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 직원노조 파업을 바라보며외대 직원노조 파업을 바라보며

Posted at 2006. 5. 28. 20:55 | Posted in 예산낭비 문화부
 `q어느새 외대 직원노조 파업이 1개월 반을 넘어 2개월로 향해가고 있다. 이를 가지고 학생들의 의견이 분분할 리는 없고 학생들은 별 생각 없이 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 불편하다는 이들도 있지만 그것이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며 나 역시 그러하다.

별 일 없는 이 과정에서 학교가 조금 시끄러웠는데 처음에는 노조와 재단이 그 주역이었다. 그러나 파업이 시작한 이후 파업을 지지하는 다함께라는 운동권단체와 파업을 반대하는 총학생회, 여기에 일부 단과대가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며 온갖 대자보가 학교를 장식하게 되었다. 학교 다닌지 6년만에 이렇게까지 대자보가 학교를 가득 메우는 일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그 대자보를 볼 때마다 얼굴 표정이 온전하지 못했을 거다. 총학생회 측이건 다함께 측이건 직원노조 측이건 재단 측이건 하나같이 선정성과 선동성이 넘치는 대자보만을 붙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유로운 의견 개진보다는 차라리 조선일보와 오마이뉴스간의 정치선동전을 방불케 했다. 얘네들은 그래도 일단 기업인지라 나름대로 이미지는 지키고자 하니까. 오마이가 조선보다 훨씬 이미지관리 못 하는 편인데 이것도 비슷한 듯하다.

요즘은 이제 이러한 대립을 접고 어떻게든 논의를 진행하려는 학생들의 움직임이 나타난 듯 하다. 참으로 좋은 생각임에 동의한다. 만나서 싸우건 욕을 하건 협상이 진행조차 되지 않는 과정에 비하면 일단 얼굴이라도 마주치는 게 훨씬 나으니까. 그러나 그들의 생각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지를 생각할 적 내 생각은 매우 비관적이기만 하다.

왜냐하면 이들에게 협상의 전제가 전혀 이루어져있지 않기 때문이다. '협상'이란 것의 가장 좋은 결말은 win - win 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달려 있는데 상대방을 적대관계가 아닌 동반자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적대적인 관계로 인식할 경우 상대방이 많은 이익을 얻고 자신이 적은 이익을 얻는다면 상대적 위치를 감안해서 약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그러한 협상으로 나아가지 않는 게 게임이론의 기본이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재단측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이는 나중에 따로 설명하겠다) 학생들은 노조에 훨씬 많은 책임을 묻고 있으며 업무량이 거의 없는 방학은 다가오고 있다. 더군다나 20% 가량의 직원들로도 불편하게나마 학교 업무는 돌아가고 있다. 이는 직원이 과다하게 많음을 반증해주는 지표로 보이기도 한다. (사실 내가 알기로 대부분 회사가 이렇기는 하다 -_-;; 원래 장기휴가 안 쓰는 것은 자기가 쓸모없는 인간임을 밝히기 싫어서이다)

이렇게 재단측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과연 재단측이 win - win 게임으로 나아가려 할까? 그럴 리 없다. 재단측은 노조측을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동반자로 생각했다면 이미 파업의 주원인이 된 과장급 이상 직원의 노조 탈퇴 요구와 비정규직의 해고는 이루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재단 측에서의 손해는 잠시이다. 잠시 손해를 보더라도 여기서 한 번 우세를 점한다면 앞으로 비정규직 직원을 다루는 건은 물론 직원들과의 힘겨루기도 완전히 일방적으로 될 수 있으며 이후의 모든 협상에서 우세를 점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될 수 있는 상황까지와서 직원노조를 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재단은 상호이익을 도모하는 쪽으로 노조와 협상을 했으면 한다. 누가 유리하게 힘싸움이 전개되건 재단측과 노조측의 힘싸움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번에 재단측이 우위를 차지한다고 해도 그들의 적개심은 강해질 것이며 앞으로도 얼마든지 이러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번에 확고한 우위를 장악한 재단측이 한 발만 뺀다면 어느 정도 앞으로 긍정적인 방향의 공존이 가능할 것이다. 노조건 재단이건 정의와는 거리가 먼 것 안다. 사실 노조란 조직 자체를 일부 좌파에서는 아주 정의로운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노조는 말 그대로 노동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단체일 뿐이다. 안 그랬으면 학생들 고생할 것 뻔히 알고 파업까지 했겠는가? 재단측도 마찬가지다. 그저 자기 사리를 챙기는 단체다. 물론 얘네들은 학교의 힘을 키우는 데 노력하지만 이것은 학교의 힘이 큰 편이 자신들의 이익을 크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사이 학생들은 참 괴롭다. 등록금은 비싸고 돌아오는 것은 의미없는 힘싸움 구경 뿐이다. 제발 다음학기부터는 옆동네 애들처럼 학교 생활 좀 해 보고 싶다. 학생증도 좀 재발급받고 도서관 책도 좀 쉽게 찾아보고 말이다.

그건 그렇고 정말 적대관계라해도 상호이익에 근거한 협상은 가능할텐데 제발 좀 최소한의 협상의 기본은 지켰으면 한다. 서로를 좋아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상호이익을 증진하는 길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한 것은 사실이라는 것을.



  1. 은하
    이 사건때문에 반좌파 총학생회의 예로 항상 외대가 빠지지 않더만...ㅡㅡ;;;

    아무튼 학생들은 정말 힘들겠어요;; 윈-윈 전략이런거, 평소에 한 9:1의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다 5:5로 공존하게 된 사람들은 그것은 lose라 생각하지 win이라 생각 안 하던데...ㅡㅜ
    • 2006.05.29 17:25 [Edit/Del]
      학생들이 크게 힘든 것 같지는 않고... -_-

      어쨌든 직원들이 뻘짓을 좀 하기는 했어요, 이건 다음에 따로 포스팅.
  2. 허난시
    뭐 이건 재단과 노조측이라기 보다는 외대출신 교수들과 직원들 간의 대립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듯...여기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들이 아주 많은데...나중에 술한잔 하면서 하자꾸나..신혼여행은 잘 다녀왔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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