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책세상문고의 책을 좋아합니다. 성격상 장문의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첫번째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런 적은 분량의 책으로 말미암아 많은 이들이 독서에 좀 더 친숙해질 수 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입니다. 마지막으로 책 말미에 실린 '더 읽어야 할 자료들'이 좋습니다. 이렇다할 서지를 찾기 힘들고 가끔 눈에 띄는 것들도 독자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이 목록이 매우 반갑게 느껴집니다. 덧붙이자면 분량은 적지만 내용이 괜찮은 책도 꽤 되고요.
'다이어트의 성정치'는 예전에 딱딱한 여성학 책에 물릴 때 상당히 편하게 읽은 책입니다. 이 책이 편한 것은 우선 일상과 상당히 와닿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권리 향상을 이야기하는 자유주의적 시각이나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급진주의적 시각 쪽 책은 정작 중요한 일상을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이 책에서는 여성의 외모, 특히 다이어트를 정치적으로 읽어내고 있는데 내용이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여성들에게 외모라는 주제는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정치적인 문제가 된다. 하나는 여성의 삶과 자아 정체감에서 외모가 차지하는 지나친 비중이다. 외모의 위력은 여성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자원과 능력들의 가치를 너무나도 쉽게 무화시켜왔다. 자신의 인생을 긍정하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싶은 여성들의 인간적인 욕구는 외적인 아름다움에만 부여되는 사회적 존중과 사랑이라는 벽 앞에서 끊임없이 좌절을 겪고 있다.'
굳이 위 인용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 참 외모 때문에 골머리 썩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외모 때문에 고민하지 않는 여자가 어디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외모에 주눅들어 뼈가 자리잡기도 전에 성형수술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며 (참고기사) 취업시에도 남성은 능력이 중시되는데 반해 여성은 오히려 외모가 중시된다는 것은 이미 상식으로 받아들여질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외모라는 짖궂은 친구가 괴롭히는 격이죠. (참고기사)
물론 외모를 전혀 고려하지 말라면 그것은 또 하나의 폭력일 것입니다. 또한 객관적인 미의 잣대가 있을 수 없고 시대에 따라 미의 잣대가 변한다 할지라도 어느 정도 보편적인 미의 잣대는 존재하는 것도 마땅히 인정함이 옳습니다. 즉 외모도 당당한 하나의 능력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여성들을 짓누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더군다나 그러한 삶이 너무 일상화되다보니 우리는 이를 또 다른 이유로 은폐하며 당연시하게 되어버린 점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이러한 점을 저자 한서설아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성 개인의 외모 관리에 이처럼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정치적 문제는 자연스럽게 은폐된다. 그러한 고통은 단지 아름다움과 건강함에 대한 여성의 자연스러운 본능적 욕망이며, 자기만족을 위한 철저한 자기관리의 일환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자신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승인받고 존중받고자 하는 여성들의 욕구, 남성들과 같이 사회적으로 동등한 주체가 되려는 정당한 욕망과 노력은 외모관리라는 불안한 전쟁에서 끊임없이 소모되는 길을 걷는다. 오랫동안 이어온 성별 간의 권력 관계는 이렇게 여성의 몸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교하게 재생산된다.'
이러한 논리를 다이어트를 통해 근거를 드는데 이러한 부분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외모는 정치,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이양되며 이에 실패하면 오히려 인내력, 자기관리력이 부족하다고 낙인이 찍혀버린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더군다나 한 번 시작한 다이어트는 멈출 수 없으며 다이어트의 실패의 경우 자존감 상실, 성공하더라도 이미 그 무시무시한 외모라는 잣대에 도전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고 합니다.
예전 양혜승이라는 가수가 0.1톤이라는 몸무게로 화제를 끌었는데 그녀가 화제가 된 이유도 예전 미스코리아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예뻤는데 이제는 외모 신경 안 쓰고 당당하게 나서지 않는가'식이죠. 만약 늘상 0.1톤의 중량을 이끌고 나선 여성이 무대에 섰다면... 아마 공중파를 타지도 못했을테니 생략하겠습니다. 또한 이런 일 자체가 화제가 되는 것이 이미 우리가 상당히 외모와 몸매의 엄격한 잣대 속에 살고 있음을 반증해 주는 사례라 생각합니다.
책이 얇다보니 내용이 부족한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 다이어트를 조금 과도하게 정치적으로'만' 해석한 것이 눈에 띄입니다. 정말 여성이 자신을 가꾸기 위한 욕망이 아닌 단지 사회적 힘에 의해서만 다이어트를 하는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가꾸는 것도 나름의 주체성 표현이며 자신을 더 나은 모습으로 가꾸고자 하는 측면도 어느 정도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이런 주장을 아주 무시한 채 자기 주장만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항공사 여승무원이 남성들의 보는 즐거움을 충족시키는 쪽에 초점이 있다고 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이가 크게 문제되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비는 날씨가 더워서 옷 벗고 나옵니까? 굳이 연예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서비스업종에서 반듯한 남자직원 쓰지, 저같은 초로의 노인을 쓰지 않습니다. 서비스업이라는 특성상, 이익을 창출하려는 기업의 특성상 아주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상당히 괜찮은 책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여성이 겪는 정치적 문제를 '일상'에서 접근하고 있기에 여타 여성학 책에 비해 가볍고 진지한, 공감가는 접근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로도 저자의 계속된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다이어트의 성정치'는 예전에 딱딱한 여성학 책에 물릴 때 상당히 편하게 읽은 책입니다. 이 책이 편한 것은 우선 일상과 상당히 와닿기 때문입니다. 여성의 권리 향상을 이야기하는 자유주의적 시각이나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급진주의적 시각 쪽 책은 정작 중요한 일상을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이 책에서는 여성의 외모, 특히 다이어트를 정치적으로 읽어내고 있는데 내용이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여성들에게 외모라는 주제는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정치적인 문제가 된다. 하나는 여성의 삶과 자아 정체감에서 외모가 차지하는 지나친 비중이다. 외모의 위력은 여성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자원과 능력들의 가치를 너무나도 쉽게 무화시켜왔다. 자신의 인생을 긍정하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싶은 여성들의 인간적인 욕구는 외적인 아름다움에만 부여되는 사회적 존중과 사랑이라는 벽 앞에서 끊임없이 좌절을 겪고 있다.'
굳이 위 인용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 참 외모 때문에 골머리 썩입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외모 때문에 고민하지 않는 여자가 어디 있을까요? 어릴 때부터 외모에 주눅들어 뼈가 자리잡기도 전에 성형수술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하며 (참고기사) 취업시에도 남성은 능력이 중시되는데 반해 여성은 오히려 외모가 중시된다는 것은 이미 상식으로 받아들여질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외모라는 짖궂은 친구가 괴롭히는 격이죠. (참고기사)
물론 외모를 전혀 고려하지 말라면 그것은 또 하나의 폭력일 것입니다. 또한 객관적인 미의 잣대가 있을 수 없고 시대에 따라 미의 잣대가 변한다 할지라도 어느 정도 보편적인 미의 잣대는 존재하는 것도 마땅히 인정함이 옳습니다. 즉 외모도 당당한 하나의 능력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여성들을 짓누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더군다나 그러한 삶이 너무 일상화되다보니 우리는 이를 또 다른 이유로 은폐하며 당연시하게 되어버린 점은 매우 슬픈 일입니다. 이러한 점을 저자 한서설아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성 개인의 외모 관리에 이처럼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정치적 문제는 자연스럽게 은폐된다. 그러한 고통은 단지 아름다움과 건강함에 대한 여성의 자연스러운 본능적 욕망이며, 자기만족을 위한 철저한 자기관리의 일환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자신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승인받고 존중받고자 하는 여성들의 욕구, 남성들과 같이 사회적으로 동등한 주체가 되려는 정당한 욕망과 노력은 외모관리라는 불안한 전쟁에서 끊임없이 소모되는 길을 걷는다. 오랫동안 이어온 성별 간의 권력 관계는 이렇게 여성의 몸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교하게 재생산된다.'
이러한 논리를 다이어트를 통해 근거를 드는데 이러한 부분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외모는 정치,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이양되며 이에 실패하면 오히려 인내력, 자기관리력이 부족하다고 낙인이 찍혀버린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더군다나 한 번 시작한 다이어트는 멈출 수 없으며 다이어트의 실패의 경우 자존감 상실, 성공하더라도 이미 그 무시무시한 외모라는 잣대에 도전할 수 없게 되어버린다고 합니다.
예전 양혜승이라는 가수가 0.1톤이라는 몸무게로 화제를 끌었는데 그녀가 화제가 된 이유도 예전 미스코리아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예뻤는데 이제는 외모 신경 안 쓰고 당당하게 나서지 않는가'식이죠. 만약 늘상 0.1톤의 중량을 이끌고 나선 여성이 무대에 섰다면... 아마 공중파를 타지도 못했을테니 생략하겠습니다. 또한 이런 일 자체가 화제가 되는 것이 이미 우리가 상당히 외모와 몸매의 엄격한 잣대 속에 살고 있음을 반증해 주는 사례라 생각합니다.
책이 얇다보니 내용이 부족한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 다이어트를 조금 과도하게 정치적으로'만' 해석한 것이 눈에 띄입니다. 정말 여성이 자신을 가꾸기 위한 욕망이 아닌 단지 사회적 힘에 의해서만 다이어트를 하는 것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가꾸는 것도 나름의 주체성 표현이며 자신을 더 나은 모습으로 가꾸고자 하는 측면도 어느 정도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자는 이런 주장을 아주 무시한 채 자기 주장만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항공사 여승무원이 남성들의 보는 즐거움을 충족시키는 쪽에 초점이 있다고 하는데 제 생각으로는 이가 크게 문제되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비는 날씨가 더워서 옷 벗고 나옵니까? 굳이 연예인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서비스업종에서 반듯한 남자직원 쓰지, 저같은 초로의 노인을 쓰지 않습니다. 서비스업이라는 특성상, 이익을 창출하려는 기업의 특성상 아주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상당히 괜찮은 책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여성이 겪는 정치적 문제를 '일상'에서 접근하고 있기에 여타 여성학 책에 비해 가볍고 진지한, 공감가는 접근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로도 저자의 계속된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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