨 춤을 추게 하려고 했다. 그랬더니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났다. 왜 한국의 자존심을 버리고 중국 것을 따라 하느냐는 것이었다. 이런 좁은 생각은 안 된다."


사실 비가 중국에서 전통옷 입었으니까 넘어가지, 여자 연예인이 기모노 입었으면 좀 더 시끄러웠을테다.


"처음엔 별 형태도 없던 한류가 왜 민족주의적인 성향을 띠면서 '한국 만세'가 됐는지 모르겠다. 언론이 한류를 놓고 '일본 정벌' '중국 정복'식으로 쓰니 외국에서 반(反)한류 기류가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가 한류에 대해 민족감정을 과잉하게 부여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고 박진영씨는 이 부분을 정확히 캐치하고 있다. 박진영씨가 잘못 집은 점은 이가 한류의 방식의 문제가 아닌 민족주의의 과잉이라는 우리 의식의 문제임을 오해한 것이다. 즉 현재의 문제는 한국의 문화콘텐츠 수출이라는 현상을 과도한 민족주의라는 틀을 통해 받아들이는 한국인의 자세이다. 박진영의 말이 조금 오버라는 생각은 들지만 적어도 한국인들이 한류에 대해 과도할 정도로 우월감과 민족감정이 들어간다는 점은 인정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한류스타에 대한 편향성 기사 (누가 엄청난 인기를 끈다거나 정복했다거나 하는) 도 문제이지만 이보다 더 큰 것은 정치나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언론의 민족편향적 보도이다. 타국과 관련된 사건이 있을 적 언론이 오직 한국의 입장에 선 보도를 함으로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일은 매우 흔하다. 그리고 이러한 보도를 통해 우리의 민족주의는 강해지고 한류를 바라보는데도 쓸데없이 과도한 우월감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타국가와 민족을 욕하는 수많은 일들은 어느 정도 오해인 경우가 많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예전 내몽고 여행을 갈 때 우연찮게 요미우리 신문사의 기자와 며칠간 이야기 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당시 자연스레 민족감정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는 한국인이라면 다소 의아하게 여길 이야기를 꺼내었다. 일본인 대부분은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신사 참배 역시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또 한국은 일본의 극우조직이 만든 새역사 교과서에 대해 마치 일본 전체가 그 교과서를 채택하는 양 큰 소리로 떠든다. 그러나 실제로 그 채택률은 대단히 미미했고 앞으로도 크게 오를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일본 사회 역시 양심에 앞서 최소한의 상식은 존재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 아베 계열의 집권을 두고 한국인들은 마치 일본인들이 그 역사관때문에 그들을 지지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그들의 지지가 그들이 가진 역사관과는 별 관련이 없다고 그 기자는 말했다. (강조하는데 사람들 그런 것에 별 관심도 없다더라)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과거 김치 파동을 가지고 말들이 많았다. 이 곳 상하이에서 만난 한 교수님은 당시 왜 한국이 중국을 탓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 김치회사는 한국인의 회사였기 때문이다. 단지 생산만 중국에서 하고 있었을 뿐이다. 위생관리는 기본적으로 관리자가 맡을 몫이다. 그렇다면 과거 CJ에서 일어난 급식 문제에 대해 회사가 아닌 생산직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겠는가? 그리고 일본인 회사의 김치는 왜 이제껏 특별한 이상이 없었겠는가?

이런 과도한 민족주의는 이미 거의 자리잡은 것 같다. 일본과 중국에 대한 이미지는 점점 나빠지고만 있고 우리는 한국, 한민족이라는 좁은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려고만 한다. 민족이라는 공동체는 분명 억압의 시절, 저항의 중심으로 큰 힘을 발휘한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평화적, 긍정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개념이지만 한국 언론은 이러한 보도행태로 오히려 배타성에만 일조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단순히 돈을 버는데 지장이 있는 정도의 문제로만 남았으면 좋겠지만 아마 그렇게 단순한 문제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좀 더 타국, 타민족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서로를 존중하는 정신이 필요할 때이다.
  1. 은하
    사실 유니가 이혜련이던 시절 슈퍼선데이에서 기모노 입고 출현해서 박살이 난 적 있었죠.ㅜㅡ 게이샤의 추억도 김희선을 비롯한 한국 연예인도 물망에 수차례 올랐었는데, 소속사에서 뒷감당이 두려워 다 거절했다는 말도 있고.

    근데 사실 한류자본들도 비즈니스를 하려면 정확히 해야 하는데, 일본에 갈 때는 뭔가 철저히 하고,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좀 얼렁뚱땅 하고, 콘서트 취소 내지 환불소동 벌어지고..이러는 거 같아서 좀 마음에 안 들어요 ㅎㅎㅎ
    • 2007.02.17 22:15 [Edit/Del]
      김희선은 루머틱한 게 누가 감독이라도 세계적으로 밸류가 있는 장양을 썼을 거에요. 어쨌든 연예사업에서도 한국 특유의 배타적 인식이 작용하는 것은 참 거시기한 일인 듯 합니다.
  2. 박진영씨 의견에 동감하는 부분도 있지만...100% 옳다고 보기도 좀 뭐하네요 --; 박진영씨 입장에선 탈한류를 선언해야 민족감정이 복잡한 아시아시장의 진입이 쉬울 것 같기도 하구요. 되려 저는 한류를 문화코드로 삼는 것은 한때라고 생각이 듭니다. 뭐 그런 거 있잖아요. 만일 어느 고등학교에서 매년 서울대를 100명씩 보내면 관성이 되서 그저 그런일로 치부하는 그런 거. 하지만 정말 10년에 한 번 서울대를 보낼경우 경사로 여겨지는 그런 경우...우리나라는 현재 후자인 것 같아요.
    우리문화 가지고 이렇게 세계적인 포커스를 받은 예가 많지 않은 관계로 생기는 초창기적 문제라고 생각하는데...그게 그렇게 민족주의가 가미됐고, 정치적 어쩌구 할 부분까지 있는건지. ㅎㅎ 박진영씨가 박식하고 능력있는 사람이라는 건 아는데, 좀 속단한 부분이 있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해봅니다. ^^
    • 2007.02.17 22:22 [Edit/Del]
      댓글이 무지 늦네요, 죄송... -_-;

      소나무님께서 아주 정확하게 읽으신 것 같습니다. 박진영씨의 다음 글을 보니 박진영씨의 입장까지도 정확히 대변하신 것 같네요. 이 글을 읽은 후라면 저도 괜히 타이핑 낭비는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하는 박진영씨의 글 링크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2/12/200702120103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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