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현 화백의 만평은 유죄인가?백무현 화백의 만평은 유죄인가?

Posted at 2007. 4. 25. 02:14 | Posted in 없는게나은 정치부

버지니아 공대 사건이 발생한지 며칠이 지나고 잠잠해지려는 즈음, 다시금 이 사건에 우리를 주목시키는 일이 있다. 서울신문 백무현 화백의 만평을 둘러싼 논쟁이 그것이다. 백무현 화백은 만평에서 이번 버지니아 공대 사건을 두고 부시가 한 바에 33이로써 우리의 총기 기술의 우수성이 다시 한 번…’이라고 말하는 만평을 그렸는데 이를 두고 네티즌의 찬반양론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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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현 화백에 대한 비판의 원인은 대략 셋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많은 이들은 민족감정에 근거한 듯 하다. 굳이 링크를 걸지 않더라도 백무현이라는 이름으로 검색을 한다면 이에 대해 수 많은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네티즌들은 이 만평이 이미 미국을 돌고 있다고 남은 교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느냐고, 어떻게 이런 만평을 그릴 수 있느냐고 묻는다. 감정적인 비판도 많다.‘정말 어이없다. 블랙 코미디도 아니고 그냥 블랙일 뿐인 인간일까? 만평 만화가가 신문 만평만화란을 개인 블로그 수준보다도 낮은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연재하는 듯하다.’라는 글은 누가 처음 쓴 글인지 네이버 블로그에서는 거의 다리 건너 발견할 수 있을 정도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우선 범인이 조승희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적대감을 한국인에 대해 품는 미국인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그렇게 따진다면 9.11 테러를 주도한 아랍인은 아예 미국 거리를 걸어다니지도 못할 것이다. 실제로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한 네티즌 여론조사에선 22일 오후 2시 현재 90%가 조승희 범행에 "한국이 책임이 없다"고 답변한 반면, 한국의 사회적 책임을 지적한 의견은 7.2%였다. 물론 미국의 인구를 볼 때 7.2%가 적은 인구는 아니겠지만 너무 걱정은 말자. 미국이 오키나와에서 일으켜 온 문제는 한국 땅에서의 그것과 비교할 정도가 아니지만 여전히 미군은 잘 버티고 있다. 반미감정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렇게 개념없는 행동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또한 국가와 국민 전체가 저자세로 나아갈 이유도 없다. 이태식 주미대사의 반응이 이 삽질의 전형이다. 그는 "저는 우리나라와 여러분 모두를 대표하는 대사로서, 이 슬픔의 순간에 동참하면서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들의 유감, 그리고 사죄를 전하는 바입니다."라고 인터뷰를 했는데 여기서 사죄란 잘못을 전적으로 인정하는 것, 즉 스스로를 가해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왜 한 사람의 범죄를 두고 국민과 국가가 죄의식을 함께 가져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만히 있던 국민과 국가는 죄인과 죄국이 되어 버렸다. 적어도 청자로 하여금 그렇게 인식하게끔 한다. 말은 다르고 다른 것이다. 우리가 왜 일본이 과거사를 유감이라고 발언할 때 그토록 사과를 요구하는지를 생각하면 현재 한국의 자세가 지니는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저자세를 자처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사회는 집단적 죄책감을 느낀다는 한국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며 이를 소개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백무현 화백이 비극적인 사건 앞에서 조롱과 희화화를 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사건이 비극적인 사건임은 사실이지만 희화화라는 점에 있어서는 조금 생각을 넓게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사망자에 대해 희화화를 시도했다면 이는 두 말할 것 없이 인격 모독일 것이다. 그러나 그 원인 제공에 대해 희화화를 시도한 것이라면 이는 잘못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라크전의 폭격으로 죽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희화화를 시도했다면 이는 분명한 인격 모독이지만 미국군을 대상으로 (미국의 전쟁이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가정 하에서) 희화화를 시도한 것이라면 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백무현 화백의 만평이 희화화하는 대상은 명백하다. 그 대상은 아무리 봐도 총기 소지를 지지하는 공화당과 대통령 부시를 겨냥한 것이지, 그 희생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이지만 적어도 내 시각에서는 그러하다) 그리고 노르웨이에서는 물론 심지어 미국에서조차 이와 유사한 만평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만평조차 희생자에 대한 희화화라면 할 말이 없다. 단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외국에서는 별 문제가 없되 한국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는 첫 번째 주장은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미 보았듯 나는 그러한 주장 역시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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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백무현 화백의 주장 자체가 틀렸다는 비판 역시 있다. 즉 총기를 손쉽게 소유할 수 있는 미국의 총기관련법이 이번 사건을 낳은 게 아니라는 비판이다. 이는 상당히 흥미로운 주장인데 분명 총기소유가 문제라는 주장은 굉장히 설득력 있게 들리면서도 동시에 근거가 빈약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여러 복잡한 요소가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만 총기라는 한마디로 손쉽게 선동적으로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는 윤리적 판단과 정치적 판단 사이의 괴리로 나아갈 수 있기에 상당한 주의를 요하게 된다. 이에 대해 몇 가지 흥미로운 글을 블로그 세계에서 (국제정치) 현실주의의 전도사격인 Sonnet(개인적으로도 상당한 팬이다)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오클라호마 대학 자폭사건(2005)은 이러한 관점이 잘 드러나 있는데 학교가 다른 장소에 비해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 주시할 필요가 있으며 총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역시 본질을 흐릴 가능성이 있다. (혹시나 하는 말인데 sonnet님은 아직 이러한 주장이 있음을 밝힌 것이지, 자기 주장을 내세우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총기가 전부는 아닐지언정 여전히 주목 받아야 할 대상임은 분명하다. sonnet님의 글처럼 대학이 특히 자연대나 공대는 그러한 폭탄이라는 장난감을 만드는데 필요한 소재와 설비, 기초지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임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그것에 접근 가능한 학생은 그 일부라는 한계 역시 부정할 수 없다. 결국 이러한 한계 속에서 잠재적 살인자에게 총은 합법화라는 미명하에 너무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너무나 유용한 살상무기이다. ‘총기가 합법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 경우 일부 폭탄 등의 위험무기 제조가능한 이가 아니라면 이러한 무기를 구입하기 위해 큰 비용과 위험을 치루어야 할 것이고(아마 포기할 것이고) 대량살상의 위험은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막나가는 발상으로 폭탄이 합법화되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이상 두려운 일이 있겠는가? 즉 총기가 문제의 전부가 아니라고 해도 하나의 원인이라면 그것에 좀 더 규제를 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나아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이 문제를 단순히 학교에 묶어 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굳이 이러한 대량학살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총기가 야기하는 문제는 결코 작지 않다. 미국의 총기소유 현황이 그리 가볍지 않음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는 CNN을 인용전세계에 64000만정의 총기가 있으며 이 중 2억정이 미국에 있다 “(이번 총기사건에 사용된) 9mm의 경우, 미국에서 구입하는 데 제한이 없다고 하였으며 미국총기사고 규모에 대해 미 연방수사국(FBI)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선 매년 1만명 이상이 총에 맞아 사망한다. 지난 2004년 총기 살인은 1654건에 달한다. 권총 살인 8299, 기타 총기 살인 2355건 등이다. 다른 흉기에 의한 살인을 모두 합친 것의 2배 규모라고 한다. 특히 2004 17살 이하 살인자가 전체(11522) 9.5% 1100명이라고 한다.”고 보도하였다. 이 정도면 가볍게 보려해도 도저히 그럴 수 없는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이는 여전히 많은 잠재적 범죄를 낳을 것이다. 계획적 범죄뿐 아니라 우발적 범죄를 포함해서.

솔직히 이번 사건으로 미국 총기규제법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데 드림 까까오 한 알 건다. 만약 영향이 있었으면 진작에 있었을 것이다. 사실 미국에서 총기규제법을 위헌으로 판단한 사례가 있을뿐더러 NRA의 엄청난 영향력을 생각할 때 현실적으로 이를 정치인들이 건드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원인이 총기에만 있다고는 할 수 없을지언정, 심지어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해도 여전히 총기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그 문제는 아무리 작게 보아도 총기 소유로 얻게 되는 효용보다는 클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측면에서 나는 백무현 화백에 대한 세 가지 비판 모두를 부정하며 백무현 화백의 만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데에 한 표를 던지며 이번 사건에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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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번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을 보자니 미국의 부조리 보다는 한국의 부조리(사대주의?)가 눈에 띄네요.
  2. HN
    어쨌든 저는 백무현 화백에 대한 세 가지 비판 모두를 긍정하며
    백무현 화백의 만평에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는 데에 한 표를 던지며
    이번 사건에 애도를 표하는 바입니다.
  3. 총기사건 나자마자 미국 우익성향의 블로그에는 '거 봐라, 학교 내에서 총기를 맘대로 들고 다닐 수 있었으면 범인을 바로 쏴 죽일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오히려 총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글이 바로 올라오더군요.
    백 화백의 만평은 일단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범인이 한국인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이나 미국 백인이었다면 아마 백 화백의 만평이 많은 공감을 얻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정도로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한국인'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다른 나라의 참사에 대해 '남의 일'이라며 지나치게 냉정한 태도를 보이다가 '한국인'이라는 게 밝혀지자마자 사과를 하겠다는둥 오버를 하는 걸 보면 말이죠.
    • 2007.04.26 07:16 [Edit/Del]
      하아, 정말 민족이라는 색안경은 무서운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러한 사고가 미국이 아닌 타국에서 일어났다면 이러한 반응은 없었을 것 같아요.
  4. 승환님 안녕하세요. 커리어블로그입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 승환님 포스트 메인에 노출했습니다. 참 내일 개편설명회 참석하시나요?? 혹시 참석의사 있으시면요. ykpark@scout.co.kr로 답변 부탁드릴께요 ^^
  5. 저도 주미대사의 발언에 너무 실망했었습니다. 가끔 중요한 사람들이 좀더 진중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게다가 -_- 미국 문화를 안다는 대사가....) 물론 희생자에 대한 애도는 필요하지만 방법도 고민을 해야 하는게 대표자의 역할이겠죠.
  6. 창훈
    좀 벗어난 얘긴데, 만약 한국에 살고있는 외국인에 의해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면,
    그리고 그 외국인이 미국이나 유럽 사람이 아닌.. 동남아시아인이거나 했다면
    어땠을까 싶던데, 한국 사람이 인종차별이 심하긴 한 것 같애.
    이렇게 오버해서까지 사과하는 걸 봐도;
    • 2007.05.07 02:00 [Edit/Del]
      만약 그랬다면 아주 개난리지, 한국 인종차별은 정말 심각하고 뭐... 그래도 개인 대상으로는 한국인들이 잘해준다더라, 집단이나 기업 내에서 문제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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