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학생회에 대한 단상복지 학생회에 대한 단상

Posted at 2008. 11. 6. 18:43 | Posted in 사교육산실 교육부

학교에 또 총학생회장 선거의 철이 돌아왔습니다. 원래 전혀 감흥이 없었지만 후보가 모두 저보다 어린 선거를 맞이하자 감흥이 넘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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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신문에 따르면 감흥이 넘쳐야 한다고 합니다.

여하튼 최근 학생회는 비권의 시대입니다. 제가 알기로 작년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은 모두 비운동권이 잡았습죠. 얘네들 학벌 옹호가 아니라 대개 이 동네가 되려 운동권이 강한 경우가 많았거든요. 얘네가 처음 해 먹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안티 운동권'이었는데 이게 학생들에게 무지 잘 먹혔죠. 그런데 실체는 대개 '꼴우파 운동권'에 가까웠고 - 무지 좋게 말해서 철학 부재 학생회 - 그러다보니 나름 내세울 캐치프레이즈가 필요했고 그래서 나온 게 '복지 학생회' 뭐, 요즘은 운동권 애들도 다 이거 주창하고 있더이다. 사실 요즘은 이 개념 자체가 성립되기도 힘든 것 같습니다. 나름 대립각은 세우고 있는데 이게 이념 대립인지 좀 아리송할 때가 많아요.

개인적으로 운동권이든 비(반)운동권이든 '복지'라는 말이 앞에 나온 건 이미 학생회의 역할이 그냥 끝났다고 봅니다. 이는 복지국가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거든요. 복지국가는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정책을 집행하지만 복지 학생회라고 해봐야 재원 자체가 학교로부터 나옵니다. 그것도 자기들 일 하는데나 쓰는 거고 실제 '복지 정책'들은 모두 학교가 등록금 걷어 들여서 하는 일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건 예전 학생회들도 다 요구해 오던 겁니다. 자기들 손발이나 머리 굴리는 일이라기보다 입빨 세우는 일인데 이걸 왜 안 했겠어요. 덤으로 겉으로 보이는 정책들을 내세우다보면 포퓰리즘으로 흘러갈 가능성 농한데 어차피 이 돈 다 등록금에서 나갑니다. 뭐, 이런 작은 사업들로 얼마나 나가겠냐만 빌미 만들기는 참 좋죠.

전 이런 학생회 모습을 보며 이명박과 그 휘하 졸개들이 주장하는 '잃어버린 10년'을 떠올렸습니다. 경제 구조는 점점 양극화로 흐르고 이를 커버하기 위해 복지 예산을 늘리는, 그리고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증세를 해야 했던 10년을 말이죠. 알다시피 대학교는 구조 자체가 엉망진창입니다. 이익단체이면서도 소비자(학생) 이탈률은 매우 낮고 이탈해도 편입으로 땜빵하면 되고 그러다보니 예산집행은 그냥 맘대로고 등록금은 팡팡 올려대죠. 그런데 이런 구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학생들에게는 복지를 제공한다고 외치는 현재 학생회는 그저 학생 쥐어 뜯어 돈 벌려는 학교의 소극적 공범자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뭐, 예산은 늘리면서 감세한다는 모 정부보다야 쪼끔 낫지 않을까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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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본인은 소시적 잔디구장을 건설하겠다는 엄청난 포퓰리즘으로 학생회장 선거서 대패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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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누드 비치를 만드신다고 하셨음 당선 되셨을겁니다. ^^
  2. ㅋㅌㅋㅌ
    승환님 글을 읽으면 신랄한 주제를 떠받치는 유머가 늘 맘에 듭니다.
    그래서 피딩을 꼬박꼬박 해서 열띰히 구독하는가 봅니다.... :)

    저도 학생회장 선거 같은 이벤트가 있을때로 돌아가고 싶네요.
    어언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버려서...OTL
  3. 어엇.....그리고 보니 승환님도 블로그 새 단장 하셨나 봅니다..
    굉장히 산뜻 하네요....^^

    저는 스킨들을 완전히 분해 재조립하느라 이번 주말에야 정상 가동할건가 봅니다.
    벌써 제 가장 큰 주제인 트랜스 방송이 두번이나 지나갓는데 포스팅 한번 못하고 있네요...

    ㅜㅜ
  4. -.-;;
    서강대총학은 비운동권이 못잡았죠

    전통적으로 비권이 힘을 못쓰는데라 아예안나왔죠ㅎ

    아..서울시내 주요대학이 아닌가요?ㅋㅋ

    항상 잘보고있습니다 수고하세요
  5. 제가 사는 울산의 울0대학은 학생회장이 공금들고 날랐단 훈훈한 이야기도...( __);;
  6. 저라면 한 표 던졌을 것을...허허.
    때와 장소를 잘 못 선택하셨네요.
  7. 민트
    늘 누굴 찍어도 맘에 안드는게 현실.
  8. 제가 재학했던 학교에서는 '탈정치 작은 총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당선된 총학이 있었어요. 근데 총학은 세금을 안 걷고, 규제권이 없는데 도대체 뭐가 작아지는 걸까, 장학금을 덜 받겠다는 건가, 일을 덜하겠다는 건가, 하고 궁금해했어요. 근데 얘네 큰총학이더군요. 공약이 중앙도서관 앞 집회 전면금지였거든요. 어쨌든 그러더니 부총학생회장이 '개인 사정'으로 사퇴하더군요. 그래서 작은 총학이었던가 봅니다. 하긴, 그 다음부터는 일을 하나도 안 하더군요. 등록금은 그냥 학교측과 타협해서 올리고. 요새 총학들 보면 재미있어요. ^^ 아 더 재미있는 건, 총학인가 부총학인가 둘 중 한 사람은 철학과였다는 건데, 저만 재미있는지 모르겠네요.
    • 2008.11.09 19:19 신고 [Edit/Del]
      요즘 총학들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그걸 뽑는 학생들도 재미있지만...

      한국의 철학하는 양반들은 학을 타거나 철학을 위한 철학하는 놈들이 많은 듯 하긴 합니다.
  9. 비밀댓글입니다
  10. 일단 학교얘기만 나오면 머리가...
  11. 음... 학교를 워낙 안갔더니 선거하는줄도 몰랐습니다.
    복지 학생회라. 흐음...

    어제 문자 드린대로 다음 주 중에 만나요^^
    승환님이 수업에서 만났던 분이라면 깜놀이겠습니다.ㅎㅎ
  12. 제이
    학교이전을 추진하는 학교를 고소하겠다고 뽑혀두고선 발전적 (학교) 이전을 추진하겠다던 학생회도 있었죠.
    웃기게도 얘네가 "XXX" 학생회였는데 얘네 패거리가 "OOO" 학생회로 이름 바꿔서 나오니깐 또 당선되더네요. 요지경 세상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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