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과 하인주인과 하인

Posted at 2008. 1. 8. 14:03 | Posted in 수령님 자작소설
주인과 하인이 길을 가고 있던 중 점심시간이 되었다. 하인을 골려주고픈 주인은 말했다.

주인 : 우리 시를 빨리 짓는 이가 아침을 혼자 다 먹도록 하자꾸나.

하인 : 싫다고 해도 할 거죠?

주인 : 응.

하인 : ......

주인 : 자, 그럼 시작해 볼까?

하인 : ......

주인 : 운은 까, 까, 까 이다. 각 말의 끝에 '까'를 넣으면 되는거지.

하인 : 조까. 조까. 조까.

주인 : ......

하인 : 잘 먹겠습니다.

주인 : ......

하인 : 요즘 선식이 유행이라는데 나무 뿌리라도 캐 드세요.

주인 : .......


이윽고 저녁시간이 되었다. 하인에게 복수하고픈 주인은 말했다.

주인 : 우리 이번에는 품위있게 시조를 빨리 짓는 이가 아침을 혼자 다 먹도록 하자꾸나.

하인 : 많이 열받으셨나 보군요...

주인 : .......

하인 : 어쨌든... 주제는 뭡니까?

주인 : '개념'이 좋겠구나.

하인 : 정말 많이 열받으셨나 보군요.

주인 : ......

하인 : ......

주인 :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없고 / 개념없는 하인새끼 때려잡고 가리라

하인 : ......

주인 : 후후후, 이게 바로 학문의 힘이노라.

하인 : 주인님...... 죄송하오나...

주인 : 좋아, 널 위해 밥 몇 톨은 주도록 하지. 허나 밥주걱으로 니 뺨에 붙여줄테다. 캬아하하하하하하!

하인 : 종장 첫 구는 무조건 3음절이어야 합니다.

주인 : .......

하인 : 요즘 SBS에서 24시간 기아체험 하더이다, 돈도 안 내고 프로그램 참가하고 좋겠네요.

주인 : .......

하인 :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하인은 목이 잘렸다.



교훈 : 시조의 종장 첫 구는 3음절이다 아부는 공룡도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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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개념없는'을 '무개념'으로만 했어도...ㅎㅎ
  2. 재밌는 꽁트에 사족을 하나 달자면... 시조 종장 첫 구는 '3음절'입죠...ㅋ 3음보는... 세걸음 뗄 동안 하는 말이라는 뜻에서 '세박자'를 의미합니다. 보통의 평시조는 4음보씩 3장, 12음보로 이루어져 있죠~
  3. 김선생
    혹시 후배님과 승환씨와의 대화를 각색한게 아닌가 심려되는군요 ㅜㅜ
  4. 직장인 이라서 그런지 무식한 상사 밑에 총명한 후배들은 힘듭니다? 로 보이네요. ㅎㅎㅎ
  5. 태생이 비천하면 대충 져주면서 살아야 목숨이라도 부지한다? >_<;
  6. 역시 핏줄은 못이기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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