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는 만화일 뿐만화는 만화일 뿐

Posted at 2008. 7. 9. 22:02 | Posted in 수령님 생활일지
2004년 9월 3일 병역특례 할 때 쓴 글입니다.

슬램덩크의 마지막 경기 산왕전.

강백호는 등에 부상을 입지만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시합을 뛰려고 한다.

"교체해 주세요."

그 말에 동료들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기뻐하지만 정작 안감독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한다.

"교체는 안 된다. 백호야."

숙연해진 분위기 속에 안감독은 말을 잇는다.

"니 등의 부상은 진작에 알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널 교체하지 않았다."

슬픔과 후회, 그리고 아쉬움이 가득찬 그의 표정앞에 그 누구도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너의 성장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승리를 위해서도 아닌 제자의 성장을 지켜보기 위해 부상입은 선수를 코트에서 뛰게끔 내버려 둔 안감독의 마음 역시 편할 리 없었다. 그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겨우 마지막 한 마디를 뱉었다.

"지도자로서... 난 실격이다."

하지만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자학하는 안감독앞에 강백호는 조금도 주춤하지 않고 말한다.

"영감님, 영감님의 영광의 시기는 언제였나요."

......

"국가대표 때였나요?"

......

"난..."

......

"난 지금입니다."

그리고 강백호는 코트에 다시 선다. 이번에는 안감독도 말릴 수 없었다. 그저 그가 무사히 경기를 마치기만을 빌 뿐, 승패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2004년 9월 3일 병역특례하던 공장 앞 농구장 농구장.

이승환은 공중 공 다툼 과정에서 거시기를 무릎에 찍히며 허리부터 떨어져버린다. 덤으로 재수없게 그 자리에 뾰루지까지 나 있었다. 그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농구골대 뒤로 도망갔다.

"나 이제 못 뛰어요 -_-..."

즉시금 반응이 돌아왔다.

"아니, 이 개X가, 지금 한점을 다투는 시기에 뭔 소리야."

"니 몸 부실한 건 진작에 알았어. 계속 뛰어, 씹X야."

이승환은 울먹이며 답했다.

"으윽... 움직이기도 힘들어요."

하지만 냉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기콜라 앞에 선수의 몸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들은 악마와 같은 미소로 끝없이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정신적으로 압박을 주었다.

"그럼 서있기라도 해, 어차피 넌 쓸모 없는 놈이야."

"그래, 이 썩은 쓰레기야. 당장 안 들어와?"

"아님 당장 니가 콜라 사고 게임 접든가, 앙?"

이승환은 모든 것을 포기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그들의 인간다운 마음, 측은지심에 자신의 생명을 기대어 보기로 했다. 아무렴 남자에게 가장 소중한 허리인데 콜라 하나에 넘기겠는가?

"형들의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는 언제인가요?"

......

"포경수술 때였나요?"

......

"난..."

......

"난 지금입니다."

......

잠시 엄숙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 분위기는 또 다른 고통의 전주곡에 불과했음은 이승환 본인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체념한 표정의 그의 귀에 따갑도록 차가운 한 마디가 들려왔다.

"나와."

......

"만약에 지면 니가 콜라 쏘는거다."

......

"플레이!"


결론 : 과거가 미래를 보여 주나니... 취업을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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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2. 민트
    무섭군요. -_-; 지못미
  3. 여기 리얼 팩토리를 가장한 시트콤 팩토리였군요.
    이승환님 일상이 시트콤이라..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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