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5.18 풍경21세기 5.18 풍경

Posted at 2006. 5. 18. 23:37 | Posted in 사교육산실 교육부

달력에는 일요일 외에도 붉은 색으로 칠해진 날들이 간혹 있다. 신정, 설, 추석, 삼일절, 어린이날, 석가탄신일, 현충일,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크리스마스...  명절을 제외한 나머지 날들이 휴일로 제정된 이유는 그 나름의 의미를 되새기라는 의미일테다. 물론 다른 사람은 물론 나도 절대 그러지는 않는다. 난 좀 가벼운 놈이니까...

그런데 이러한 날들이 과연 국경일로 기릴만큼 가치가 있는 날들인지는 의문이 간다. 특히 현충일은 이제 좀 다른 관점에서 보아야 하지않나 싶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의 혼을 위로하는 날이라지만 사실 여기에는 한국전쟁에 대한 일방적 이해라는 이데올로기가 깊숙히 개입되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의 희생의 값어치가 낮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그러나 역사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낳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일테다. 역사를 되새기는 이유는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의 현충일은 문제가 있지 않나싶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비극적인 역사적 상황을 인식하고 반성하기 위해서 현충일대신 한국전쟁의 개시일이나 종전일을 국경일로 제정하는 쪽이 더 나은 길이 아닐까 한다.

현행 국경일에 대한 불만과는 별개로 왜 국경일로 지정되지 않고 조용히 묻혀져가는가 생각이 드는 날들도 있는데 4.19와 5.18을 꼽고 싶다. 혹자는 12.12나 부마항쟁까지도 지정하자는데 한국처럼 다사다난한 근현대사를 겪은 국가는 그러다가는 1년 내내 놀아도 모자라게 된다. 그리고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석유가 나지 않는다.

4.19와 5.18에 꼭 놀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이 날들의 역사적 가치는 우리가 꼭 한 번 되짚어 볼만한 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행 국경일들에 비하면 더욱 그러하다. 어떠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운동을 통해 얻은 것이 아닌 '광복절'과 국민들의 필요와 요구와는 관계없이 만들어진, 더군다나 분단을 더욱 공고히 한 '제헌절', 그리고 앞에서 이미 언급한 '현충일'에 비하면 4.19와 5.18의 의미는 훨씬 크며 되짚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비극적 결말이라는 측면을 볼 때 5.18은 더욱 그러하다.

오늘은 5.18이다. 날짜 개념이 과제제출일과 월급날만을 바라보는 나는 워리님의 글을 읽고 늦게서야 알아채버렸다. 왜 몰랐던걸까? 학교에는 흔한 대자보 한장 붙지 않았다. 못 보고 지나쳤을지도 모르겠으나 붙어봐야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였을게다.

학교는 현재 즐거운 축제중이다. 술집이 가까이 있는 하숙집은 오늘따라 더욱 요란하다. 아마도 그 요란함의 무게는 당시 광주에서 목숨을 바친 단 한 명의 외침의 무게에 미치지 못하리라. 우리는 대체 왜 배우고 있는 걸까? 그런 것은 초중고 바른생활, 도덕, 윤리를 12년간 공부했으니 당연히 알 것이고 대학에서 제공할 게 아닌가보다.

우리는 대학생이고 오늘은 5.1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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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방인
    딴 얘기같지만 요즘은 어떻게 하면 최규하의 입을 열게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 양반이라도 입을 열어줘야할텐데요. 최규하가 이대로 죽어버리면 이라는 생각을 하면 참 답답합니다.
  2. 은하
    댓글내용센스-_-;;;

    정말 현충일은 또 왜 하필 6월6일이래요;;; 개천절, 제헌절, 광복절...보다 정말 더 4.19나 518이 의미있을텐데. 또 빨리 그 의미가 퇴색되어서 안타깝습니다.ㅠ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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