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와 취업이라는 사회화경제지와 취업이라는 사회화

Posted at 2008.10.19 22:49 | Posted in 사교육산실 교육부
중고딩 시절 학교의 주요한 역할로 '사회화'라 떠들었던 것을 들은 것 같다. 물론 엄밀히 이야기하면 사회화는 죽을 때까지 부단히 진행되는 과정이겠지만 적어도 좀 더 직접적인 사회화는 의무교육까지로 보는 게 옳겠고. 그런데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고등학교 때까지가 교과서를 통한 수동적 사회화였다면 이후는 경제지를 통한 능동적 사회화라는 느낌이다. 뭔 소리냐면 취업 준비생들이 보는 신문은 죄다 경제지이다. 매일경제, 한국경제, 비교적 가판에서 보기 힘든 서울경제에 가끔 아시아경제까지 나온다.

경제신문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경제를 읽는 훌륭한 시각을 반영하는 것은 개뿔이고 역시 재계의 시각을 적극 반영한다는 것이다. 물론 '승리의 chosun.com with 2MB ^-^/' 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얘네는 섹션이라도 다양하고 어찌 되었든 기사의 질이 높음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가끔 구라빨 넘치는 균형감각으로 강단 좌파들의 글도 실어주는 서비스 정신★의 투철함까지.

하지만 경제지는 사실 경제 섹션도 굳이 조중동보다 나을 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 시각이 아니라 질에서. 하지만 학생들은 먹고 살기 위해 그것을 앵무새처럼 떠들어대야 한다. 정말 그래야만 그들의 삶이 보장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안 하면 낙오된다는 사회적 믿음이 생성된 이상 사실상 그것이 사실이라고 보아야겠지. 사회적 믿음은 때로는 객관적 진실마저도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이 보편화된 이상.

비단 경제지만을 가지고 이야기할 것도 아니다. 최근 'x시절에 꼭 해 봐야 할 y가지' 따위의 책이 서점에 깔려 있는데 그런 거 안 해도 대학생은 바쁘다. 학벌이야 뭐 바꾸기 힘든 거니 그렇다 쳐도 학점에 토익에 자격증에 공모전에 인턴에 봉사활동에. 이것도 되도록 기업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선택해야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러한 일련의 과정 후에 우리는 아무런 변화가 없을까? 글쎄... 요즘 취업 시장에 있다보니 어릴 때는 학교라는 제도로 아이들을 길들였다면 나이 먹은 놈들은 돈으로 길들인다는 생각이다. 재계의 시각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자연히 제도화 해 버리는 것. 참으로 세련된 방법이다. 마치 자유주의 언론관 하의 상업주의 언론이 정론지를 짓이겨 버렸듯.

이런 이야기하면 어떤 놈들은 어느 경제지에서 읽었는지 기업의 사회 공헌을 줄줄이 읊던데 제발 기부 필요 없으니 사회적 책임이나 다하라고 하고 싶다. 반노동에 반환경에 재벌 비리는 어찌 그리도 많은지. 뭐, 나야 별로 도덕을 요구하는 인간은 아니니 얘네가 억을 떼어먹건 조를 떼어먹건 '진심으로' 상관 없는데 애들이 이걸 자발적으로 칭송하고 나서니 참 거시기하다. 뭔가 마땅한 표현을 찾기가 힘드네.

지금도 착잡한데 현 정신나간 양아치 정부가 마음대로 주무른 교과서로 배운 아이들이 성년이 되면 어떨지 궁금하다. 뭐, 애들이 똑똑해서 거부하려고 해도 수능 문제로 나오면 어쩔 수 없겠지. 마치 지금 대학생들의 취업 준비가 그러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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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러잖아도 요즘 쉬워보이는 사회철학책 한 권이 손에 들어와서 읽을까 말까를 고민하던 중이었습니다. ㅋㅋ
    그나마도 학교에서 배웠던 내용들은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벌써 월욜 새벽을 향해 달려갑니다.
    즐겁고 유쾌한 일 가득한 한 주되시길 바랍니다~~
    • 2008.10.20 19:05 신고 [Edit/Del]
      아, 덧글에서도 글맛이 넘치는군요. 저는 아직 졸업도 안 했는데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 납니다. 쓸모 없어서라고 하고 싶지만 다른 놈들이 모두 기억하는 것을 볼 때 그런 것 같지는...;;;
  2. 사람조차 "인재"라 포장된 상품이 되어버린 이상..
    니즈에 맞는 컨셉, 생산체계를 쫒는건 어쩔수가 없죠.
    그러면서 "인권" 떠드는 현대사회의 양면성이랑...(笑)

    그냥 솔직히 노예제도 부활시키는게 남자(?)답지 않을까요...(쩝)
  3. 결국엔 그냥 순응하면서 살아야죠 뭐..;;
    안하면 낙오된다는 사회적 믿음.. <- 이거이 은근 크다고 생각;
  4. 사실....가지고 있는 자원은 인적자원밖에 없는 나라의 비극 아닐까요. 인구도 적어.. 땅도 좁아...지하자원도 변변한거 없서.....유럽, 동남아, 미국 다 여행좀 다녀봤지만 우리나라처럼 각박한 나라도 없더라는...
    • 2008.10.21 22:07 신고 [Edit/Del]
      뭐, 개발도상국을 생각하면 우리 팔자가 좋기는 하죠. 그런데 이거 이상할만큼 졸라대니...
      경제 구조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는 하는데 이걸 좋다고 받아들이는 노예 근성을 보면 좀 답답합니다.
  5. 민트
    취업 휴..
    저도 반백수라...내년이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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