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Posted at 2008. 1. 16. 22:55 | Posted in 책은곧배게 학술부
당신이 인간의 상태와 조건에 관하여 아주 작은 궁금증이라도 가져본 일이 있다면 절대 이 책을 놓치지 마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고 말콤 글래드웰이 이 책에 대해 말했단다. 말콤 글래드웰이 쓴 두 권의 책 tipping point와 blink는 세계적으로 무진장 히트쳤는데 개인적으로 이 양반의 직관적 통찰력도 그 원인이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이 양반이 타고난 이야기꾼임에 기인하지 않나 싶다. 문자매체가 죽어가고 있다고 영감님들이 난리인 이 시기, 그의 책은 유독 영상매체 못지 않은 재미를 안겨주니까 말이지.

그런데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stumbling on happiness’의 저자인 대니얼 길버트는 한 수 위다. 글래드웰이 비행기에서 길버트 만나고 놀랐다는데 장난 아님. 다른 점 다 제끼고 일단 이 책은 무진장 재미있다. 내가 졸 취향 이상한 인간 소리 듣지만 이번만큼은 제발 날 믿어줘~ 이 책 졸라 재미있어. 개인적으로 2006년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었음. 내용 역시 매우 좋음. ‘출간 전부터 전 세계 심리학자들과 경제학자들을 흥분시킨 최고의 역작!’이라는 카피는 개구라지만 절대 어디가서 명함 못 내밀 내용은 아님. 자꾸 글래드웰과 비교해서 미안한데 좀 더 통찰력 있고 좀 더 과학적이다. 글래드웰 까려는 게 아니고 재미와 통찰력이 님 좀 짱이네여, 수준이기 때문에 자꾸 글래드웰이 떠오름.

어쨌든 이 책을 통해 길버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는 존나 황금빛 미래를 꿈꾸지만 그것은 항상 엇나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대충 이뤄졌다고 생각하는데 알고보면 그게 다 구라라는 것. 아, 끔찍하다. 하긴 생각해 보면 나도 뭔가 꿈꾸고 뭔가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게 아님. 대충 결론만 말하고 글을 맺어도 되겠으나 이 영양가 없는 블로그에 오시는 어린 양들을 위해 대충 요약하겠음. 이 양반에 따르면…

인간은 통제에서 행복을 느낌. 덕택에 자신이 그럴듯한 미래를 그리는데 그게 마치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나 이는 심각한 결함이 있음. 왜 우리는 무엇이 우리를 미래에 행복하게 만들어줄지 모르는가? 여기에 대한 해답은 ‘주관성’에서 비롯. 행복은 상상은 매우 빠르고 효과적이기에 우리는 그것에 대해 회의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사물에 대한 주관적 경험이 그 사물의 속성을 있는 그대로 담고 있다고 가정하지만 그것은 뇌의 구라일 가능성이 무지 높음. 즉 뇌가 없는 것을 채우고 있는 것을 뺀다. 우리는 한 단어만 들어도 어마어마한 것을 생각하지만 그것은 실제와 거리가 무지 멀다. 이 블로그의 주인장 ‘이승환’을 떠올려 보라! 누군가는 꽃미남을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근육질을 생각할 것이나 과연? 반대로 미래의 어떤 사건을 생각할 때 우리는 그 외 대부분을 생각하지 않음.

이 주관성을 바탕으로 문제들이 발생. 먼저 우리의 뇌는 지나치게 보수적이기에 ‘현실주의’라는 문제가 발생. 우리는 과거도, 미래도 현재와 비슷하게 생각함. 예로 이명박이를 찍은 구 열린우리당 지지자는 원래부터 이명박 지지자였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이명박을 지지할거라 생각함. 미래의 사건을 상상할 때 그 사건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논리적으로 기록하지 않고 상상 속에서 시뮬레이션하는데 이는 현재 상태에 무진장 좌우됨. 배고픈 사람과 목마른 사람에게 배고픔과 목마름 중 어느 쪽이 더 불쾌할 것 같냐고 물으면 현재 자기 상태에 따라 답변함이 이를 보여줌. 우리는 시간, 장소, 상황을 벗어나 생각하고자 하지만 뇌는 현재 상황에 먼저 반응함.

‘현재주의’라는 슬픈 현실이 아직 남아 있다. 우리는 온갖 비교를 하는데 현재의 비교와 미래의 비교가 같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함으로 미래의 감정이 현재의 감정과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함. 예로 한계효용체감을 이기는 방법은 다양성을 추구하고 경험간의 시간을 늘리는 것이지만 대개 시간을 공간적인 것으로 환원해서 생각하는지라 시간적 텀을 잘 고려하지 못함. 그리고 판단에 있어 대개 초기값에 지나치게 얽매임. 예로 한 번에 스케쥴을 짜면 긴 기간이 있음에도 매번 다른 식사를 하려고 하며 같은 질문을 10보다 큰지 작은지, 30보다 큰지 작은지, 어느 쪽으로 묻는가에 따라 답이 무지하게 달라짐. 또한 현 상태를 대안과 비교하기보다 과거와 비교하게 되어 세일상품에 속아 넘어가고 타 제품과 비교하며 사지 않아도 된다는 가능성을 상실함.

자, 확인 사살을 거치자. 이번에는 합리화. 사실 경험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적어도 사건보다는 해석 방식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우리에게 유리하게 개념 정의를 하고, 좋은 사실만 받아들이고, 나쁜 사실은 딴죽을 건다. 즉 현실과 낙관적인 뇌의 간극은 어마어마하다는 것. 그러나 슬프게도 우리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함. 심리적 면역체계는 강한 고통에 오히려 긍정적 생각을 일으키고 덤으로 불가피한 요인은 대개 그렇게 해버림. 그러나 이를 우리는 알 수 없기에 현재의 모습에 대해 긍정적 관점을 지니고 미래에도 우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끔 됨. 결국 우리는 자기 자신에 속고 있음.

이런 닝기… 이렇게 암울한 소리를 지껄인 후 드디어 저자는 답을 내놓는다. 답까지 없었으면 자살할 뻔했음.

우리의 감정 경험은 매우 모호해 그 당시 어떻게 느꼈음에 틀림없다는 이론에 영향을 받는다. 결과 과거 경험으로부터 많이 배울 수 없고 반복, 연습한다고 감정 예측의 오류가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쨌든 분명한 것 하나는 인간은 ‘오늘의 자신’에 대해서는 비교적 신뢰할 만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미래의 나’를 이미 실제 경험을 한 ‘오늘의 누군가’로 옮긴다면? 놀랍게도 그것은 매우 정확하다. 인간은 자신을 평균적인 인간 이상이라 생각하고 객관적으로 세상을 본다고 생각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심지어 자신이 아니더라도 개개인의 독특성을 실제보다 과대 평가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자신이 어떠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은 평균적인 사람들의 경험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다. 결국 다른 사람의 경험이야말로 미래 감정을 예측하는 데 손쉽고 효과적이지만 우리는 서로가 얼마나 비슷한지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이 믿을만한 방법을 거부하고 흠도 많고 오류도 많은 상상에 의존하게 된다. 훈련을 통해서도 현재를 탈피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나 이를 예측하기 위한 정보는 우리 코 앞에 있다. 단지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우리는 자신을 독특한 존재라 여기며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한다고 믿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정서적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종종 거부하고 만다.

요약하면 잘났다고 까불지 말고 타인의 경험을 경청하고 신뢰할 필요가 있다는 것. 개인적으로 저자의 말에 거의 구구절절 동감한다. 물론 타인의 경험이 자신에게 들어올 때는 많은 부분이 사상될 수 있다는 문제는 존재하지만 그것 역시 sample case가 늘어남에 따라 어느 정도 커버가 될 것이다. web2.0에서 '집단지성'이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는데 이만 보아도 소수의 천재들보다 다수의 대중이 내놓는 결과물이 훨씬 신뢰할 수 있음을 볼 수 있고. 단 현대사회가 워낙 복잡한만큼 각 사건이 어느만큼 개별적이고 어느만큼 보편적인지는 결국 판단자의 분석력에 달려 있기에 너무 많은 부분을 타인의 경험에 의존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한다. 어쨌든 자기라는 개체성은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그러한 개체성 역시 '인간'이라는, 그리고 '사회'라는 큰 보편성 위에 존재하는 작은 부분에 불과함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 책. 아무래도 나같은 민초는 더 이상 할 말이 없고 해 봐야 무식함만 드러날 것 같으니 여기서 끊음. inuit님이나 buckshot님처럼 통찰력이 뛰어난 분이 읽고 코멘트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다.

'책은곧배게 학술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를 지배하는 미디어 브랜드  (10) 2008.11.16
죽은 열정에게 보내는 젊은 구글러의 편지  (16) 2008.02.14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14) 2008.01.16
프로페셔널의 조건  (12) 2008.01.05
중국의 세기  (10) 2007.12.14
남과 북 뭉치면 죽는다  (16) 2007.10.23
  1. 산나님 역시 빠르시군요. ^^
    저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2. 벌써 키포인트를 찿으신듯 싶네요.^^
    "잘났다고 까불지 말고 타인의 경험을 경청하고 신뢰할 필요가 있다는 것"
  3. 갖고 있으면 나한테도 좀 빌려줘 봐라.
  4. 1월의 책으로 거의 당첨..! 하하;-_-
  5.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6. 민트
    바본가봐요.
    스크롤 내려버렸음. ㅎㅎ
  7. 저도 요즘 이책 읽고있는데 재미가 보통이 아닙니다.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