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문화다게임은 문화다

Posted at 2007. 8. 8. 23:05 | Posted in 폐인양성소 게임부

언제나 건전한 아이들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육부가 학교 주변 문방구에 게임기를 설치할 수 없다는 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기사) 하여간 이놈의 교육부, 입시 정책이 안 먹히니까 별 희한한 법률을 다 통과시키네요. 이래서 내가 교육부 장관이 되어야 한다니까, 사람들이 다 무시하네. 여러분, 저 교육부 장관 좀 시켜줘요. 그러면 매일 오전수업만 하고 전부 남녀합반 만든 다음에 여름교복은 비키니로 해 줄게요,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텐데 말이에요. 헛소리는 각설하고...

한국은 게임의 이미지가 유독 안 좋습니다. 하긴 외국에서는 멀쩡하게 즐기는 오락물이 한국에서 이미지 좋지 않은 게 그저 게임 뿐은 아니죠. 즐기는 연령대가 낮은 문화는 한국에서 이미지 안 좋습니다. 만화가 그 대표적인 예죠. 당구나 노래방 같은 경우도 십대가 이 문화에 자연스레 접근하기까지는 상당히 시간이 걸린 어른들만의 문화였죠. 물론 게임이나 만화도 이전 즐기던 계층들이 점점 사회로 진출할 만큼 나이가 들고 나름 시대의 흐름인지라 이미지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티비에서 게임기 광고를 뻥뻥 때려대는 게 그 좋은 증거이겠죠. 그러나 나이 든 교육부 아저씨들에게는 그런 게 통용되지 않나 봅니다. 정말이지, 저는 학교 앞 가게에 한두대 있는 게임기를 왜 굳이 없애려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이들 게임이 무슨 사행성이나 선정성, 폭력성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렇게 따지면 오락실은 왜 내버려 둔답니까? 피씨방은 거기서 레포트도 작성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도 댈 수 있지만 오락실은 그런 것도 없거든요.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분명한 점은 이는 기본적으로 게임에 대해 부정적 선입견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정책입니다. 오락실 가서 오락해도 되지만 학교 앞에 오락기를 치우겠다는 이야기는 이미 수가 많은 오락실을 조질 수는 없으니 거기 갈 놈은 가되 안 가는 애들은 접근 기회를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이야기거든요. 게임의 내용이야 어쨌든 간에 게임에 손대는 것 자체가 나쁘다는 생각이 없이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발상이죠.

그런데 정말 게임이 이처럼 배격되어야 할 대상일까요? 약간 다른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학교 앞 문방구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쥬크박스가 설치되어 있다면 교육부에서 치우려 하겠습니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굳이 없는 예를 들지 않아도 그 누구도 교내에서 인터넷을 하거나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을 막지 않습니다. 그런데 음악 감상, 혹은 체육 활동과 게임이 과연 어느만큼 다른 것일까요? 물론 이것을 접하는 데 사용하는 감각, 혹은 신체가 다르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일정 비용을 지불해 만족을 얻는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물론 아직 성장기인만큼 폭넓은 경험이 필요하고 여러 분야에서의 발전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 때 게임에만 빠져 있다면 분명 문제가 있겠죠. 그러나  밥 쳐먹고 오락만 한다면 그건 분명한 문제겠지만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분야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중독이나 나가는 돈으로 따지면 조져야 할 쪽은 오히려 온라인 게임 쪽입니다, 아이템으로 애들 코묻은 돈까지 긁어대고 있으니까요. 길에서 백원짜리 몇 개 넣는 오락기와 비교할 게 아닙니다. (하긴 나이먹은 제 친구들 중에서도 카트 아이템 사는 놈들이 있기는 합니다) 물론 오락실에서 장기투숙하는 놈들도 있기야 하겠지만 피씨방과 비할 바는 아닐 겁니다. 그리고 단순히 이러한 이유로, 즉 너무 이 쪽에 과도하게 몰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접근 루트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야동 무서워 애들 컴 안 사주는 선택과 같습니다. 더군다나 어릴 때부터 입시 공부로 사람 말려대고 스포츠 한 번 선택하면 공부 포기하게끔 하는 나라가 이런 이유 내세우는 것은 좀 웃기네요.

게임은 타 문화와 마찬가지로 엄연한 문화입니다. 이 중에서도 흔히 오락실로 대변되는 아케이드 게임은 예전부터 인식도 드럽고 비록 하향세를 걷고 있지만 나름의 특징을 가진 고유한 영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요즘은 오락실을 거의 가지 않지만 익명의 상대와 면대면으로 게임을 한다거나 특정 게임에 최적화된 조작형태 (예를 들어 비트매니아, 펌프 등에서부터 세부적으로는 건슈팅 게임마다 총이 다른 것까지) 를 제공하는 등은 컴퓨터 게임이나 가정용 게임기로는 즐기기 힘든 일이거든요. 이제 아랫동네 섬나라가 그렇듯 게임을 그냥 문화로, 오락실은 그냥 문화공간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네요. 언제까지 게임이 분서갱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1. 저도 어릴때부터 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겨오던 한 사람으로 우리나라의 게임에 대한 시선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어릴때는 부모님에게 맞아가면서까지 오락실을 갔고 나름대로 열심히해서 방송출연도 몇번하면서 나중에도 이 쪽길로 일하고 싶습니다...만.
    어째 게임에 대한 인식은 전혀 바뀌지않는군요. 아니, 조금은 바꼈습니다만 여전히 냉대를 받고있고요.
    거기에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이란 것들은 게임성은 둘째치고 코묻은 돈 갈취하는 게임들이 너무 많으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예전 초창기의 울티마온라인은 게임성도 좋았고 계정비도 3달에 3만3천원이라 정말 재미있게 즐길수있었는데 요즘 게임들은-_-;; 후우;
    • 2007.08.10 12:25 [Edit/Del]
      아아, 오락실 세대로군요 ㅠ_ㅜ 현재 한국 온라인 게임은 너무 코묻은 애들 돈 뜯는 것 같아서 화가 날 정도입니다. 뭔가 방책이 필요할 것 같아요.
  2. 게임이 뭐 잘못있다고 그 난리인지 모르겠군요=_=
    전 아들하고 같이 게임하고 놀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6살이니 곧.. 흐흐..
    ...울온 추억의 게임이로군요. 97년도 소노마때부터 아리랑까지 즐기다가 접은 기억이...
  3. 진정하시구요. 저도 울온 북미섭에서 좀 했구요 :) 아들들도 게임 같이 하지만 문방구 게임기 없애는 건 찬성입니다. 위험한데가 많아요. 도로에 삐져나와서 차량이랑 간섭되고 실제로 죽은 애들도 있었잖아요. 차라리 오락실에 들어가 하는게 낫지...
  4. 음.. 저도 오락실을 없애자고 했다면 반대했겠지만 문방구의 오락기는 확실히 문제라고 봅니다. 왜냐믄.. 위에 댓글 다신 분 말씀처럼 차랑 부딪칠 수도 있구요(문방구용 오락기는 아주 작고 의자도 낮아서 차에 앉은 사람이 못 볼 수가 있어요) 화면도 너무 작고 조악해서 애들 눈에도 안 좋을 것 같거든요. 물론 '없앤다'라는 극단적인 처방보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규제를 내놓는 게 어땠을까 싶지만요..
  5. 저도 울온하고 싶었어요. 흑흑.
    문방구앞 오락기는 여자애들에게는 낯설군요. 문방구앞 게임기는 위험해서 없애는 걸거에요.무조건 겜을 못하게 하려는건 아닐거에요. -_ㅜ
    그나저나 이승환님은 온라인겜은 별로 안조아하시는군요? 쿄쿄쿄.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