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논술, 창의력을 묻다서울대 논술, 창의력을 묻다

Posted at 2006. 6. 19. 15:56 | Posted in 사교육산실 교육부
서울대 논술 창의력 묻는다

언제나 그렇듯 서울대 입시제도가 중요한 이유는 타 학교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기업계에서 삼성이 프론티어라면 입시계에서는 서울대가 그 역할이다. (비꼰다고 하는 소리 아니다 -_-...) 물론 국립대라는 한계 때문에 사립대와 달리 내신의 비중을 꽤 주고 있으나 논술이나 심층면접 등에서 서울대가 가면 다른 학교가 슬금슬금 따라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창의력을 묻는다고는 하는데... 너무 어렵지 않나? 물론 지문은 주지만 말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교과서 내용을 단순 암기할 게 아니라 주제를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독서를 하라"는 훌륭한 주문을 했다는데 (이것도 전혀 비꼬는 게 아니다) 정작 당사자인 입시생들은 뭐라고 할까? "니가 해 봐, 이 X끼야!'라고 하지 않을까 -_-;

시대가 점점 소수의 지식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것은 대학도 당연히 잘 아는 것 같다. 가끔 토익 존나 잘 치고 면접 죽도록 준비해 대기업 들어가 복사만 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그만큼 브레인은 소수만 있어도 된다는 소리같다. 그러다보니 논술은 갈수록 난해해져만 간다. 적어도 내가 입시생이었을 때처럼 단순논제 하나 던져주고 "시간내에 천사백자 써보렴, 200자까지 공차(tolerance)줄게."라는 대학레포트 이하의 논술은 찾아보기 힘들며 그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의 흐름을 읽었다고 그저 문제를 그 쪽에 맞추자는 쪽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난 좀 얍삽한 놈이라 뭐 최소한의 인문학 교육을 어쩌고는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시험을 통해 선발하려면 그 시험에 적합한 정도의 공교육은 제공하고나서 시험을 치룰 수 있도록 해야만 옳다.

그러나 저 정도 난이도로 출제되는 논술은 도저히 공교육으로 커버할 수준이 아니다.  저 논술문항들은 교사들이 풀 수 있을지나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논리력이야 뭐 논술책 열심히 보고 연습하면 길러진다지만 꽤 많은 배경지식을 요구하는 문제들인 듯한데 교사들이 어쩌고 저쩌기 힘들 것 같다. 그러고보니 몇년 전에는 존나 어려운 철학논술문제(무한이 어쩌고 하며)로 애들 좌절시키더니 그걸로는 부족한지 아주 직격탄을 날린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에 대응하는 학원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도 든다 -_-;

이에 대해 메가스터디 평가연구소장"학교에서 수능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기본 개념, 정신에 충실한 수업을 한다면 얼마든 대비가 가능할 것"이라는 멋진 썰을 남겼다. 맞는 말이다. 교육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능력 좋고 체계가 잘 짜여져 있는 메가스터디 팀이나 단기간에 가능한 일이지, 평교사들이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만약 논술을 제출한 쪽에서도 이런 생각을 했다면 이는 무책임한 가정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임용고시부터 이 쪽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난 논술강화에 찬성하고 수능도 과거 학력고사에 비하면 꽤 잘 만들어진 제도라고 본다. 하지만 입시제도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건 그것은 교과과정에서 그것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최소한 평교사들에게 변화하는 입시제도에 대해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은 제공한 후 그 변화는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결과는 사교육비용의 증가와 교육양극화라는 비극적인 결과로 다가올 수 있다.

ps. 물론 지금처럼 해도 소수의 지식노동자야 어차피 갖추겠지만 이왕이면 드러커 선생님 말씀대로 되도록 많은 이가 지식노동자가 되는 세상이 좋지 않겠나... 가뜩이나 일자리도 없어서 요즘 인형에 눈 붙일 생각하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더욱 서글퍼진다.

ps2. 골이 들어갔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경기는 끝났다 -_- 나는야 기회주의자.
  1. 아랫글, 굴욕의 무플을 감추기 위해 -_-
  2. 1.

    저희 학교에 92학번인 서울대 박사를 받고 2004년부터 저희 학교에서 무려 "정교수"로 강의를 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 분의 박사학위 논문은 맑스와 비판이론의 유토피아론에 대한 논문을 쓰셨더군요. 그런데 그 분이 서울대에서 하고 있는 일 중 하나는 무려 "논술기획"이더군요. 서울대학에 있어 논술은 단순히 평가 이전에 서울대 출신 젊은 박사들의 교수임용(아마 앞으로 이 사람들이 각 대학의 논술기획을 주도할 것으로 보입니다)에 밀접한 관련이 있을뿐 아니라 서울대 자체로서도 큰 사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대 출판부에서 내놓은 고전 해제집이 제법 잘 나간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논술에는 서울의 일부 학교들을 귀족학교로 만들려는 목표가 베이스에 깔려있지 않을까요?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이 번역되기 전에도 논술지문에 애용되어 사용되왔다는 점이 그걸 잘 반영해주는데 말입니다.


    2.

    서울대학교 인맥, 그리고 사회지도층 등 그 분야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교육을 작살내고 그걸 계급재생산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지는 영어교육에서 단적으로 나타납니다. 저에게는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6269675 이 책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3.

    저도 같이 인형에 눈을 붙이고 싶습니다-_-.
  3. 은하
    이러니 上有政策 下有對策 이란 말이 나오지요..ㅜㅡ 서울대 논술문제는 제가 봐도 너무 합니다. 공교육에서 제공하는 것 이상을 요구하다 보니, 학생들은 학원에 의존하게 되고 또 서울대 논술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창의력'은 과연 창의력이라 불러줄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더라구요. 다르게 생각하는 방식을 유형화해서 배우고 있음 참 나;;;

    그래서 논술세대들이 오히려 관념적이면서, 일상에서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더 떨어지는 거 같습니다 어째
    • 2006.06.20 22:42 [Edit/Del]
      논술 겨냥 창의력 -_-? 대단하네요... 논술세대들이 창의적으로 생각을 못한다기보다 예전 사회에 비해 현대사회가 많이 세련되어지고 압박도 많이 줘서 그런 것 같아요. ^^
  4. 누드모델님을 국회로!!
    • 2006.06.20 22:42 [Edit/Del]
      누드모델이 국회 진출하면 정말 큰 이슈가 될 겁니다. 그런데 나체촌이 있지 않는 한 지역구에서는 불가능할거고 전국구로 나가면 그 정당 그날로 망할 듯 -_-;
  5. 학원이야말로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대응할 유일한 기관이 아닐지; 현재의 경쟁없는 공교육 체제로는 힘듭니다 아무래도 -_-
    그나저나 예전에 들은 말이 떠오르는군요. '우리나라 공교육의 문제점은 결국 하나야. 리코더를 가르치고 피아노 시험을 본다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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