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한국대표팀의 한국 변론안티 한국대표팀의 한국 변론

Posted at 2006. 6. 15. 20:24 | Posted in 정력은국력 체육부
 토고전에서 한국이 역전골을 넣은 후 공을 돌린 플레이를 가지고 말들이 많다. 비겁하다, 스포츠맨답지 않다는 부정적 의견과 이기려고 경기하는 거지, 폼 잡으려고 경기하냐는 긍정적 의견, 아무리 그래도 토고에게 한 골이라도 더 넣어서 이후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놓아야 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월드컵이 일어나면 대개 싸울 일이 없이 다 하나가 되는 우리 민족이 이렇게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반가운 일이다. 물론 좀 있음 다시 하나로 뭉치겠지만.

내가 인기 좋은 사람은 모두 질투하는 비뚤어진 인간이라 한국대표팀 별로 안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것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비작전을 펼친다고 못 뚫을 일은 없다. 물론 그 가능성은 좀 낮아지겠지만 그렇다고 이가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무엇보다 이를 욕할 게 아닌 것은 수비작전으로 나설 때는 그만큼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추가득점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물론 한 명 정도의 공격은 남겨두나 이는 상대 수비의 전진배치를 막기 위해서지 골을 노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일단 실점할 경우 리듬이 흐트러져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전날 호주 - 일본전을 생각해보자. 일본은 한 골 넣은 후 상당히 방어적인 플레이로 일관했고 수비조직력도 상당히 뛰어난지라 호주는 혼자 공격 다 하면서도 정작 결정적 찬스를 만들지 못하는 처절 플레이를 반복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펀칭미스로 겨우 기회가 나고 이게 골로 연결되었다. 이후 일본의 조직력은 순식간에 무너졌고 일본은 월드컵 역사상 길이남을 캐안습 경기를 일궈내고 말았다.

어쨌든 한국인들은 참 피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축구는 아니지만 예전에 스타크래프트에서 임요환이 홍진호에게 벙커러쉬를 세 번 사용해 모두 성공, 아작을 낸 적이 있었다. 그 때 게시판에서도 임요환이 비겁하다는 말들이 많았다. 이게 정말 그렇게 비겁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벙커러쉬는 성공하면 바로 이기는 것이지만 반대로 한 번 실패하면 그대로 끝이다. 규칙을 어긴 것도 아니고 그만큼 큰 리스크를 안고 싸우는 것인데 이게 무엇이 그리도 비겁한 것인가?

결국 이러한 비판은 '비겁하다' 가 아니라 '재미없다'로 바꾸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이 점에 있어서는 찬성한다. 사람들이 뒤에서 빙빙 볼 돌리는 것이나 보려고 시청에 가고 노천에 가고 맥주 마시는 게 아닐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들은 분명 하나의 룰 안에서 싸운 것이고 비겁하다는 말은 좀 피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룰이 흥미를 떨어뜨린다면 상업성을 요구하는 스포츠는 알아서 룰을 개정하게 되니까 큰 걱정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다고 돌리는 것 금지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다시금 두 자리 스코어를 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하는데 이런 것을 원하는 분들은 핸드볼이나 농구 쪽을 추천한다. 축구의 매력은 끊김이 적다는 점과 득점의 가치가 높다는 점이니까.

ps. 단순히 수비작전이 비겁하다는 의견과 달리 일부 네티즌들은 추가골을 노리는 쪽이 수비작전보다 낫지 않냐는 전술의 효과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 토고는 분명 조에서 가장 만만한 상대인데다가 퇴장으로 인해 선수 수까지도 한 명이 부족한 상황이었으니 적실성 있는 비판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토고 입장에서도 한국은 가장 만만한 상대였으니 이후 어떻게든 한 골을 더 넣으려고 기를 쓰고 덤볐을 것이다. 물론 한국이 수와 실력에서 앞섰기에 골을 넣을 확률이 높았겠지만 일단 비기면 사실상 탈락에 가까운 상황이었으니 수비작전이 전술적으로도 옳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1. 아 콩횽 그 때 생각하면 캐안습. 임요환이 비겁한 게 아니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래도 저는 홍진호 팬입니다-_-
  2. 본디 배가 부르고 나면 다른게 눈에 띠이는 법이겠죠..ㅠ_ㅠ
  3. 프로라면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비판을 넘어서 막말하는 일부 네티즌들은 눈살이 찌푸려져요.
    • 2006.06.16 14:20 [Edit/Del]
      어차피 목적이 승리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프로스포츠라면 실력이 좀 딸리더라도 구단주들이 그런 선수를 알아서 뽑게 됩니다. 하지만 월드컵같은 국대전은 결국 실력이 가치와 완전 동등화되니 다르게 보아야 하지 않나해요.
  4. 잘 읽었습니다.
    19일 경기는 어떻게 보나..ㅜ_ㅠ
  5. 스타의 경우 나도현의 벙커러쉬 가지고도 말이 많았죠.
    월드컵은 자국 리그와는 성격이 달라서 승패가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세계 팀들 모여서 누가누가 잘하나 뽑자고 만들어 놓은 대회에선 이기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반칙써서 이기는 것도 아닌데 무슨 도덕적 잣대를 그리들 들이대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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