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의 개성과 블로그블로거의 개성과 블로그

Posted at 2008. 2. 24. 14:47 | Posted in 불법복제 통신부

블로그는 넘치고 블로거도 넘치는 세상이 되었다. 단 몇 년 사이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일어난 것이고 그 변화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다. 허나 그 중 개성 있는 블로그, 개성 있는 블로거는 소수이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과거에는 블로거가 일종의 얼리어댑터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기에, 적어도 그것이 대중화되기 이전 받아들이는 이들의 문화였고 언제나 그렇듯 신진 문화를 조기에 수용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지식이나 호기심이 높을 가능성이 높았고 이들이 생산해내는 컨텐트는 비교적 개성이 살아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대중에게 보급된 경우는 다르다. 양이 늘어나며 상위 컨텐트의 질은 제고되겠으나 평균적인 질은 오히려 떨어지고 비슷한 컨텐트가 넘칠 수밖에 없다. 점점 많은 사람이 블로그를 활용함은 점점 블로그가 이 세상을 반영한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 사는 세상을 바라보자. 개성 넘치는 사람이 많은가? 물론 사람 물론 사람 하나하나의 고유성은 매우 중요하고 그것이 존재함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겉으로 쉽사리 드러나는 인간은 드물다. 블로그도 마찬가지로 어느 블로그든 펌질을 반복하는 곳만 아니라면야 주의깊게 살펴본다면 개성이 엿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단번에 드러나기는 쉽지 않다.

요즘 이딴 생각을 한다.

내 블로그는 개성적인가? 이 곳의 포스트는 얼마나 나만의 생각으로 이뤄져 있는가?

사실 내 글은 순수하게 내 머리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인간의 지식은 모두 참조와 배움을 거듭한 것이며 저작권 개념이 약한 웹에서 순수한 자신의 저작물이라 할 것은 매우 소수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내가 생산하는 컨텐트, 즉 나의 포스팅 역시 당연히 여러 게시판을 순회공연하며 집적된 정보를 통해서 형성되는 것이다. 특히 이 블로그의 넘치는 카테고리를 보면 알 수 있듯 어느 정도 매니아틱한 사이트나 게시판을 주로 활용한다. 이런 곳에서는 그 분야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을 사안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이뤄진다. 때로는 별 것도 아닌 소재에 어이 없을만큼 격렬한 토론이 이루어진다. 그만큼 정과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니 당연히 높은 수준의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내가 이러한 쪽을 포스팅 소재로 주로 사용한 것은 이러한 포스팅이 내 개성을 잘 나타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저 넘치는 카테고리만큼이나 관심사가 넓다. 또 단순한 오락문화를 좀 더 깊이 있게 읽고자 하며 반대로 정치와 같은 문제에서는 좀 더 가벼워지고자 한다. 그리고 남들 모두 열내는 이야기보다 남들이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그런데 결국 이 중 상당수는 온갖 사이트, 게시판에서 이루어지는 매니아들의 토론에 근거하고 있다. 사실상 난 그것을 정리해 내 구미에 맞는 입장으로 재변형, 배포하는 것이다. 결국 나 말고도 이런 글을 써대는 인간들은 많다는 이야기. 물론 그들이 블로그에서까지 이렇게 글을 써댈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남과 같은 글을 쓰는 게 문제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보의 양 역시 질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공통의 관심사를 찾는다. 여기에서도 80/20의 법칙은 적용되기에 언론 역시 메인 이슈에 힘을 쏟고 사람들 역시 일상 대화를 벗어나면 대부분의 소재는 유사하다. 명박이, 무한도전, 축구, 군대, 뉴하트... 이러한 몇몇 소재는 언론, 대화 모두에서 메인 이슈가 되고 이가 블로그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당연히 특별히 자신만의 관점을 가진 이가 아니라면 아무런 insight도 제공할 수 없는 똑같은 글일테고. 하지만 이러한 똑같은 글이라 해도 사람들이 그 곳에 가진 관심도가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무가치한 글로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이 큰 관심을 가진 명박이와 이제는 아무도 관심도 가져주지 않는 김영삼이 같은 비중으로 다뤄진다면 그것이 더 문제이겠지.

이러한 점에서 특별한 개성이나 관점이 담기지 않은 포스팅이라 해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정도 사회에 공헌한다고까지 생각한다. 마치 구글의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이 집단지성을 자연스레 이용하듯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엔트로피 증가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을지라도 어쨌든 내 블로그에 내 생각이 점점 담기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그냥 생각나는대로 떠드는 것은 단순 엔트로피 증가를 넘어 내 집을 더럽히는 일인 듯하고. 뭐라 답을 내리기는 힘들겠지만 블로깅에서도 중용이 중요한 것 같다. 사회와 개인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듯 블로깅에서도 자신만의 관점, 개성, 통찰력을 바깥에서부터의 투입과 조화롭게 엮어내야 하지 않을까?

  1. 그리스인 마틴님이 비슷한 내용의 포스팅을 하셨더군요.
    '구독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개성이 담긴' 블로그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글을 읽다 보면 블로거의 진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때가 있지요.
  2. 확실히 몇번을 갈아엎고 고심해보지만 뭔가 개성있는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건 쉬운일이 아니더군요.....
  3. 블로그를 시작한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형 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생산형' 블로그와 '소비형' 블로그의 극단을 설정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연히 일반적 형태의 정규분포(!)를 이루지는 않을 테고 제 경험으로는 '소비형' 극단에 좀 더 가까이 중심 축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생산형' 극단에 가까워 질수록 전문성, 독창성이 높아지고 관심사도 나뉘므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면, '소비형' 극단에 가까워 질수록 일상의 잡기장 용도(절대로 나쁜 뜻이 아닙니다)가 되거나 글 한편의 8, 90%를 신문기사나 다른 포스팅 등 이미 출판된 내용으로 채우고 간단한 코멘트를 다는 정도가 될 것이란 그림이 그려집니다. 대개의 경우 포스팅의 빈도 또한 양 극단의 특징을 드러내는 요소가 될 수 있겠지요.

    그나저나 '독창성' 하면 HUFSLeft 블로그들인데... 점점 동호회처럼 바뀌고 있는 듯하다는-_-;
    • 2008.02.26 08:10 신고 [Edit/Del]
      어차피 생산은 일단 양에 의존해야 할 것 같네. 펌질형 블로그는 블로그라 불러야 할지, 말지도 헛갈린다. 개인적으로 좌글루스라고 독창적이라고만은 생각하지 않음. 물론 다른 블로그들보다 평균 수준은 높다만.
  4. 충분히 개성적이십니다. 가끔은 이해가 안되는 경우도 있지만요^^;
    (그건 제 수준 문제라고 보시면 됩니다)
  5. 이곳에 오면 그래도 블러그의 연륜이란게 느껴집니다. 윗분님 말씀대로 충분히 개성적이시고요. ㅎㅎ
    다만 야동퇴치부의 활약이 아쉽긴 합니다. ^^
  6. 제 블로그가 개성있는 블로그인가, 혹은 개성 있는 블로그를 만들어야겠다고 고민해본 적이 없네요. 그렇지만, 블로그에서는 누가 먼저 새롭고 독창적인 얘기를 하느냐 보다는, 매번 포스트에 블로거의 개성을 담아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에 더 주목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승환님의 블로그는 충분히 개성 있고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생각되네요. :D
  7. 음...이승환님 블로그는 충분히 개성있는 블로그에요.
  8. 저는 개성따위..버린지 오래-_-;
    블로깅에 머리가 들어가면..머리가 아파요ㅠㅠ;;
  9. 전 보잘것 없는 취업 스펙 대신 블로그를 키워서 어떻게 해볼라구 했는데.. ^^

    잘 되려나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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