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용서

Posted at 2007. 2. 23. 01:25 | Posted in 책은곧배게 학술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용서는 가장 큰 마음의 수행이다. 그리고 상처의 가장 좋은 치료약은 용서하는 것이다.
- 법정 스님


살면서 얼마나 많이 용서했는가에 따라 하느님은 당신을 용서할 것이다.
- 김수환 추기경



중국인들은 파룬궁(법륜공)을 사악한 세력이라 흔히들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제 입장에서 봐도 사실 중국 공산당만큼은 아닐 것입니다.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 그들은 세계 그 어느 정당 이상으로 부패해 있고 2030년이 되면 모든 인민이 먹고 살 만한 (아마 한국의 80년대 수준을 일컫는 듯 합니다) 사회가 온다고 이야기하면서 스스로는 큰 부를 누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부를 넘어 일당독재라는 시스템이 아직까지 유지된다는 점에서만도 그들의 무서운 권력욕을 알 수 있습니다. 파륜궁에 대한 공격은 오히려 종교적 신념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보다 두려운 세력으로 클 수 있다는 위험성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최근 파륜궁에서 전하는 반중국적인 소식도 파륜궁이 애초에 반중국적이기보다 중국의 공격이 그들의 반감을 샀기 때문일 것입니다. 파륜궁은 오히려 중국 정부와의 화해를 간절히 원하고 있죠.

그러나 파륜궁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중국 공산당의 억압을 받아온 이들이 바로 티베트인들입니다. 전략적 위치와 풍부한 자원을 노린 중국의 침략 후 티베트인들은 중국 정부에게 약간의 반발도 허용되지 않았으며 수십년간 잔인한 무력탄압을 받아 왔습니다. 이 책 내에서 모든 집이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아픔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것은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공식적으로만 사망자는 수십만에 이르며 문화대혁명 때 사원의 90% 이상이 파괴되는 일이 있었을 정도이니까요. 지도자의 망명 생활이 반백년이 다 되어갈 정도인것만 봐도 중국 정부의 타협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달라이라마는 복수가 아닌 용서와 자비를 그 대응책으로 내세웁니다. 오직 힘만이 국가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그의 발상은 너무나 순진하고 나아가 어리석게만 여겨집니다. 어떻게 보면 그의 이러한 모습은 어차피 힘을 가지지 못한 자로써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하나의 전략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그에게는 어떠한 전략적 목적도 없습니다. 이는 천안문 사건에 대한 그의 대응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중국이 천안문 사태에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군대로 제압할 때 쯤 티베트와 중국은 화해무드에 들어가 있을 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천안문 사태에 대해 중국정부에 유감을 표명함으로 이 좋은 협상의 기회를 스스로 져버립니다. 주변 사람들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노력을 망칠 것을 우려하자 그는 '그 젊은이들은 지금껏 내가 요구해온 것과 똑같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성명을 발표하지 않는다면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말할 권리를 영원히 잃게 된다'는 이유로 거부한 바 있습니다.

전략적인 이유가 없음애도 용서와 자비를 내세우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 길만이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달라이라마의 사상은 철저하게 '공'에 기초해 있습니다. 여기서 '공'은 단지 아무것도 없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만물이 원인과 조건의 복잡한 그물망속에 존재하여 서로 의존관계에 있다는 것이죠. 그 어떤 것도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못하기에 그 물리적 실체가 하나의 이름을 갖춘 본질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그 물리적 실체는 스스로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 많은 사라져 온, 혹은 현존하는 존재들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죠.

이러한 '공'의 사상에 기초할 경우 우리가 타인, 세상, 사물을 보는 시각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이 경우 스스로가 독립적이지 않기에 나와 타인의 관계가 서로 의존적임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이익은 타인의 이익과 대립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을 돕는 것이 자신을 돕는 것이고 남을 헤치는 것이 자신을 헤치는 것이죠. 그렇기에 달라이라마는 자비와 용서를 역설하며 그것만이 진정 남은 물론 자신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 말합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같지만 그 누구보다도 아픔을 겪어온 이가 그 누구보다 깊은 명상에서 우러나온 말을 하는 것이기에 그 울림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굉장히 진부할 수 있는 멘트가 한 인간의 삶의 깊이를 통해 무엇보다 무겁게 다가오는 것이죠. 돌이켜보면 예수께서도 여러 면에서 이와 비슷한 삶을 살아간 분이 아닌가 합니다.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과 반성이 된 책입니다. 기본적인 내용은 틱낫한의 '화'와 별다를 점이 없지만 아무래도 인터뷰어가 정리한 글이다보니 좀 더 맛깔스럽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마음이 흐뜨러질 때 아무 곳이나 펴서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이하는 '용서'에 대한 달라이라마의 닫는 글입니다. 괜히 제 코멘트를 늘리는 것보다 이 글을 읽어보는 게 어떨까 해 함께 싣습니다.



  1. 저도 이 책을 읽었는데 책 자체가 참 잔잔하여 마음에 오래 남았던 것 같습니다.
  2. 저도 함 읽어봐야겠습니다. 저는 항시 마음이 흐트러져 있어서 말이죠.
  3. 아....너무 어려운 주문입니다. 용서라뇨....세상에서 제일 하기 힘든 일 두가지가, 죄를 안짓는 것과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속이 좁아 터진 저는 언제쯤 사람이 될는지....ㅠ.ㅜ
  4.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이 뇌리에 남는군요...
  5. 음.. 승환이가 뭔가를 깨달은 모양이군... 용서라... 용서라는게 정말 쉽지가 않거든... "용서해야겠다" 마음먹고 용서하면 이미 용서가 아닌게 되어 버리거든 그 왜 "공"이라는 개념이 거기에서 나오는 것인듯.. 마음먹지 않고도 자연스레 용서가 되는 그런게 바로 '진정한 용서'라고 하더군.. 아마 달라이라마 정도의 도력이면 가능할지도 하지만 노력하다 보면 누구나 그렇게 될수 있겠지^^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