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블로고스피어는 '무림'이다나에게 블로고스피어는 '무림'이다

Posted at 2008. 12. 15. 19:42 | Posted in 불법복제 통신부
오랜 이웃 Freesty님Astraea님이 블로그 5주년이 되었다고 한다. 나도 이글루스 블로그 개설이 2004년 12월 1일이었으니 벌써 4년이 되었다. 모르고 지나갔다는 게 블로그가 나와 너무 동화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는 감동적 모임이 있어서 올해는 무얼 할까 생각했는데 사실 오랜 기간 교류한 분들은 꽤 뵌 것 같아서 딱히 모임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김선생님은 캐나다에서 외화벌이에 바쁘시고 충용무쌍님은 단백질 낭비에 바쁘시고 (언제쯤 정신차리시렵니까...) 여하튼 4년 기념으로 '나에게 블로그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다가 내친 김에 블로고스피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내 나름대로 내린 답은 블로고스피어는 내게 '무림'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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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뇬은 없다...

중국을 두고 흔히들 two-track이라는 말을 쓴다. 법과 제도가 지배하는 표면 외에도 그 외 전통 질서가 지배하는 이면이 있다는 말. 그러니까 그 내면에는 온갖 비공식 조직 - 이른바 삼합회라거나 - 이 판치는 건데 비단 중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법과 제도 속에 사는 동시에 명시화되지 않은 질서 속에서 살아간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유가적 개념인 인, 의, 예 등은 모두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가? 서구 사회도 신의 자리를 이성이 대체했다고 떠들어대나 여전히 절대적 존재에 대한 상정은 그 사상의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림'을 이러한 공간으로 생각한다. 흔히 무협지 이야기를 하면 무슨 하늘을 날아다니고 장풍을 쏘아대는 각종 무공을 흔히 떠올리는데 더 중요한 것은 법과 제도가 아닌 불문율이 지배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블로고스피어 역시 그렇지 않은가? 이 곳에는 정해진 룰이 없다. 그럼에도 불뮨율이 있고 그것을 무시하면 괄시받는다. 또한 이 곳은 다양한 캐릭터가 그대로 표출된다. 그 중 눈에 띄이고 능력 있는 캐릭터는 사람들의 이목과 발길을 끌어당긴다. 물론 소설과 달리 그 관계는 수직적이지 않고 수평받는다. 그럼에도 그 힘은 때로 수직상하적 관계 이상이다.

바깥 세상과의 묘한 관계 역시 눈에 띄인다. 무협지에서는 종종 제도권과 얽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제도권은 때로는 그들을 자기 밑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그리고 일부 무림인들은 제도권의 몰이해를 이용, 자신이 힘을 얻고자 제도권을 이용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제도권에서의 명함을 떼고 순수한 자기 역량으로 승부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제도권에서의 힘을 바탕삼아 무림에서 힘을 발휘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때로는 무림에서 한 몫 잡고자 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에 대한 무림인들의 거부감 역시 블로고스피어와 동일하다.

가장 결정적으로 무림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듯 블로고스피어 역시 혼돈의 공간이다. 그럼에도 이 공간은 제도권의 힘 없이도 나름의 균형을 이루며 때로는 발전한다. 그것은 무림 안에서의 변증법에 의해서이지, 외부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내부의 불문율은 조금씩 공고해지며 그것은 느슨하게나마 발전적으로 나아간다. 이것을 제도권에서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것은 그들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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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문제라고, 씨뱅아...

이런 생각으로 내 무림사를 살펴보니 처음 무림을 접한 게 초고수 deulpul님을 통해셔였다. 지금도 초고수로 군림하고 있는 deulpul님은 은 내게 동경 그 이상의 충격이었고 내게 서둘러 무림으로 나아가게끔 했다. 입문은 이글루스파에서 이루어졌다. 이 곳은 상당히 부족틱한 곳으로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서로간의 성장을 이끌어 주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원채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유입만큼이나 유출도 많아  은하님, Amnesiac님, 박경민님, 그리고 얼마 전 복귀하신 이재상님 정도만이 남고 초기 교류했던 무림인들은 이미 대부분 무림을 떠났다. 본인도 결국 1년 반을 넘기지 못하고 태터툴즈파를 거쳐 티스토리파로 오게 되었다.

그러나 이글루스파에 몸 담고 있을 시절 놀라운 일이 발생했는데 누추한 초가에 현 무림의 원 오브 킹왕짱 정파 초고수 inuit님이 왕림하신 것. 그것은 무지랭이 본인에게는 무림사는 물론 제도권 하에서의 삶까지도 뒤바꿀 놀라운 일이었다. 곁눈질로나마 inuit님의 초특급 무공을 익힐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지만 덕택에 고수들과의 만남이 줄줄이 엮였음은 더욱 큰 선물이었다. 고수들의 집결지에서 sanna님, 유정식님, 미래도둑님, 쉐아르님, 언더독님 등을 뵐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 觀에 너무나 큰 영향을 준 jean님까지도.

이 때를 즈음해 이글루스파, 네이버파, 티스토리파, 태터툴즈파 등이 분열되어 있던 무림은 몇몇 가교들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 블로그코리아, 올블로그, 한RSS, 믹쉬 등은 그간 흩어져 있던 무림인들을 한 군데로 모았고 이들은 어느 새 고수들의 자연스러운 경연장이 되었다. 이를 통해 각 분야의 고수들이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손윤님, foog님, 당그니님, capcold님 등 세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정도로. 이 밖에 내 관심 분야의 분들과도 쉽게 접촉할 수 있게 되었는데 덕택에 상하이신님, 바로바로님 등 중국 관련 무림인은 물론 몸은 멀리 있어도 강한 유대감을 가지고 있는 사파 중의 사파 유해 무림인들과도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무림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꼬꼬마 관료들과 장사꾼에 의해 장렬히 서거하신 lezhin사마의 뒤를 이어 사파 무림계의 지존으로 일어서고 계신 충용무쌍님은 본인으로 하여금 용기를 내고 사파의 기치 하에 일어나게끔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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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께서는 無羞惡之心 非人也 라 하며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라 하셨다.

그러나 고수보다 더 눈에 띄었던 것은 무림 그 자체를 바라보는 움직임들이었다. 현재는 은둔 중이신 지존 아거님의 수제자격인 민노씨는 그 누구보다 이 무림에 관심을 가졌던 분으로 역시 내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가 지금까지 무림에 대해 펼친 문제 제기만으로도 블로그 하나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그는 자기 자신이 하나의 가교가 되어 더 많은 문제제기들을 엮어내며 무림인들로 하여금 성찰의 기회를 갖게 했다. 그 덕택에 펄님, 너바나나님, 필로스님 등 더 많은 사람의 고민이 묶일 수 있었고 이 분들은 무림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좋은 제안을 내 주시며 풍요로운 무림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방향은 다르지만 buckshot님 역시 민노씨와 유사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정리가 되지 않을만큼 4년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여기서 다 다룰 수 없는 게 미안할 뿐, 너무 많은 무림인들로부터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았다. 지금 돌아보면 거의 김용 수준의 방대한 드라마를 써도 될 것 같다. 무림과 제도권과의 알력, 그리고 이 틈을 타 무림을 이용하려는 움직임, 무림을 단순히 돈벌이로 보고 이에 편승하려는 움직임 등 불만이 가는 일도 많았지만 무림은 언제나 그것에 유연하고 현명한 대응을 해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문제는 끊임없다. 그러나 제도권에서는 문제가 언제 제대로 해결된 적이 있었던가? 요 일년간은 완전 시대의 역행을 그리고 있지만 이에 비해 무림은 끊임없이 신흥 고수가 등장하고 기존 무림인들은 성장하며, 그리고 새로운 무림인이 끝없이 늘어나며 더욱 풍요로워지고 있다. 이런 공간에 몸을 담은 4년은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주장하는 것은 단순한 내 자기변호는 아니라 확신한다.

되도 않은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을 위한 블로그 4주년 이벤트

그간 본 책 굳이 방에 쌓아 놓기도 뭐 해 방출 좀 하겠습니다. 지금껏 세 번 이상 댓글을 남겨 주신 분으로 한해 주소와 연락처를 비밀글로 남겨 주시면 비록 제가 보던 중고 책이지만 그 분께 맞춰 발송하겠습니다. 쪼잔한 새끼야, 중고 책가지고 생색내냐... 라고 욕 먹는 게 겁나는지라 기분 땡기면 두세 권씩 보낼 용의도 있습니다. 뭐, 지식은 나누면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여하튼 배송비가 겁나 되도록 적은 분들의 지원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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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같은 변방의 듣보잡에게 고수라는 표현은 좀...
  3. 재미있네요... 불혹무림사에 제 닉이 등장하다니 감격이 흑흑...
  4. 너무 재밌게 읽다가 제 닉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저야말로 칩거중이라 ^^

    그나저나 이런 식의 분석을 어떻게 해야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경지라... 조만간 주류공간에서 이승환님의 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됩니다 ^^
  5. 정리가 되시는구나
    저는 정리가..........먼산.................
  6. 추천(??)한 블로그 하나씩 찾아가보면서 새삼 좌절했음. 난 뭐 하고 사는 거지 싶어지는구나~~~ㅠㅠ

    열공해야겠다!!
  7. 덕분에 들풀님을 제 기억에서 끄집어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4주년 축하드려요^_^
  8. 블질에 단순한 '~질'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분들이 저렇게 많다는 사실에 충격 받았습니다. 아..그냥 디씨질 3년이 지루해서 마교 "녹색콘돔파" 에 투신해 찌질거리고 있는 제 블질이 한스럽습니다.
  9. 낙타등장
    나에게 책을 넘기라~
  10. 4주년 감축드립니다.
    근데 청소년 유해사이트의 기념이벤트가 너무 건전한거 아닙니까? ㅎㅎㅎ
  11. 덧말제이
    그래서 지원은 안 합니다.
    어쨌거나 축하드려요~ :)
  12. 이 포스트를 처음 본 순간 느낌이 "득템했다!!"
    좋은 링크 소개 감사합니다.
    리더기에 추가할 링크가 한 무더기군요 ^^
  13. 저를 포함시켜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2008년 마무리 잘 하시고, 2009년도 행복하십시오.
  14. 정말, 완전 적절한 비유라는 생각이네요.
    4주년 축하드리고요, 승환님도 어느 새 중견 무림인. 크후후후.
    연말 잘 보내시고요- :)
  15. 멋지십니다..+_+ 이제 5개월차에 접어드는 초보에게 이런 멋진...!!! +_+
    저도 4년이 지난후에 기념포스팅을 하면..포스팅이 A4 10장짜리 수다로 나오지 않을까..쿨럭..ㅋㅋ

    즐거운 하루 되세요 승환님@!!!
  16. 대야새
    아 덧글이 미달이라 안되는군요 ㅋㅋㅋ
    축하드립니다..
    토욜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17. 승환형님, 올것이 왔습니다.
    릴레이 바톤 넘깁니다. 격물치지님=>이누잇님=>쉐아르님=>저=>승환형님이 되는 겁니다.
    열심히 고민하시길.
  18. 비밀댓글입니다
    • 2008.12.18 00:54 신고 [Edit/Del]
      ................. 엄친아셨군요.
      그보다 충용무쌍님과의 만남이 토요일날 있습니다. 카페 정모라 참석은 힘들 듯하고 언제 한 번 유해 블로거 모임도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 2008.12.18 11:53 [Edit/Del]
      좋겠네요. 저는 이제 그런데 나가고 싶어도 나이가 넘 많아서 쪽팔려 잘 못나갑니다.^^
  19. 역시 엄청난 컨텐츠 생산력! 대체 그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어디서 샘솟는 것입니까.
  20. 호오.. 호랑이 떠난 무림에 여우들이 날뛰었군요.

    capcold님의 말씀을 실행에 옮겨볼까 생각중입니다. -_-;
  21. 연말이 되니 축하드려야 될 분들이 많네요~
    4주년 축하드리고 내년에는 좀 더 멋진 글을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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