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과 출근석가탄신일과 출근

Posted at 2008. 7. 16. 20:19 | Posted in 수령님 생활일지
2004년 5월 25일 쓴 글입니다.

내일은 석가탄신일이다... 그리고 그 전날인 오늘은 월급날...
기쁨에 가득 차 있을 때... 학교에서 후배들과 삼겹살을 먹기로 약속하고 즐거워 할 때...
우리 회사 차장이 던진 말이다. 너무나 묵묵하게...

"약속 있지?" 도 아니고 "약속 없지?" 라니...

순간 너무나 많은 상념들이 날 사로잡았다.

1. 전 태어날 때부터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외친 선천적 불교신자입니다.
2. 비록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세계 삼대 성인이 태어나신 날, 석가의 뜻에 따라 명상을 하겠습니다.
3. 약속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입니다. 저는 이미 선약이 있습니다.
4. 쓰으으파. 내가 그렇게 인기가 없어 보이냐!

그리고 그 상념은 순식간에 확대되었다.

1번 선택

"전 선천적 불교신자입니다."

"허나 부처님께서도 노동의 소중함을 강조하지 않았나? 무엇보다 일이 먼저일세."

"그렇지 않습니다. 차장님. 내일 하루만이라도 부처님의 뜻을 기려 만물의 소중함을 느끼고 싶습니다. 저는 대자연으로 돌아가 회사와 절이 둘 아님을. 그리고 나아가 차장님과 저 역시 남이 아님을 느끼고 싶습니다."

"자네는 잘못 알고 있네. 속세를 떠나야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게 아닐세. 도는 먼 곳에 있지 않네."

"그럼 어디에..."

"도는 회사에 있네. 출근하게."

......

2번 선택

"저는 삼대 성인이 태어나신 날 노동보다는 명상에 잠기고 싶습니다."

"자네는 노동의 의미를 과소평가 하고 있네. 노동은 자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띄고 있네. 그것은 자네의 삶을 유지하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를 창조하는 행위일세. 즉 자신을 넓혀 나가는 것이니 그것이 즉 수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하지만 현대 사회의 노동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원하지 않는 강제된 노동으로 인해 도구로 전락해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일차원적 인간으로 남지 않기 위해 더욱 명상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런 어리석은 놈 같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자네는 불교를 너무 좁게 보고 있네. 명상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단지 자네의 해탈을 위해 수양하려 하는가? 그것을 통해 자네가 해탈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천만일세! 우리는 우리들이 대자연의 일부이며 우리의 매사가 서로에게 영향을 줌을 깨달아야 하네. 그런데 자네는 자네의 동료들을 겨우 일차원적 인간에 비유하며 속좁은 명상을 즐기겠다고? 그것은 시덥잖은 지적 오만이며 동시에 상대를 깔보는 비평화적 태도일세. 그런 바탕에서 명상은 자네를 해탈에서 멀어지게 할 뿐일세."

잠시 침묵...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에게 올바른 명상을 가르쳐 주십시오."

"일단 회사로 나와서 동료들과 둘 아님을 느껴보게."

......

3번 선택

"비록 석가의 탄생을 기릴 생각은 없지만 저는 이미 선약이 있습니다."

"약속이라고? 그것이 이 일보다 중요한가?"

"네. 비록 구두로 이루어진 것일지라도 약속은 그 모든 것에 우선합니다."

"자네, 군대가고 싶나?"

......

4번 선택

"내가 그렇게 인기가 없어 보인단 말이오!"

"거울을 보게."

"근육질을 우습게 보지 마시오."

"전신 거울을 보게."

......

모든 결과가 빤히 보이는 나는 결국 5번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출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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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래나저래나 일단 나오라는 얘기였군요 ^^
  2. 내일은 제헌절인데 안쉰대요.
    그런데..4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한결 같으시네요.
  3. 병역특례... 말대꾸가 가능한가요? ㅎㅎ;;
  4. 민트
    "도는 회사에 있네. 출근하게."
    "일단 회사로 나와서 동료들과 둘 아님을 느껴보게."

    크리스마스 땐 출근하라고 안하던가요? 크리스마스 땐 뭐라고 말했나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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