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적 지식과 수행적 지식이론적 지식과 수행적 지식

Posted at 2006. 5. 22. 18:34 | Posted in 사교육산실 교육부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뭔가를 '안다'고 말한다. 한국인들은 참 많이 배워서 그런지 아는 게 참 많다. 내 경우만 해도 고등학교 때 사회과목만 정치, 경제, 한국지리, 세계지리, 한국사, 세계사를 갈고 닦았으며 (더 있을 것 같은데 기억이...) 윤리의 경우는 아주 12년간 갈고 닦았다. 대학에서도 꽤나 두꺼운 책이 교과서이니 고등학교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알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자주 깨닫데 된다.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실을 자주 부딪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가 자신이 보고 들은 지식의 양의 부족이라면 그리 큰 문제는 없다. 좀 더 적극적으로 그것과 다른 시각, 더 깊은 내용을 알기 위한 열의만 있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한국 교육에 아쉬워하는 점은 그 지식의 양이나 관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을 현실에 적용하는 훈련을 전혀 하지 않기에 그것들이 단지 이론적 지식으로만 남고 현실과 무관하게 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로 논리학을 공부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논리학을 '안다'고 하기는 힘들다. 내 스스로도 논리학 책을 좀 들여다보며 형식논리가 뭐고 비형식적 논리가 뭔지 공부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내가 논리학을 '아느냐?'고 물을 적은 '조금은'이라고 하겠으나 논리'적이냐?'고 물을 적 쉽게 긍정하기 힘들다. (쪽팔려서 부정하기도 좀 그렇다 -_-...) 내가 실생활에서 그다지 논리적으로 살아간다고 단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논리학 책이라고는 들여다보지도 않았지만 놀라울 정도의 날카로운 비판과 탄탄한 논증 능력을 갖춘 사람을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은 논리학을 '안다'고는 못할지언정 논리'적이다'라고 할 수 있다.

'-학을 안다'와 '-적이다' 라는 명제는 '이론적 지식' 과 '수행적 지식'이라는 개념으로 나눠 볼 수 있는 듯 하다. 나 역시 그러하듯 한국인은 이론적 지식에서는 대단히 뛰어난 듯하다. 하지만 반대로 수행적 지식에서는 확실히 떨어지는 듯하다. 발표수업을 봐도 책에서 본 내용을 앵무새처럼 외우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몇년 전 조한혜정 교수가 한국 학생들은 대단히 어렵고 복잡한 것을 전혀 추상화해서 받아들이지만 정작 그것을 실용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비판은 지금도 유효한 듯 하다.

대학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 같다. 먼저 부탁이거니 발표, 토론에 관한 수업과 글쓰기 수업을 일학년 필수교양으로 삼았으면 한다. 서울대, 서울시립대 등은 이미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대부분의 대학은 학생을 무한신뢰하는 건지 돈이 없는지 귀찮은지 알 길이 없다.

이 차이는 경영학과와 타학과 학생들과의 차이를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경영학과 학생들이라고 일학년 때부터 잘하겠냐만 정말 고학년이 되고나면 타학과 학생들과의 프리젠테이션 능력이 명확하게 차이가 나는 듯 하다. (모르겠다, 정말 일학년 때부터 그런 놈들만 오는지, 내가 본 경영학과 놈들이 삐꾸인지 -_-...)

그리고 레포트와 시험 자체를 좀 더 '수행적 지식'에 걸맞게 설정했으면 한다. 현재 대학 시험은 단순 개념 약술이나 서술이나 별반 다를 바 없이 출제된다. 그냥 수업시간에 배운 그대로 착하게 적으면 되는 시험이 대부분이며 나처럼 기억력이 감소하기 시작하는 알츠하이머 노인으로서는 참으로 곤란을 겪게 된다.

이러한 레포트나 시험은 암기력 테스트를 넘어서지 못하며 이러한 지식들은 어디에 써먹지을 일 없이 금방 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아무리 기억력이 좋아도 하루가 지나면 50%를 잊고 다음날이 되면 80%를 잊는만큼 반복, 특히 수행이 반드시 필요하다. 더군다나 이론적 지식과 수행적 지식의 괴리가 있다보면 그저 자신이 뭔가를 안다는 근거없는 자부심으로 남는 경우가 많고 생활과 적합성이 떨어지는 의견으로 충돌만 일으키는 경우마저 생긴다.

이론적 지식이 중요함은 사실이다. 모든 수행적 지식에는 은연중에나마 이론적 지식이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처럼 많은 이들이 단지 이론적 지식에 머무르게 하는 교육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이론적 지식만으로는 현실에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는 죽은 지식으로 남기 때문이다.

심지어 새로운 수행적 지식을 담보하지 못한 이론적 지식은 새로운 이론적 지식조차 생산할 수 없다. 모든 이론적 지식 역시 수없는 수행적 지식 속에 그 적실성이 검증되며 그 비판 속에 새로운 이론적 지식이 생산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단순히 이론적 지식을 안다고 해서 '안다'고 생각하는 그러한 패러다임 자체가 어서 전환되었으면 한다.
  1. 난사실은...
    1. 발표, 토론, 글쓰기 수업이 진행되어도 마땅히 가르칠 선생님이 우선 부족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그동안 국문과 분들이 글쓰기나 토론, 발표에 중용된 것은 큰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영미철학 전공자들을 대승적인 관점에서 중용하기에는 밥그릇 싸움 때문에 쉽지 않아 보입니다.

    2. 그리고 홉스테드의 논증을 살펴보면 아시아 학생들은 선생과의 권력거리가 커서 적극적인 발표나 토론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막상 실행해도 형식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게으름이나 악함 때문에 글쓰기는 베끼고 발표나 토론도 개념파악이 안된 상태에서 지적하신 단순암기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3. 더군나다 현대의 발전된 논의로는 지금 마땅히 대학에서 가르칠게 분명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데카르트의 이원론이 현대철학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있고 사람들의 상식과 달리 높은 수준에서는 진리, 이성, 혹은 객관성에 대한 논의는 전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증적 이성이 가능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 2006.05.22 23:11 [Edit/Del]
      1. 철학을 하는 분들이 가르친다고 무조건 나아질 것은 없어 보입니다. 철학하는 분들도 실제로 그다지 논리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이 보이니까요. 감정적으로 '쓰레기' '엉터리'같은 표현까지 쓰며 논증은 않고 타 학문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면서도 멋모르고 비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상생활 용어를 철학적 용어로 해석하면서 말도 안 되는 곡해를 하며 상대방을 욕하는 경우도 있고요.

      아무래도 철학이라는 학문이 먹고 살기 힘든데다가 유럽처럼 존경도 못 받으니 더욱 그렇게 되는 것 같아 이해가 가면서도 참 아쉽습니다. 이름 널리 알린 모 철학자가 그런 케이스 같은데 그래도 그 분은 열심히 하며 학문적 성과라도 내고 있어서 다행인 듯 해요.

      사실 개념이나 논증의 중요성은 글쓰기 과목에서도 배우고 리서치 등은 방법론에서 배우니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영미철학을 공부한 분이 더욱 깊이 알겠지만 생활영역에서는 그 정도가 아니라도 큰 문제는 없다고 봐요. 일부 분야의 좀 더 깊은 학적 성과를 위해서는 더 공부를 해야겠죠.

      2. 저 역시 그럴 가능성은 생각했습니다. 한 교수님이 대답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미국 어린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는데 다들 손을 들어 난감했다던 기억이 나네요. 이에 반해 한국은 꽤 조용하죠.

      허나 이는 올바른 커리큘럼을 어떻게 형성하느냐의 부차적 문제지, 기본적으로 이러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필요한 말은 아닌 듯 합니다.

      3. '현대의 발전된 논의'에 대해서 서술해 주세요.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지 명확하지 않아 논의가 불가능한 부분이군요.
  2. 난사실은...
    4. 그러나 전체적인 생각에는 찬동합니다.

    그냥 1, 2학년 때는 몇가지 과목만 집중적으로 가르치는게 나은 것 같습니다.

    논증분석, 예를들어 책을 분석적으로 읽기
    논증 만들기, 리서치나 문헌이나 주를 찾아 읽는법.
    만든 논증을 가지고 토론하기.

    이런 단순과정만 (새로운 것을 배우지 말고) 익숙할 때까지 계속 반복하는 것입니다.

    물론 지식이 무엇인지, 지식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란 것이 무엇인지, 개념과 현실/실재는 어떤 관계인지도 가르쳐야 겠죠.

    개념만 1년 가르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2006.05.22 22:49 [Edit/Del]
      4. 2번에서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더욱 현실성 없는 이야기를 하는 듯 합니다. 현실적으로 대학 과정을 수년 늘릴 수 없다면 지금 과정에서 수업을 더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또 각 과목마다 저러한 점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꽤 도움이 될 것이고요. 가능하다면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 소폭이나마 반영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3. 스르기
    외에 어려운 이야기들을 나누고 계시는데 죄송하지만 경영학과 학생과 타과 학생이 어떻게 다른지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 2006.05.22 23:16 [Edit/Del]
      원래 제가 잘 모르는 이야기는 어렵게 합니다. -_-

      경영학과를 언급한 것은 제가 볼 때 경영학과 학생들의 프리젠테이션 능력이 타과학생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수치나 도표를 비쥬얼하게 활용하는 정도에 멈추지 않고 전체적으로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을 일관성있고 뚜렷하게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발표 기회가 많은데다가 자료를 조사해 어떠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이 주어져 훈련이 되어서인 듯 합니다. 교수님들도 그러한 점을 강조하시고요. ^^
  4.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거 의외로 진짜 많은 것 같아요. 우리학교만 해도 사회과목을 6개 가르치거든요. (참고로 현재 사탐은 11과목이 있습니다. 사회문화, 정치, 법과 사회, 경제, 국사, 근현대사, 세계사, 윤리,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 말씀하신 '한국사'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요; 추측하건대 한국사가 국사와 근현대사로 나눠진 게 아닌지;;) 그리고 제 생각에는 대부분 단순암기에서 그치지도 않습니다. 저는 국사, 근현대사, 정치, 윤리를 하는데요, 정치같은 경우 도표를 통해 유추해야하는 문제도 많이 나오거든요. 사회문화는 말할 것도 없구요.

    딴소리 : 문,이과 과목을 통틀어 배울 수 있는 곳은 고등학교때 뿐이니, 아무쪼록 열심히 들어둬야겠습니다. 우리 물리선생님, 요즘 '과학사'를 가르치십니다;
    • 2006.05.24 17:27 [Edit/Del]
      저 때는 '국사'만 있었어요. 요즘 '근현대사'가 생겼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솔직히 교과서 달달 외우면 나중에 뭐 공부할 때 대략 지도는 그려질 것 같아요. 그 우수한 암기능력으로 고시공부하면 대학생들 다 죽어날텐데 나이제한이 참 아쉽습니다 -_-;;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