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열정에게 보내는 젊은 구글러의 편지죽은 열정에게 보내는 젊은 구글러의 편지

Posted at 2008. 2. 14. 19:30 | Posted in 책은곧배게 학술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가 작년 최고의 책으로 꼽는 책 두 권은 '죽은 열정으로 보내는 젊은 구글러의 편지'와 '88만원 세대'입니다. 왜 이렇게 꼽았냐면 예상보다 훨씬 크게 성공한 책이거든요. 뭐 너무 판매량이라는 측면에서 이야기한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 팔리지 않는 책은 보지 않는 책이고 있으나 없으나 한 책입니다. 마치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이들 두 권이 성공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이들의 '제목' 덕택입니다. '나의 대학생활 이야기' '한국경제 구조에서 20대의 딜레마' 이렇게 제목을 지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정말 소수의 사람들만을 거치고 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88만원 세대는 이야기가 길어질 수 있으니 우선 젊은 구글러의 편지 이야기만 하고자 합니다. 이 책 제목은 정말이지 예술입니다. '젊은 삼성맨의 편지' 정도로만 했어도 판매량 뚝 떨어졌을텐데. 누군지는 몰라도 어마어마한 작명 센스를 지닌 출판인이 있는가 봅니다. 커버의 passion makes you sexy는 그야말로 젊은 애들 다 홀리게 할만한 문구라는...

사실 저는 이 책이 판매량이나 열광적 지지만큼 훌륭한 책이라 보지는 않습니다. 예전 7막 7장을 통한 홍정욱 열풍이 일어날 때보다 한국 사회가 더욱 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하더군요. 대학 다니면서 공모전 하고 이런 저런 프로그램 지원으로 여행 가고 인턴 하고... 이런 이야기들로 가득하고 사람들은 그의 열정에 탄복해 마지 않더군요. 저는 글쓴이의 열정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 주변에도 이 분처럼 능력은 안 되도 저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좀 있고요.

그러나 열정적인 삶도 그 삶의 길에 있어서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예로 음악이 좋다는 이유로 바보처럼 아르바이트로 삶을 연명하면서 아무도 모르는 공연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이유로 사회운동단체에 투신해 박봉과 과로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히 버텨 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심지어 열정이라고는 못 해도 넘치는 에너지의 방향을 잡지 못한 채 그 방향을 찾기 위해 그저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경우도 적어도 '자기 삶'이 '어떤 삶'이어야하는지 붙들고 늘어진다는 점에서는 열정적 부분을 찾을 수 있겠죠.

글쓴이의 경우 매우 능력도 출중하고 열정도 넘쳤지만 제가 생각할 때 그 열정은 어디까지나 사회가 내어 준, 즉 주어진 길에 너무나 충실한 열정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또 자신만의 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기에 현대 사회는 너무나 정신이 없습니다. 작건 크건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을 좇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추구하는 방향을 스스로 형성하기 앞서 생각치도 않은 무언가가 무비판적으로 뇌를 잠식해 버릴 수 있습니다. 찾는이님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밀고 나가야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고 서구적 개인주의가 속삭이지만 그 이전에 그것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거기에 내 인생을 걸어도 좋은 일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너무도 많은 20대가 이 책에 열광하는 것은 결국 모두들 '성공'과 '멋'에 너무나 빠져 들어있는 게 아닌지 생각되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못난 책이라는 말은 아닙니다. 이토록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제목과 현 시대정신의 피폐함에도 원인이 있으나 결국 책 자체의 우수성이 받쳐주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넘쳐나는 뻔한 자기 개발서와 달리 실제 사례 중심이고 한국 현재라는 구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다만 제가 언급한 부분에 대해 별 다른 지적 없이 너무 많은 20대가 극찬하고 선망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할 따름이죠. 열등감 때문이 아니라니까...

'책은곧배게 학술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 읽은 책 Best 5  (42) 2008.12.25
세계를 지배하는 미디어 브랜드  (10) 2008.11.16
죽은 열정에게 보내는 젊은 구글러의 편지  (16) 2008.02.14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14) 2008.01.16
프로페셔널의 조건  (12) 2008.01.05
중국의 세기  (10) 2007.12.14
  1. 제목이 참 중요하죠. 왠지 슬퍼집니다=_=
  2. 저는 안 유명하다가
    제가 산 뒤에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를 선호합니다-_-;;
  3. 세일러문 사진 오늘 처음 봤습니다.....
    뜬금없죠? 저도 압니다.....
  4. 책은 역시 맥심. 아 복귀할 때 스파크나 사가야지.
  5. 낙타등장
    88만원세대라는 책을 서점에 서서 읽은 적이 있었는데,,,
    자신의 노력여하에 상관없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이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88만원을 받는다는,,,
    특정소수에게 적용될 수 있는 말이겠지만,,,
    대부분의 젊은이에게 적용될 수는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 2008.02.25 11:14 신고 [Edit/Del]
      글쎄다, 내 생각에는 대부분에게 적용될 법 하다는 생각이 들던데... 너같은 case가 오히려 특이한 경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_-?
  6. mike
    뭔가, 책 설명만 들어도 좀 아니꼬울 거 같은데;;
    저도 열등ㄱ....?;;

    부러우면 지는거다 * 100
  7. 농담이 아니고 실제로 책 제목을 바꾸는 일만 전문적으로 하는 출판계열 업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미쿡이야기///)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