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성훈과 김창희, 그 사이추성훈과 김창희, 그 사이

Posted at 2007. 4. 13. 01:24 | Posted in 정력은국력 체육부
최근 스타크래프트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이슈는 김창희 선수가 버그를 쓴 일이다. 김창희 선수가 사용한 버그는 유닛이 막은 입구 안의 미네랄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도 C버튼을 연타하면 SCV가 유닛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버그이다. 이 일이 일어나자마자 상대방인 박성훈 선수는 주최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주최 측에서는 룰에 규정된 버그만이 징계 대상이며 김창희 선수가 사용한 버그는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기에 오히려 박성훈 선수에게 경고를 부과했다.

다행히 패배한 박성훈 선수는 패자부활전을 통해 본선에 올라갔지만 김창희 선수에 대한 네티즌의 질타는 식을 줄 모른다. 김창희 선수에 대한 댓글에는 악플이 대부분이며 그는 어느새 '벌레테란(bug terran)'이라는 악명을 얻어 버렸다. 듣기에 그리 좋지 않은 별명이 없지만은 않지만 하나의 애칭으로 통하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 역사상 최악의 별명이 아닐까 한다. 플레이를 볼 때 상당히 기대되는 신예였는데 처음부터 이미지가 너무 나쁘게 박힌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버그를 사용한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겠지만. 그런데 어째서인지 나는 김창희 선수에 대한 네티즌의 비난을 보며 추성훈(아키야마) 선수가 떠올랐다. 즉 이렇게 정의감 넘치는 사람들이 왜 추성훈(아키야마) 선수에 대해서만큼은 유독 편을 들었던 것일까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추성훈(아키야마) 선수는 2006년 마지막날 일본의 격투영웅 사쿠라바를 아주 발라버렸으나 몸에 오일을 바르는 반칙을 했음이 드러나 현재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받고 은신 중이다. 그런데 추성훈(아키야마) 선수에 대한 국내 반응은 너무나 편향적이다. 텃세가 심한 국내 스포츠계에 남지 못한 그에 대한 미안함과 그럼에도 조국을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에 대한 감동은 민족주의가 강한 한국에서 매우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네티즌은 물론 기자들마저도 모두 무기한 출장 정지라는 징계는 일본 측의 텃세이자 일본의 격투 영웅 사쿠라바를 눕힌 보복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프레시안 기사까지 이럴 정도면 할 말 다 한거다.

그러나 일본측 반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우리가 그저 민족감정으로 몰아붙일 적 일본에서 이 문제는 너무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추성훈(아키야마) 선수가 한국인이건 일본인이건 적어도 일본에서 챔피언이었으며 팬 역시 적지 않은 선수였다. 국적이 어딘가를 떠나 그러한 톱급 선수가 상대방에게 위험한 반칙(실험결과 미끈거림은 생각 이상으로 심해서 태클이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을 한 것이 가볍게 넘어간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현상일 것이다. 게다가 사실 일본은 한국과 미국에 비하면 자국 선수라고 무조건 응원하는 이들의 비율도 적은 편이다. 우리 언론들은 고이즈미 - 아베 등과 연관지어 마치 극우 민족세력이 지배하는 나라로 그리고 있지만 솔직히 외국 스타들에 그들만큼 열광하는 나라가 또 어디 있겠는가? 현재 추성훈의 동료들조차 반칙에 대해 한 마디 변명도 못 할 상황이다.

물론 추성훈(아키야마) 선수의 반칙은 고의가 아니라고들 이야기하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스포츠에서 반칙의 의도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엄밀히 말하면 구분할 방법도 없으며 무엇보다 작은 반칙도 어쩌면 생명과 직결될지도 모를 격투기에서 고의성 여부 때문에 반칙이 가볍게 다루어질 리 없다. 프라이드 측에서도 한창 커가고 있는 리그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으니 가볍게 처벌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징계가 과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한국의 징계가 유독 약한 측면이 있다. 토토구매를 한 모 선수에게 겨우 30경기 출장정지를 주는 게 한국 스포츠계 징계의 현실이니까. 그러나 이러한 일이 있다면 볼 것 없이 영구제명이 되는 나라들에서는 무기한 징계가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었을테다. 말이 길었는데 정리하면 추성훈(아키야마) 선수에 대한 징계는 민족이 어떻고 배타성이 어떻고 할 사안이 아닌 일이었다.

이에 반하면 김창희 선수의 반칙은 비교적 경미하다. 게임에서 반칙을 한다고 생명이 날아가거나 할 것도 아니며 최고의 위치에서 자웅을 겨루는 상황도 아니었다. 심리적인 측면상 반칙한 상대에게 이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어느 쪽이 승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도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우리는 추성훈(아키야마) 선수는 희생양이며 김창희 선수는 파렴치한 인간으로 그린다. 김창희 선수를 변호할 마음은 없다. 그러나 추성훈(아키야마) 선수를 보면 상대적으로 김창희 선수에게 동정이 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내 마음이다. 나 역시 추성훈(아키야마) 선수의 팬이지만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볼 수는 없으며 김창희 선수의 행동이 밉기는 하지만 조금은 따뜻하게 봐 줄 수는 없을까?
  1. 세상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듯, 위반의 경중에 따라 비난의 정도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더군요.
  2. 저도 동감은 합니다. 그리고 김창희선수를 유독 비난(?)하는 이유는 그 상대방선수에 대한 사랑이 좀더 커서가 아닐까요?? 이전에 이승훈선수가 박정석선수등에게 욕을 채팅창으로 날린 것이 확인이 되었을 때 엄청나게 비난여론이 들끓었잖아요... 추성훈선수는 우리나라 선수라는 것이 있기에 충분히 동정여론이 가능한 것이고... 이전에 김선기라는 게이머가 절대로 때릴 수 없는 곳에 탱크를 갖다 놓고 그것을 계기로 이긴 적이 있었는데 임요환선수가 두둔해주어서 금방 사그라들었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즉 위반의 경중이 아닌 호불호에 따라서 많이 나뉜다고 생각해요.. 저는
    • 2007.04.13 17:35 [Edit/Del]
      음... 아무래도 그 때 욕은 정말 자기 편끼리 하는 것 같았는데 -_- 비난은 호불호에 따라 갈린다는 말에는 동감합니다. 그런데 박성훈선수 팬도 많나요? 잘 모르는 선수였는데 -_-
  3. 극단적으로 말하면.. '억울하면 출세하라.' 라는 말이 떠오르는 군요. '화랑님'께서도 언급하셨지만 저 버그를 쓴 사람이 '임요환'이었다면 그렇게 비난이 크지 않았겠죠. 추성훈 선수가 우리나라에서 사랑 받는 이유는 나름 알겠지만 그래도 그 반칙은 이해가 전혀 안가더라구요. 뭐 암튼... 가장 큰 문제는 협회나 주최측에서 아직도 규정을 정확하게 확립해 놓지 않았다는 거 같네요. 애초에 버그에 대한 정확한 규정을 만들어 놨으면 이런 일도 없을 텐데 말이죠...

    근데 저 버그는 처음 알았습니다..ㅋㅋㅋ
    • 2007.04.13 17:36 [Edit/Del]
      임요환이면 뭐 안티도 많으니 더 시끄러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ㅎ_ㅎ 규정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게 문제를 키운 것 같아요. 규정된 버그만 안 되는 네거티브 방식이 아니라 기본적인 컨트롤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파지티브 방식이 좋겠죠 ^^
  4. 분위기가 싸~악 바뀌었군요.
    스타를 잘 모르기에, 그리고 추성훈 선수도 잘 모르기에... 그리고 더욱 중요한 저런 일이 일어난것조차 모르기에 패쑤~~~~.
    어째 난 왜 다 모르는걸까? -.-ㅋ

    중요하진 않지만, 파폭에서 왼쪽 여백을 클릭하면 전체선택이 되버리네요. 뭐 별로 중요한건 아닙니다. ^^
  5. 추성훈 선수의 징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몸에 스킨과 같은 미끄러운 물질을 바르면 안 된다는 종합격투기 룰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행동을 했으니 출장정지를 당한 것이고, 만약 일본 선수가 그랬더라도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일이었죠.

    어찌보면 우리 언론들의 반응은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했거나 격투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에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의 본질은 격투가로서 해서는 안될 행위를 했다는 것인데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습니다. 관계자들의 증언이나 일본측의 반응은 취재하지 않고 '사소한 문제인데 재일교포라서 차별받는 것'으로 몰아간 셈이죠.
    • 2007.04.15 00:53 [Edit/Del]
      네, 그보다 추성훈 선수가 몰랐다는 사실에도 꽤 놀랐습니다. 이번 스타크래프트도 그렇고 선수들에 대한 룰 교육이 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언론의 격투기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사람들이 겪는 정보왜곡은 큰 듯 합니다. 최홍만 선수와 이태현 선수 등을 스카웃한 이유가 그들의 실력보다 민족감정이라는 상품성을 먼저 본 만큼 아직까지 이종격투기는 전문가 풀이 크지 않은 것 같아요.
  6. 김창희 선수의 경우는 승리 후 인터뷰에서 뭔가 해명이라도 했으면 그 타격이 좀 나아졌을텐데 오히려 자신이 버그 쓴것을 시인했습니다. 그런데 박성훈 선수가 퍼즈를 걸고 항의를 했을땐 심판에게 자기는 버그를 쓰지 않았다고 했죠. 거기에 한몫 더해서 '올해 최고의 선수가 되겠다' 란 말까지 했으니.... 상황대처를 제대로 못한게 아쉬웠습니다.
    • 2007.04.15 00:56 [Edit/Del]
      그런 뒷이야기가 있었군요. 제가 알기로는 포즈를 걸었을 때도 c키를 활용한 것은 인정했다고 하던데... 어쨌든 정식으로 사과하는 수순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도 아닌 것 같지만 어지간한 성적을 올리지 않고서 만회는 힘들 것 같네요.
  7. 요환이형이 버그(버그라 칭하긴 어렵고 시스템을 이용한거겠죠 ? )를 이용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네요 -_-;;; 신예라 더욱 그런걸까요 ?
  8. 그 후배
    임요환 선수의 경우엔... 얼라이 마인 트릭을 썼었죠-ㅋㅋ

    동맹 걸어놓으면 마인이 반응 안하니까 상대 병력이 지나가도록 해서 대오 중간쯤에서 동맹을 풀어버리는-ㅋㅋ
  9. 은가이
    얼라이 마인 경기는 재경기를 했었습니다.
    김창희는 밸런스를 깨뜨리는 행위를 한거죠
  10. 이번버그도 건물지으면서통과하거나 벌쳐로비비는것 미네랄통과등과함께본다면 어디까지가 버그이고 어디까지가 괜찮은건지 혼란스럽네요. 앞에3가지플레이가 이제껏한번도없엇고 김창희선수가 그시점에 그런플레이를보여줬어도 이런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까합니다.
  11. 후우.. 뭐 어째서 게임 버그얘기에서 격투왕얘기까지 나온건지는 모르겠으나..
    비교대상이 약간은 틀렸다고봅니다 그보다는 위에서도 있듯이 같은게임에서 임요환선수나
    다른 유명한선수들이 버그비슷한걸 썻을때는 관록이니 역시 임요환선수라는둥 대충 넘어가는 사례들이 있죠.. 그렇지만. 이번예는 분명히 자신의 빌드를 노출시키지않으려고 입구를 막았는데, 그걸 막고있는 유닛을 파괴한것도 아니고 정말 비집고 들어와서 정찰한다는건 가벼운 배틀넷도 아니고, 프로 대회라는 무게있는 대회에서는 문제있다고 보여지네요
  12. 쯥가이
    물론 상황마다 판단이 달라지는건 사실이지만,
    고의와 실수를 명백히 구분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전 추성훈과 김창희의 경우 만큼은 명백히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성훈은 연습하던 때의 습관대로 발랐고, 아무도 제재하지 않았으며, 사건 발생 직후
    아무런 변명할 거리가 없다. 무조건 사과하겠다. 잘 몰랐다. 어떤 판결도 기다리겟다.
    라고 하면서 몸을 충분히 사리고 자신의 잘못을 백번 인정했죠. 그래서 '실수'로 보일 수 있는겁니다.

    하지만 김창희의 경우는 너무나 뻔뻔하죠. 그거 스킬인데요 버그버그하지 마세요 요따구 말을
    한다던가, 연습중 발견해서 사용햇다거나 하는 말은, 당연히 '막혀잇으면 요고 써야지' 요렇게 마음먹고 '고의'적으로 쓴겁니다. 100%말이죠. C버그는 유즈맵을 통해서 알려진지가 몇년이 됫는데, 그걸 알고잇는 선수가 김창희 하나 뿐이겟습니까? 다들 이건 규정에 없어도 쓰면 안되겟구나 하는 마음에 정정당당한 플레이를 한 것인데, 김창희는 너무나도 악의적으로 그걸 이용했죠. 이 경우는 분명히 '고의, 악의' 라고 규정지을수잇습니다.
  13. MSL 시즌 2 조 지명식에서 김창희 선수를 처음 알게 됐는데
    도발이라고 하긴 너무 건방지고 재수없는 발언들을 많이 하더군요
    나이도 어린게 싸가지가 너무 없었다는..ㅎㅎ
    아마 앞으로도 더욱 안티가 많이 생겨날듯 오늘 더군다나 32강에서 쫄딱 탈락했으니 ㅋㅋ
    큰소리만 치더니 욕 나올라하네 ㅋㅋ
  14. 이천풍
    김창희 선수에 대해 대부분 "욕"이군요. 그런데 사람들이 자주 실수 또는 착각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고의이든 악의이든 규정에 없으면 그것은 "반칙이 아닙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김창희 선수는 절대적으로 옳았고, 추성훈은 절대적으로 옳지 않았습니다. 반칙을 판단할 때 고의를 따지지도 악의를 따지지도 않습니다(물론 고의나 악의가 없다는 "확신"이 있다면 조금 처벌이 경감되기도 합니다).
    ** 저는 김창희도 추성훈도 잘 모릅니다. 우연희 위키백과에서 보고 구글에서 검색하여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런 악의성 버그 사용이 있게 되면 규정이 보완되는 효과도 있게 되죠. 이럴 경우 김창희 선수는 필요악이 됩니다만. ㅡㅡ;
    또 다른 관점에서, 많은 분들이 정정당당을 말하시는데, 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축구에서 손으로 유니폼 당기는 "반칙"이 공공연히 벌어질까요? 이것은 남미 축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분이 좋아하는 유럽/남미의 유명한 선수들이 그런 반칙을 일상적으로 사용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스포츠"는 절대 정정당당만으로는 그 꼭대기에 이르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막말로 상대를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고 할 정도로 잔혹하고 냉정한 세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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