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언제나 저급 문화게임은 언제나 저급 문화
Posted at 2008. 1. 14. 01:44 | Posted in 폐인양성소 게임부(올리고 보니 글이 끊겨있어 대충 땜빵해 재발행합니다. 하여간 이 놈의 쓰레기 컴...)
인터넷 돌다보면 심심찮게 보이는 게 영화든 책이든 꼭 봐야 한다는 100개, 1000개 리스트다. 개인적으로 뭔가에 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이런 리스트는 완전히 무시하는 편. 나 보고 싶은 책 보고 영화 야동 볼 시간도 없는 세상에 왠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겠는가? 물론 참고 정도는 하지만 블로거 리뷰만큼의 신경도 쓰지 않는 참고다.

그런데 재미있는 게 게임도 가끔 이런 발표를 하는데 이 게임 다 해 봐야겠다는 인간은 아무도 못 본 것. 사실 역사로 따지면 게임이 좀 일천하기는 하다만 현재 위치에서 딱히 이들 매체보다 못난 게 있을까 하는 점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게임은 인간과의 상호작용이라는 엄청난 개성을 가지고 있기에 지금까지 성장속도는 물론 앞으로의 발전가능성도 훨씬 크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물론 음악이나 영상도 부분적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퍼포먼스를 만들어가고 있으나 그게 기본에 깔려 있는 게임과 비교할 때 그 정도의 차이는 굉장히 크다.
역사가 일천한 것은 사실인데 그래도 그 짧은 시간 속에 엄청난 속도로 분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고 그 나름의 고전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대개 ‘고전’이란 게 무지무지 훌륭한 책이나 음악을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요즘처럼 책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보다 선택된 인간들만 저술이 가능한 시대가 완성도 높은 책이 많았겠는가? 고전은 완성도라는 기준을 떠나 이후 큰 영향을 준 놈들을 의미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가끔 ‘우리 시대의 고전’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일테고. 그런 면에서 게임도 상당히 많은 고전을 갖추었다고 봐야 하지 않나 싶다.
물론 집적된 양에서 타 매체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은 큰 페널티다. 하지만 염두해 두어야 할 것이 사실 게임은 하나 나오기가 무진장 어려운 매체라는 점이다. 책이나 음악 혼자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넘쳐도 게임 혼자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러한 한계는 게임을 음악보다는 영화에 대비되게끔 하는데 양 쪽 모두 하나 만들려면 꽤 많은 인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덕택에 산업 구조도 비슷하게 되어가는데 무진장 돈 쓴 영화와 게임 위주로 흐르고 나머지 놈들은 머리 쥐어짜내거나 적당히 베끼며 찍어내듯 만들어내며 삶을 연명한다는 것, 물론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은 아이디어와 구조로 돈 버는 분들도 있는데 대표적 아이디어는 모텔 몰카.

뭐, 산업 구조가 비슷하다고는 해도 백 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영화와 게임이 맞짱 뜰 위치에 속해야 한다는 것이 무리라는 것은 인정함. 그래도 게임은 너무 고급 문화, 혹은 예술로 지위를 부여 받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다. 대개 예술을 언급할 적 '창조성'과 '완성도'가 그 주 요소이며 주로 그 초점은 전자에 맞춰져 있다. 게임이 비록 역사도 짧고 많은 양이 집적되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굉장히 많은 창조적 도전이 있었음은 사실이고 지금까지도 타 매체에 비하면 그러하다. 물론 언급한 것처럼 양과 역사의 차이에서 나오는 한계야 존재하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재미와 예술 사이,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 어떠한 벽이 존재한다고, 혹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관념이 아닐까? 이러한 벽이 있는 한 일단 재미와 상업성이 동반되어야 하는 게임의 특성으로 인해 게임이 그 자리에 들어서는 것은 절대 무리일 듯하다.
사실 지금 게임의 지위만 해도 엄청나게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저 옆 섬나라야 원래 좀 알 수 없는 나라인지라 게임이 얌전히 정착했지만 – 더군다나 이게 세계를 쓸었기에 나름 민족주의가 힘도 되었다 – 코쟁이 아메리카만 해도 애새끼들이 오락실에서 돈 써댄다고 아타리, 미드웨이 등이 초기에 여러모로 애를 먹었다. 가뜩이나 보수적인 한국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음. 오락실에서 친구와 같이 오락하다 보면 친구가 사라질 때가 있었다. 본인만 해도 패드선이 가위에 달랑 날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 기분은 그야말로 분서갱유 당한 학자들의 기분. 졸 서러웠음. 그런 생각하면 동네 꼬마들이 닌텐도 DS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참 놀랍기도 하지만 이제 이러한 단계도 넘어 슬슬 게임도 예술로 대접받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야 않겠지만 이러한 측면이 주목받을 때 더 낫고 새로운 게임이 등장하고 사람들의 창의력을 제고시키고 지평을 넓혀주는 게 아닐지.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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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public friendly가 하나의 요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게임의 예술로 대접은 당장 힘들지만 과거보다 받는 대접이 많이 발전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개선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