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과 상업성프레시안과 상업성

Posted at 2007. 10. 31. 00:35 | Posted in 없는게나은 정치부
내게 가장 좋아하는 국내 언론 하나를 말하라면 주저않고 '프레시안'이라 답할 것이다. 사실 갈수록 신문을 피하게 되는데 깊이가 비교적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거금이나 기업을 컨트롤하는 입장이라면 매일같이 세상의 동향에 민감해야 하기에 신문을 뚫어지게 쳐다보겠지만... 그러고 싶지만... 젠장할, 쓸데없는 소리를 해 버렸다.............

본 주제로 돌아가 내가 프레시안을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는 기사가 전체적으로 상당히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그 나름의 명확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당면한 이익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 나는 신념 있는 사람이 좋고 신념 있는 언론이 좋다. 내가 조선일보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정치적 입장이 나와 반대이어서가 아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좇아' 현실을 왜곡, 과장하기 때문이다. 만약 조선일보가 현실을 왜곡, 과장한다고 해도 그것이 자신에게 불이익을 가져다주는 어떠한 사상에 의거한 것이라면 나는 그들을 싫어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은 심각하게 가난한 매체이지만 정말이지,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매체다. 오마이뉴스와 서프라이즈가 노빠짓, 황빠짓을 하며 결국 추하게 자진버로우했다. 그것은 그들이 공격하던 언론을 빼닮은 소기회주의 언론의 모습에 다름 아니었다. 그러나 프레시안은 달랐다. 소위 많은 진보 매체가 그들이 비판하던 단체, 혹은 정책의 광고를 실었다. 아무리 재정이 문제이지만 자신이 비판하던 이들의 광고를 실음은 반성문을 씀에 다름 아닐 일이다. 프레시안이라고 이런 유혹이 없을 리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끝까지 신념을 지키고자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눈물겹다. 그 와중에 내가 일하는 공장에도 파장이 있었다. 외교통상부가 4000만 원짜리 한미 FTA 광고를 제안한 것. 내용은 이런 것이란다. "그동안 왜곡 보도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한미 FTA, 진실은 이렇습니다." 우리 공장 외에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한겨레에도 제안을 한 모양이다.

어떤 매체가 그러지 않겠느냐마는 특히 인터넷 매체는 기사, 광고의 구분이 쉽지 않다. 더구나 저런 의견 광고는 더욱더 그렇다. 어떤 매체보다도 빨리 한미 FTA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우리 공장에서 저런 광고를 싣는다면 정말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 공장도 국정홍보처의 FTA 광고를 실었다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그 때 공장 안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광고를 싣는 데 찬성한 이들은 두 가지 논리를 들어 비판에 맞섰다. "먹고 살아야지", 이런 현실론과 "기사, 광고는 다르다", 이런 원칙론. 나는 특히 두 번째 논리를 들고 나오는 이들에게 이렇게 답해 줬다. "기사, 광고는 물론 다르지만 최소한 '의견' 광고는 원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튼 이런 논란 속에서 한 기자가 울음을 터뜨리는 일이 발생했다. 그 영향 탓이었을까? 최근 공장 사정이 결코 좋지 않음에도 박 아무개 대표는 한미 FTA 광고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외교통상부에서 1000~2000만 원을 더 올려준다며 꼬드겨도 넘어가지 않았다. 누군가가 대표에게 광고를 받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대표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너희를 굶길 수는 있어도 울리지는 말아야지 않겠냐." (
링크)

그런 프레시안도 결국 자본력의 한계를 이길수는 없었던 것 같다. 언젠가부터 프레시안에 한미FTA 광고가 들어선 것, 참 보기가 괴로웠다. FTA에 그다지 긍정적이어서가 아니고 이제 프레시안이 쓰러져 가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내가 봐도 참 슬픈 일인데 소속원에게 이 일이 어느 정도의 무게로 다가왔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최근 공장 사정이 아주 어렵다. 일부 경영진은 몇 달째 월급을 못 가져가고 있다. 박하기 짝이 없는 직원의 월급은 돈을 꿔서 겨우 주는 실정이다. 이 상태대로라면 1년은커녕 6개월도 버티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른바 '자본 잠식 상태'! "망할 때 망하더라도…," 이런 호기는 현실의 벽 앞에서 어린아이의 잰 주먹에 불과하다. (중략)

지금 한국은, 이른바 '보수 언론'이라고 불리는 몇몇 언론의 대항 언론 정도에 불과했던, 공장 같은 것도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날 갑자기 "공장 문을 닫습니다!" 했을 때, 사람들이 잠깐 동안 이런 현실을 실감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망해야 할 때 망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잘 모르겠다. 이런 속내를 차마 입으로 꺼내지 못했다. 공장에서 아무런 공론화 없이 자유무역협정(FTA) 찬성 광고가 돌아갈 때도 애써 모른 척했다. 공장이 헐값에 넘어가는 상황을 앞두고도 할 수 일이라고는 고작 그 몇 푼 안 되는 돈이 '인간의 얼굴'을 한 것이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 (중략)

잘 모르겠다. 최근 몇 개월 동안 '공장은 물론 업계를 떠나야 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머리 속을 계속 맴돈다. 현실의 무게 탓에 도피하고자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두려움 탓이다. 이렇게 하나둘씩 양보하면서 살다가는 정말 '괴물'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정말, 잘 모르겠다. (
링크)

그러다보니 어느 새 프레시안 후원 카페가 조직되어 있었다. 꽤 적극적으로 몇 가지 활동이 이루어지는 듯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나도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똥값은 보탰다. 개미가 모은다고 그게 큰 활로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돈은 어디까지나 무가치한 교환의 매개물이지, 어떠한 선의를 지녔다고 그 가치가 특히 커진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당장 계절학기비도 빌려야 하는 형편인 내가 도움 될 돈을 낼 형편도 아니다. 단지 이런 일에 아무 것도 하지 않을만큼 여유 없는 게, 혹은 그렇게 보이는 게 싫어 약간의 후원금을 냈다. 그런데 후원금을 내면서 좀 아쉬웠던 점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레시안 후원은 보다시피 네 가지로 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회원제도의 차이란 겨우 후원금액의 차이라는 점이다. 월회원이건 평생회원이건 심지어 회원가입을 하지 않건 돌아오는 효용의 차이는 없다. 덤으로 회원이 된다고 좋은 점은 하나도 없다. 회원은 후원금액을 낼 뿐이지, 돌려받는 것은 제로이다. 물론 열심히 찾아본 결과 '1년 회비(3만원)를 내는 연회원A, 5년회비(10만원)를 내는 연회원B, 평생회비(30만원 이상)를 내는 평생회원 등으로 나뉘는 후원회원은 뉴스레터와 뉴스클리핑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기사쓰기에도 참여할 수 있다.' (
링크) 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기사를 찾을 수 있었으나 이 기사를 다시금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도움되는 것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사실 자기 이익 때문에 프레시안 보는 사람은 없다. 이 신문 보고 돈 벌었다는 사람 있으면 천재이든지, 아니면 글을 잘못 읽었든지 둘 중 하나일테다. 그러나 나같은 경우 후원회원제를 보면서 섭섭한 것은 사실이었다. 돈 벌려고 프레시안 보는 사람은 없다고 여기서 아쉬움 느낄 나같은 사람 없을 리는 없다. 물론 프레시안이 ESPN이나 IGN처럼 일부 기사를 유료회원에게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럴만큼 많은 양의 기사를 생산해낼 수 없으며 그나마 그러다가는 가뜩이나 없는 회원까지 떠날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혜택이 없음은 좀 아쉽다. 조금은 더 상업성을 지녀도 좋지 않을까?

상업성을 추구하지 않는 언론이라고 해서, 진보세력에게 도덕성이 중요하다고 해서 상업성을 무시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상업성이 좋지 않게 들린다면 상호 효용이란 단어로 대체해도 좋다. 상업성의 기본은 결국 소비자로 하여금 최대한 효용을 느끼게 하는 데 있다. 물론 후원 그 자체도 정신적 효용을 주지만 프레시안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면 더 많은 효용을 주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일부 출판사와 협력해 도서 구입시 추가할인을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며 강연 등에 우선적으로 기회를 줄 수도 있다. 또 굳이 물질적 효용이 아니더라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이 했던 것처럼 무슨 이름 새기기 등 상징적 효용을 주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아쉬워서 몇 마디 늘어놨지만 사실 만원 꼴랑 내놓는 놈이 이런 이야기 하는 것도 우습다. 하지만 정말이지, 프레시안 잘 되었으면 좋겠다. 꿈을 꾸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행복한 사회이다. 그러나 꿈을 꾸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환경이 필요하다. 그런 환경을 구성하고자 하는 노력만큼은 꺾이지 않았으면 한다.
  1. 프레시안에는 희망을 걸었는데...ㅋ 역시 힘들군요... 회원 신청해야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
    • 2007.11.04 21:20 [Edit/Del]
      사실 프레시안은 둘째치고 기타 니가 희망을 걸 매체들은 대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말 그대로 주경야독하면서 유지해나가고 있는 건가... -_-
  2. 역시 자본주위 사회에서 지조를 지킨다는건 참으로 힘든일이지요. ㅜㅜ
    저도 프레시안의 신념을 본받아서 다른건 포기해도 ONED만은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 2007.11.04 21:21 [Edit/Del]
      11월에 우리의 푸른하늘 양이 간만에 ONED를 낸다는군요. 참고로 금월 OSED 8시간짜리도 발매되었습니다.
  3. 생강
    " 굶기더라도 울리지는 말아야..." 이거, 멋지다. 백년=.=만에 언론인 때문에 감동. 감동받을 일만은 아니지만서도...
  4. 곧게 나간다는 것은 참 어렵군요...
  5. 멋진 글이네요. : )
    제 블로그에 링크(한줄 배너)로 소개할까 싶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 2007.11.04 21:22 [Edit/Del]
      반갑습니다. 민노씨님, 민노씨라 부르려니 좀 그렇군요 -_- 너무 인기좋은 블로그라 그냥 답글을 안 남기고 눈팅했는데 여기까지 오실 줄이야... 어쨌든 계속해서 지금과 같은 좋은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
  6. Ha-1
    개인적으로는 프레시안이 과학을 적대시하는 성향 때문에 싫어하긴 합니다만 최소한 '진지'하긴 하다는 점은 인정 합니다.
    • 2007.11.06 00:49 [Edit/Del]
      과학 적대시한다면 분명 Ha-1님께 거슬리겠죠,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부분이라 언제 한 번 포스팅해주셨으면 합니다 ^^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