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사와 나오키가 싫은 이유우라사와 나오키가 싫은 이유

Posted at 2008.10.12 23:59 | Posted in 분서갱유 만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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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이 한국에도 개봉된지도 한참... 망했겠죠 -_-? 라고 쓰고 조사해보니 20만도 오지 않은 듯 하네요. 당연한 일입니다. 학생들이라면 안 본 인간이 더 적을 데스노트도 두 편 합쳐 130만인데 비교적 대상 연령층이 높은 20세기 소년에 큰 기대를 걸었다면 배급자가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한 겁니다. 한국에서 여전히 만화는 저연령층만의 문화이니까요. 최근 게임기가 돈이 꽤 되며 그 연령층을 확대해가고 있으나 만화는 그렇게 돈 되는 꺼리도 아니고요.

하려는 이야기가 일본 만화의 영화화는 아니고 우라사와 나오키라는 만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향간에는 최고의 만화가로 아주 손꼽히는 것 같은데 저는 이 양반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이 양반 잘난 거 인정합니다. 그림 하나하나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것은 몇 컷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열심히 고증을 거치는 티가 팍팍 나요. 특히 몬스터는 무슨 독일에서 몇 년 살았냐는 생각이 들 정도죠. 20세기 소년의 경우 음악 좋아하는 분들이 특히 공감하는 면이 있던데 실제로 이 양반 음악에 대한 이해도 꽤 됩니다. 앨범도 몇 장 발매했을 정도죠.



그럼에도 제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속도감입니다. 몬스터와 20세기 소년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게 초반에 빠른 스피드로 나아가다가 3권 정도만 넘어가도 갑자기 전개가 늘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급진전, 위기-절정-결말이 마지막 두세권에 펼쳐지며 끝나 버립니다. 읽다보면 절로 진이 빠져 버리죠.

때문에 몬스터와 20세기 소년을 보며 저는 이 양반이 옴니버스 형식에 더 어울리지 않는가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위 만화를 보다가 보면 마스터 키튼이나 파인애플 아미와 같은 옴니버스 만화를 좀 더 길게 늘린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옴니버스 형식에서는 문제가 하나하나 손쉽게 해결되고 그것이 반복되어도 상관 없지만 장편에서도 자꾸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어차피 적당히 해결되겠지 하며 긴장감이 심하게 떨어집니다. 실제로 위기가 좀 오려나 하면 몬스터의 닥터 덴마와 20세기 소년의 켄지는 이상한 뽀록으로 문제를 손쉽게 해결해 버리죠. 뭐, 능력도 초인적이지만 상대방이 바보로 느껴질 때가 꽤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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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불만점이라면 항상 폼을 잡고 의미 부여를 하려는 점입니다. 뭘 해도 그냥 사고 터지고 해결하고 속 시원히 끝내려 하지 않습니다. 김전일에서 사람 죽이는 놈은 그냥 조용히 콩밥 먹지, 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담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 시작합니다. 마치 그 속풀이 대사 내뱉으려 살인한 것처럼 말이죠. 이처럼 우라사와 나오키 만화의 조연 및 엑스트라도 항상 별 있을 필요도 없어 보이는 속사정이 있고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부여를 하려 합니다. 무슨 사건만 터지면 마무리에 괜시리 감동 샷도 좀 넣어주고 하는 거 보면 꼭 이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마지막은 불만이라기보다 아쉬운 점인데 이 아저씨는 좀 영화적 연출에 집착합니다. 사람들이 20세기 소년 영화 보고 너무 지나치게 만화를 의식했다고 불만인데 전 그게 아주 당연하게 느껴졌습니다. 이 만화 자체의 구성이나 컷이 무지하게 영화적인 시각을 의식했다는 생각이 절로 드니까요. 이걸 벗어나서 영화를 만들라는 게 오히려 더 힘들어 보입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만화는 더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매체입니다. 웹툰이 만화와 상당히 다른 형식으로 진행되어 가듯 만화 그 자체의 표현의 매력을 살릴수도 있을텐데 우라사와 나오키는 영화적 연출, 그것도 헐리우드틱한 연출에 집착하는 듯하더군요.

뭐, 위 둘은 사실 스토리 작가의 문제일수도 있습니다. 사실 초기작을 제외하면 스토리는 직접 짜지 않았죠. 파인애플 아미, 마스터 키튼만 쿠도 카즈야, 호쿠세이 카츠키카라는 작가명이 명시되어 있지만 몬스터와 20세기 소년 역시 에도가와 케이시라는 왠 오타쿠틱한 예명의 (집단이라는 설도 있는 익명의) 스토리 작가가 따로 있습니다. 플루토는 잘 모르겠으나 그가 스스로 스토리를 담당한 야와라, 해피 등이 굉장히 건전하고 밝은 분위기의 작품인 것을 생각하면 역시 스토리 작가가 있을것 같네요. 여하튼 태생이 반골인지라 잘 나가는 작가를 가지고 딴지를 좀 걸어 보았습니다. 곧 신작도 나온다 하니 저처럼 비뚤어지지 않은 독자분들은 많은 기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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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밝은 인간이라 이런 게 더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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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개인적으로 우라사와 나오키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글을 읽어보니 그런것도 같아요 ^ ^;;
    그리고 저도 나오키의 작품중에서는 옴니버스식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죠. 몬스터의 경우는 한번에 쫙~ 읽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 할 정도이니까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마스터 키튼을 제일 좋아합니다. ㅎㅎㅎ
  2. 저도 공감합니다. 20세기 소년을 결국 읽긴 했지만, 몬스터 이후로 우라사와 나오키님의 작품은 눈에 띄이게 느린 진행과 기대에 못미치는 황당한 결말로 저를 실망시키더군요. 결론은 비추작품...
  3. 저도 우라사와 나오키의 마스터 키튼과 파인애플을 가장 재밌게 읽었는데.. 말씀 들어보니 정말 나오키는 옴니버스에 어울리는 작가인것 같네요.. 몬스터는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봤는데 20세기 소년은 한참 재밌다가 어느순간 힘이 쭉빠졌음.. 정말 공감합니다. ㅎㅎ
  4. 틀린말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좋다능 ㅠ.ㅠ

    야와라식 진행도 좋아요... -_-;
  5. sok
    개인적으론 해피는 어두운쪽으로. 가장 어두운...
  6. 음.. 용두사미는 분명 문제지만 해피나 야와라는 더욱 더 제 취향이 아니라서..
    특히 해피! 보면서는 주인공이 계속 당하는 게 분해서 이러다 심장병 걸릴 것 같아 도중에 안 봤다는;;
    말씀하신대로 장편보다 에피소드식 전개가 우라사와에게는 적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했고 가장 여러 번 보고 또 보고 한 작품은 뭐니뭐니 해도 마스터 키튼입니다.
    피리부는 사나이 전설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멋진 연출도 참 많았어요..
    • 2008.10.13 23:38 신고 [Edit/Del]
      역시 수준 높은 분일수록 마스터키튼을 좋아한다는 이상한 공식이 성립?
      제가 좀 마조히스트라 그런 주인공 괴롭히는 게 나름 맛깔나더군요 -_-;
  7. 마스터키튼은 처지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는데 몬스터 후반은 좀..^^);;
    20세기 소년은 뒤로 갈수록 알 수 없는 전파를 타고 전개되고...=ㅂ=);;
  8. 조루사와 나오키!
    무엇이든지 5권까지는 숨막히게 읽다가 7권쯤 넘어가면 작가가 자신이 뱉어놓은 일들을 수습못해 허우적거리는 느낌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2년에 단행본 1권낼까 말까하는 지루들보단 존경합니다.
    • 2008.10.13 23:39 신고 [Edit/Del]
      훌륭한 요약입니다. 그러고보니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의 나가노 마모루였나? 이름도 기억 안 나는 그 분은 뭐하고 사시는지...;;;
  9. 위 무쌍님의 '조루사와 나오키'라는 명쾌한 지적에 대해선 크게 공감하지만(따라서 본문의 승환님의 지적에도 역시), 해피나 야와라는 너무 단순한 스테레오타입이라서... 저는 키튼 이후의 우라사와를 좋아하는 편이죠. 물론 후미에 말씀해주신 것처럼 '스토리 작가'에게 우라사와 만화의 비밀이 숨겨져있다고 보는 편(조루까지. 함께)이구요.

    추.
    우라사와를 꽤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욉니다. : )
    • 2008.10.13 23:40 신고 [Edit/Del]
      그러고보니 스토리 작가가 권가야씨와 함께 푸른 길이라는 만화도 냈는데 뭐가 문제인지 이건 5권 주제에 금새 늘어져 금새 끝나는 희한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_-

      ps. 민노사마 취향과 저는 뭔가 안 맞네요 ㅜ_ㅜ
  10. !@#... 사실, 비밀은 작가 자신(들)보다 '일본식 잡지연재 시스템'에 있습니다. 인기 있는 연재가 곱게 전개되다가 곱게 끝나도록 방치하지를 않죠... 덕분에 전체가 짜여진 스릴러물보다는 에스칼레이션식 대결물이 피해를 덜 보죠(그나마 '해피'나 '야와라'가 전개 페이스가 덜 망가진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11. indy
    음.
    글을 읽다보니 님의 의견에도 나름 공감이 가긴 하는군요.

    오래된 작품이지만, 야와라는 정말이지..보면 볼수록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0^
  12. 나그대
    우라사와 나오키의 국내출판물은 전부 소장중인 광빠입니다.
    그러나 이승환님의 말씀엔 적극 동의합니다. 저러한 문제점들은 우라사와 나오키의 단점으로 많이 지적되곤 했었지요. 특히나 몬스터 같은 경우는 많으신 분이 분통을 터트리시기도 ㄲㄲㄲ
  13. 식인토끼
    저도 우라사와 나오키씨의 국내 출판물은 모두 소장중인 광팬입니다.

    물론 20세기 소년은 중반가면서부터 꼬이고 꼬이지만

    저는 몬스터에서 완전 최고라고 생각하는데요.그리고 마모루 나가노....

    뭐....3대에 걸쳐서 연재한다고 했으니까요-_-;;저희도 3대에 걸쳐서 봐야겠지요;;;
  14. 식인토끼
    그리고 우라사와 나오키가 A급 만화가가 아니면, 솔직히 현재 만화가중에서

    A급 만화가는 별로 남아있지 않을꺼라 생각해봅니다^^(물론 제 생각이지만요^^)
  15. 카와이
    노래 좋네요. 오랜만에 20세기 다 봤네요. 너무 길어서 한 이박 3일 봤나봐요. 님의 의견 동의합니다. 그래도 이만한 장편 쓰는 작가 흔하지 않은 세상이라서...
    노래를 계속 듣다가보니 20세기 소년의 시절로 되돌아가는듯한 묘한 향수에 바지네요. 정말 60년대 생들에게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만드는 만화 맞습니다.
  16. 너무좋아
    맞는 말이네요 ㅋ 근데 전 그런점이 좋아서 계속 보고있습니다. 늘어질대로 늘어져도 좋으니 완결만 늦게냈으면 하고 바랍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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