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나와 휘성, 그리고 오리엔탈리즘유한나와 휘성, 그리고 오리엔탈리즘

Posted at 2007. 10. 20. 11:58 | Posted in 풍기문란 연예부
예전에 휘성이 왠 자동차 광고에서 against all odds라는 노래를 부른 적 있다. 이어서 이런 기사가 떴다. 아래는 인용구.

EMI 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휘성의 ‘Against all odds’를 들은 필 콜린스는 “휘성의 음악이 매우 현대적”이라면서 “아시아의 가수가 이렇게 음악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했다. 필 콜린스는 이와 함께 휘성에 대한 궁금증도 내비쳤다. 그는 “휘성이라는 가수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며 “언제쯤 영국에 방문할 계획이냐”고 구체적인 질문을 해왔다.

휘성은 이에 대해 “필 콜린스가 내 음악을 들어본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이렇게 칭찬을 해줘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정말 필 콜린스가 나를 만나고 싶다고 했냐”고 몇 번이나 되물었다. (링크)

이 기사에 대해 휘성 팬들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언젠가 휘성의 노래 스타일을 두고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본 적 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 오리엔탈리즘을 본다. 물론 세계적 가수가 한국의 가수를 칭찬했다는 것은 개인의 영예가 될 수는 있겠으나 사실 그의 발언에는 '아시아인은 음악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고 우리도 그것을 받아들이기에 이러한 현상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건 그렇고 아마도 필 콜린스는 휘성이 뭐하는 인간인지 모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구인들의 립 서비스가 얼마나 뛰어난지는 케이블에서 쏟아지는 서구 쇼프로만 좀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걔네들은 나보고도 미남이라 할 인간들이다. 욕하는 게 아니고 한국인도 좀 배워야 할 태도다. 어쨌든...

얼마 전 한국 미인대회에서 별 튀지 못한 유한나라는 여자가 세계 미인대회에서 상 하나 덥썩 물고 나타나자 비슷한 일이 생겼다.

미스인터콘티넨털 선발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유한나는 "수상이 믿겨지지 않는다"며 "한국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내가 세계 기준에 부합한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밝혔다. 미스 인터콘티넨탈은 미스 유니버스 등와 함께 세계 5대 미녀 선발 대회 가운데 하나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린 유한나의 쾌거에 대해 정작 미스코리아 대회 주최 측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진·선·미 등 수상자 7명에 들지 못하면 미스코리아로 행세할 수 없다. 따라서 유한나는 미스코리아가 아닌 개인 신분으로 스스로 한국을 대표해 국제무대에 도전, 미모를 인정받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미'의 기준이 사람과 문화마다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국내에서 '기준 미달' 평가를 받은 유한나가 국제대회 기준으로 2위에 올라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의 '권위'가 간접적으로 타격을 입게 됐다. '미스코리아 대회의 심사 기준이 무엇이냐'라는 논란도 가중될 전망이다. (
링크)

그런데 이번 미녀대회 상위권 진입은 단순히 한국미녀의 자존심을 해외에 떨쳤다는 차원을 넘어선, 뭔가 명쾌하지 않은 여운 때문에 고개를 갸우뚱 하게 했습니다. 다름아닌 '세계 미녀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주인공이 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는 입상도 하지 못했느냐'에 대한 의문입니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네티즌들은 "한국과 세계는 미의 기준이 다른걸까" "미스코리아 본상에서 탈락했다는데 세계대회에선 2위라니, 납득이 안간다"는 등의 시니컬한 댓글을 잇달아 올렸습니다. 미의 기준에 대한 지나친 주관적 선정 잣대가 도마위에 오른 셈입니다. 국내 미녀선발대회의 미적 기준이 이미 서구형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아있는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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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기자 시켜 줘, 헤헤...

뭐라 할 말이 없다. 난 유한나의 도전과 성과를 전혀 폄하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당찬 도전과 그 성과가 대단히 멋지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한국인들의 태도다. 사실 난 미스코리아의 평가기준도 맘에 들지 않지만 왜 해외 미인대회의 평가는 국내 미인대회의 평가보다 정당하다고들 생각하는 걸까? 걔네들이 미인이라면 미인이고 우리가 미인이라 생각하면 미인이 아닌 걸까? 아니면 우리가 지닌 미의 기준은 서구가 생각하는 미의 기준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것일까? 찌라시 기자들의 수준도 문제지만 사실 한국인들 생각도 별반 다른 것 같지 않다.

미의 변천사는 2차대전 이후의 서구에만도 생각보다 빠르다. 오드리 햅번과 같은 귀여운 얼굴에서 마릴린 먼로와 같은 풍만한 몸매, 그리고 지금 난무하는 슬림형 몸매까지 이어진다. 물론 그들이 현시대에 태어난다고 미녀가 아니라고 평가받지는 않겠지만 각 시대에 따라 그 평가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사실 한국만 해도 멀리 볼 것 없이 심은하같은 여자가 다시 나타난다고 대박 뜰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더 넓게 진화생물학에서는 인류 역사에서 미의 공통된 기준은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 뿐, 나머지에서는 그다지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이처럼 미는 대단히 사회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한다. 물론 어느 정도 합치하는 부분도 존재하겠지만 이 기준이 옳다, 저 기준이 옳다,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님이 분명하다.

오리엔탈리즘이란 서양이 동양을 바라보는 시각을 동양인이 자연스래 받아들이며 이를 통해 자연히 문화적 지배가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이제 우리 안에 깊숙히 파고든 것 같다. 위에서 예로 든 휘성의 노래 스타일을 가지고 오리엔탈리즘을 들먹이는 것도 이런 예이다. 어차피 한국에 한국의 음악은 없다. 가수들이 국악기 몇 개 넣은 것이 화제가 될 수준이니 할 말 다 한 거다. 비단 국악이 아니더라도 서구의 전형적인 음악을 벗어난 음악이 얼마나 있을까? 이렇게 따지면 말부터가 이미 우리말이라 하기에 민망한 수준이다. 일본식 문법에 한자어와 외래어가 난무하니 말이다. 우리 것이 아닌 것을 꽤나 우리 것인 양 생각하고 있는 것이니 이런 논의를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가 상당부분 오리엔탈리즘에 포섭되었다는 이야기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리엔탈리즘은 정말 먼 곳에 있지 않다. 아시아인은 서양인만큼 노래를 할 수 없고 그들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게 오리엔탈리즘이다. 서구적 미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게 오리엔탈리즘이다. TIME과 같은 잡지에 '가장 아름다운 얼굴' 에 나왔다고 대단한 것인 줄 알면 그게 오리엔탈리즘이다. 짧은 단어 하나도 외래어로 사용하는 게 더 있어 보이는 사람이라 생각하면 그게 오리엔탈리즘이다. 물론 이미 서구 사회의 영향력은 너무나 깊이 우리 사회에 진입했기에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문화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 이상으로 실이 클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을 보면 그런 걱정까지 앞서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것이 내가 유한나의 수상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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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문화정체성을 찾기 위해 모두 기를 모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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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의 기준은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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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핫..짤방이 죽이는구만...
  2.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 무의식 속에도 그런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꽤 아찔해지기도 하는군요; 첫번째 기사 밑에 덧붙이신 코멘트 보고 디워를 '비꼬아 놓은' 신문기사 보고 진짜 칭찬인 줄 알고 하악거리던 군상들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나라 대중가요들은 정말 우리만의 색이 없는 듯...하다못해 대만가요만 들어도 중화풍이 물씬 풍기는 좋은 노래들이 참 많은데 말이죠.
    그리고 필 콜린스가 나와서 쓸데없이 하는 소립니다만..-_-..자우림의 김윤아가 필 콜린스의 Another in Paradise를 리메이크한 건 여전히 쌩뚱맞게 느껴집니다.(리메이크 퀄리티 문제가 좋고 안 좋고 아니라 굉장히 의외라서 놀라웠거든요.)
    • 2007.10.21 21:21 [Edit/Del]
      대만과 중국도 점점 서양풍으로 가고 있어요, 중국은 좀 심하게 촌스럽지만 나름 중국풍이 나기는 합니다. 중국에서 인기있는 가수 80은 대만, 싱가폴, 홍콩인 현실이니...

      자우림 노래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는데 왠지 안 맞을 것 같다는...;
    • 2007.10.22 21:17 [Edit/Del]
      전 주걸륜의 칠리향 같은 노래를 염두해둔지라 딱히 촌스럽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가만 보면 발라드 계열은 국내 노래보다 중화권 노래가 더 우아한 편인 것 같더군요(중어가 대화할 땐 참 쌈질하는 것 같고 방정맞게 들리는데 발라드 계열 노래랑은 싱크로가 참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쩌면 제가 운이 좋아 그런 것만 들었을수도 있지만;; 물론 그 고유의 느낌이란 것도 전형적인 서구 스타일을 베이스로 양념만 친 정도긴 하지만 그래도 국내 가요에 비하면 아직은 그런 게 좀 많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포스팅은 이런 내용이 아닌데 어쩌다 자꾸 노래 이야기로;;)

      그리고 김윤아가 부른 버전도 나쁘진 않습니다. 한번 들어보셔도 괜찮을 듯 하네요. 일단은 색다른 맛이 있거든요^^; 제 취향에야 필 콜린스의 오리지널 버전이 더 부합하긴 했습니다만... 그러고보면 저도 2.5집 때까진 자우림 참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스타일 전반이 묘하게 범접하기가 껄끄러워져서 지금은 관심에서 좀 멀어졌답니다;

      어쩌다가 곁다리로 새는 덧글만 달아서 좀 폐를 끼쳤는데 사실 이 이야기는 저 역시 한번 언급해 보고 싶었던지라 조만간 트랙백을 쏠지도 모르겠습니다'ㅂ'
    • 2007.10.23 01:17 [Edit/Del]
      중화권 노래는 한국처럼 쓸데없이 워우워우워~ 안 해서 좋은 것 같아요. 주걸륜의 경우는 사실 좀 특이할 정도로 멜로디를 잘 만드는 스타일입니다. 처음 음반사에 자기 노래를 가지고 갔을 적 음반사에서 한 곡도 빼 놓기 힘들다는 평을 내릴만큼 천재로 알려져 있더군요. 예전만큼 포스는 없지만 여전히 타 가수들과 갭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윤아 버젼은 들어보니 의외로 괜찮더군요 ^^
  3. 짤방 뒤로 이어질 내용을 알고 있어 더 무게감 있게 다가오는 포스트입니다.^-^;
  4. 찾는이
    좋은 글입니다. 동양인인 우리 스스로가 서구의 기준에 맞춰 동양적인 것을 이색적이고 신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얘기는 이제 '자연스럽게' 여겨질 정도지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동양(적인 것)에 대한 평면적이고 피상적인 시각이 오리엔탈리즘이라면 반대로 서구에 대한 그런 시각을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이라고 하는데 요즘에는 부정적인 뉘앙스없이, 비서구국가에서 서구 근대화를 수용하려는 시각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구적 기준을 따라하려는 것을 옥시덴탈리즘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P.S."카이지"의 그 장면은 정말 절묘하군요.^^
    • 2007.10.23 18:03 [Edit/Del]
      아, 옥시덴탈리즘을 잊고 있었습니다. 제가 개념을 좀 혼동하게 된 것 같네요. 언제 한 번 이 책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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