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시위는 언제까지 주목의 대상일까?촛불 시위는 언제까지 주목의 대상일까?

Posted at 2008. 6. 26. 16:59 | Posted in 불법복제 통신부

사람들이 촛불 시위의 한계를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찾는데 제가 보는 가장 큰 한계는 그것이 뉴스거리에서 점점 멀어진다는 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언론'은 jean님의 생각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바로 '주목'하게끔하는 것입니다. 언론에 주목받지 않는 사실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실이니까요. 이러한 관점에서 아래 경우를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죠.

1. 10만명이 광화문에 모였다.

2. 10만명이 사흘간 광화문에 모였다.

3. 10만명이 열흘간 광화문에 모였다.

4. 10만명이 한달간 광화문에 모였다.

5. 10만명이 50일간 광화문에 모였다.

6. 10만명이 100일간 광화문에 모였다.

위에서 언급한 단위들은 다소 의미가 있는 단위들입니다. 사흘은 '하루'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나머지는 인간의 사고가 대개 5단위, 월 단위, 자리 수 단위로 끊긴다는 점에서 그러하죠.

사실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것은 단순히 시간의 비례 이상으로 놀라운 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체감하는 그 자극은 되려 감소합니다. 그리고 언론은 사람들의 그러한 시각을 반영합니다. 언론은 사람들이 크게 느끼는 의제를 다룹니다. 결국 어떠한 사건이 지속될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는 데 반해 (즉 놀라운 일인데 반해) 반대로 사람들은 그것에서 흥미를 점점 잃어갑니다.

시위 100일은 처음 시작 당시의 주목을 받을 수 없을 것이며 50일은 처음 사흘만큼의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또한 한 달은 열흘만큼의 주목을 받지 못하죠. 사람들은 새로운 더 신선한 새로운 자극을 원합니다. 지겨운 무언가에는 몰두하지 않게 되죠.

지금까지 사람들이 여기에 주목해 온 데에는 이명박 정부의 어설픈 대처가 계속해서 뉴스거리를 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이 좀 더 언론을 이해하는 현명한 정치인이었다면 대처가 비록 민감하지는 못했을지언정 짧고 굵직한 대응으로 일관했을 겁니다. 지금처럼 여러 논란거리를 제공해서 빌미거리를 제공하지 않았겠죠.

그러나 이명박의 사소한 대응들은 계속해서 의제를 제공하고 이에 의해 사람들은 계속해서 몰려듭니다. 그리고 사람이 몰려들었다는 이유로 또 다시 주목의 대상이 됩니다. 이러한 현상이 순환됨이 지금까지 촛불 시위가 뉴스거리가 되는 원동력이었던 것이죠.

그럼에도 한계는 분명합니다. 비록 국민의 분노를 잠재울 정도는 아니지만 이명박의 이번 처사는 행정부의 수장으로 할 일은 거의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내각을 일신했고 추가협상을 했죠. 앞으로의 방향 역시 대운하와 민영화에서 발을 빼는 등 민심을 반영하겠다는 선언을 했습니다.

물론 저 역시 그의 백기가 하나의 레토릭적 성격이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동시에 레토릭이라기에는 양보 범위가 꽤 컸습니다. 이명박 정부 이전에도 잦은 내각 교체가 있었는데 사실 이들이라고 정책적인 큰 의미를 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정부가 그간 과오를 인정하고 민심을 수용하겠다는 하나의 간접 선언일 따름이죠. 이번 일은 그러한 간접 선언 치고는 작지 않았다고 봅니다.

어차피 이번 시위가 이명박 정부와 국민간의 밀고 당기기 싸움이라고 볼 때 reaction이 필요한 쪽은 정부 뿐만이 아닙니다. 국민들 역시 일정 수준의 반응이 필요하죠. 그러나 지금 집회는 산발적이고 대책 위원회가 있다고는 해도 대표 단체로 보기에는 한계가 많습니다. 때문에 '촛불'은 답이 없습니다. 답을 낼 수도 없습니다. 또한 국민 요구를 완전히 수용하지 않는 한 그것이 원천적으로 꺼질 수 없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물러나라, 혹은 계속하라는 주문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사표론'을 둘러 싼 논란처럼 말이죠.

그러나 저는 촛불 시위가 전술적으로 더 이상 유효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는 회의적입니다. 국민 여론을 완전히 수용하지 않으면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을 고수한다면 '당기기'가 없는 일방적인 '밀기'가 지속되는 것입니다. 문제는 '당기기' 없는 '밀기'는 보는 사람들에게 식상하게 느껴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뭔가 빠르게 다른 아젠다를 생산하지 않고서는 주목 대상에서 밀려나기 쉽상이죠.

축구 경기가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결과만이 아닌 내용이 관심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결과만에 관심이 있다면 어느 채널도 중계해주지 않겠죠. 지금까지는 이명박이라는 좋은 수비수가 게임을 재미있게 해 주었지만 그 수비수가 떠난 지금 다른 사람들이 주목할만한 또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는 되려 촛불집회 자체가 이후 가볍게 비추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드는군요.

사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당 정치가 고도로 효율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직접민주주의에 수반되는 비용과 위험성은 차치하더라도 행위자들의 개성이 살아 있고 그것이 집적되어 그럴듯한 스토리를 형성하기도 좋기 때문이죠. 즉 큰 비용 없이도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끄는 쇼가 가능합니다. 지금 촛불이 언제까지 주목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요? 단지 수가 많고 기간이 길다고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 또 무플의 수모네요.
    촛불집회가 예상한 것과는 달리 너무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사실 그 누구도 이명박이 정말 '부르도저'처럼 저렇게 밀어붙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천박한 정책을 저렇게 형편없이 밀어붙일 수 있는지 그 뇌의 구조가 궁금할 뿐입니다.
    • 2008.06.30 01:49 신고 [Edit/Del]
      수모를 면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촛불 시위가 더 지속되면 역효과가 일어날 거라 생각하는 쪽이라 상당히 걱정됩니다. 그래도 방송사들은 아직 시민 편인지라 설마 쉽게 무너질까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불안불안하네요...;
  2. 저같은 블로거야 무플이 일상이지만 승환님에게는 크나큰 충격이겠기에 얼른 달았습니다. ㅎ
    방송사라는 것은 믿을바가 안되니까 언제 갈아탈지 모르죠. MBC가 그나마 대놓고 지지해주었는데, 공영방송이라는 불안요인이 늘 있으니까요.
    • 2008.06.30 21:42 신고 [Edit/Del]
      제 블로그 유입의 태반이 로봇입니다. 예전에는 제거 플러그인이 있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는지라 저런 어이없는 수치가... ㅠ_ㅠ
  3. 100% 동감합니다. 군중의 뜻이 현명할 수 있지만, 군중 개개인이 현명할 수 없듯이 산발적인 행동으로 인해 부작용은 생길겁니다. 이미 많이 보이는 듯 하구요. 모든 일에 시작이 있고, 끝이 있습니다. 이제는 거두어야할 때인데, 대표가 없기에 산발적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저도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멀리서 걱정하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유지가 되온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지요. 누구 말대로 촛불의 배후는 이명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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