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뻘짓의 변증법'진중권의 '뻘짓의 변증법'

Posted at 2009. 1. 20. 15:26 | Posted in 없는게나은 정치부
백분토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처음이었다. 원래 잠깐만 봐도 답답하고 화가 나서 돌려 버리는데 이번에 김우재오빠가 쓴 글을 보고 쓰잘데기 없는 사명감에 끝까지 보았다. 평소보다 두 배 쯤은 화가 나고 답답했는데 이 허접한 글을 위해 끝까지 본 내게 김우재님은 상장이라도 수여하길 바란다. 아니면 미국에서 뭐라도 부쳐 주시면 좋겠는데 생각해 보니 세계화의 영향으로 못 사는 물건은 없는 것 같다. 달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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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 초딩이나 돈 가지고 장난하는 것은 같은 듯;;;

결론을 말하면 전원책이 이겼다. 전원책이 참보수인지 뭔지는 몰라도 이 사람은 자기 가치에 기반한 논리적 정합성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 반면 진중권은 내내 같은 소리만 반복하며 논점을 흐리며 자폭했다. 난 백분토론 내내 진중권이 거슬리더라. 솔직히 이번 패널들은 진중권 빼면 꽤 생산적인 이야기를 했다. 다들 자기 포지션이 뚜렷하고 적어도 논점 이탈은 드물었다. 그런 경우도 있었으나 손석희가 잘 잡아 주었다. 그러나 진중권은 타인의 주장에 반박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펼치다 보니 논점 일탈만 낳았다.

이 날 패널들의 입장을 대충 정리하면 이러하다.

전원책 : 미네르바가 이미 '충분한 영향력'을 지녔고 그 상태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했으므로 이에 대해 유죄로 볼 수 있음. 단 정말 미네르바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사실 관계를 밝히기는 매우 힘듦.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법은 매우 추상적이지만 이에 관해서는 수많은 판례들이 있고 이를 기반으로 사실관계를 파헤쳐 수사에 임해야 할 것. (매우 보수적 사상에 기반하나 접근은 조심스러움)

경영대 교수 : 미네르바가 허위 사실 유포를 통해 외환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사실 관계를 밝히기는 매우 힘들지만 평년에 비해 올해 동시기, 미네르바가 12월 29일 국가의 공문 관련 글을 쓴 후 약 30분간 유독 개인간 외환거래가 많았음은 주목할만한 사실임. (사실 별 도움은 안 되었던 양반이나 미네르바의 영향력과 연관지을 '수도 있는' 팩트가 존재함을 언급한 정도)

법대 교수 :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부분의 해석이 매우 힘들기에 쉽사리 법의 적용을 해서는 안 됨. 또한 '허위 사실 유포' 역시 그 해석 여지가 불분명하기에 함부로 형의 집행을 해서는 안 됨. (다소 진보적 포지션이지만 그것을 정답으로 이야기하기보다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요구)

진중권 : 그 어느 언론도 미네르바 때문에 환율이 흔들렸다는 이야기는 없음. '목적'이 어떤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음. 때문에 법의 적용은 잘못되었음. (신문기사를 줄줄 읽는 게 많았음, 주장은 위가 거의 전부)

전원책이 '사법부 흔들기'라는 말까지 써가며 법원을 존중하자고 말하는 것은 내가 가진 가치상 못내 거슬렸음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원책은 끝내 '구속이 올바른가/잘못된 것인가'에 대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되 왈가왈부는 삼가하고 '미네르바의 행위가 위법인가/위법이 아닌가'라는 문제에 포커스를 두었다. 그러면서도 미네르바 구속 수사가 법원과 정부의 뻘짓이라 비판함을 볼 때 그가 자신의 판단력마저 내버린 수구꼴통이 아닌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전원책이 비록 꼴페미를 짓밟으며 (상대가 꼴이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하여간 백분토론은 패널 설정에 문제가 많다) 마초계의 거성으로 희화화되지만 절대 만만한 양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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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 대인배 전거성님

나는 그의 이러한 문제 설정이 매우 좋다고 생각했는데 첫 번째 문제에 대한 입장은 가치판단이기에 전원책의 생각이 거슬릴지언정 이를 가지고 토론의 도마에 놓음은 다소 소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여기에 대해서도 상당히 제한적인 주장을 펼쳤다. '미네르바의 행위가 위법이다'가 아닌 '미네르바가 위법일 수 있으며 여기에 수사가 필요하다'였다. 그리고 이의 근거로 '미네르바의 영향력이 작지 않았고 본인도 이를 인식했다는 것', 그리고 '목적'을 알기 힘들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의 추상성은 피할 수 없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미 수 많은 판례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진중권은 전원책의 논리에 맞서지 않고 자기 논리만을 펼쳐 나갔다. 상대방에 대한 대응이 아니란 점에서만도 이미 토론으로서는 실격인데 그의 주장을 따르면 더욱 토론이 안 된다. 전원책과 경영대 교수는 비록 힘들겠지만 주어진 팩트를 가지고서라도 수사를 진행시키자는 이야기인데 진중권은 정확한 인과관계를 밝힐 수 없다고 위법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한계는 당연히 어디에나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진중권의 말에 따르면 모든 법은 무용지물인가? 오해를 피하기 위해 당부하지만 전원책의 주장에 옹호하는 게 아니다.

'목적'에 대해서도 진중권은 그저 사전적으로 받아들이며 머리 속을 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반복한다. 신문 기사는 무지하게 스크랩했던데 난 당최 그게 무슨 근거인지 알 길이 없다. 그 어느 언론도 미네르바에게 책임을 몰지 않았음이 미네르바에 책임이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논증이란 무근거를 수집한다고 해서 그 반증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정확한 근거를 통해서 성을 쌓아 올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오히려 진중권의 그 자료들은 한 잡지에 미네르바에 책임을 돌리는 글이 있다는 경영대 교수의 말로 무너질 수 밖에 없는 모래로 쌓은 성에 다름 아니었다. 짐바브웨 관련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진중권은 세계에 보편적인 인권이 있고 표현의 자유는 그 중 하나임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짐바브웨를 끌어들임은 신문 스크랩과 큰 차이가 없다. 전원책의 비판대로 한국 현실을 이야기하고 그것에 현재 법안이 적절한지를 언급함이 더 타당하고 신뢰감이 있다. 내가 가끔 농담삼아 하는 말이 '이 법은 북유럽 국가는 다 있다'와 '이 법은 아프리카 소말리아도 있다'인데 어느 쪽도 신뢰감과는 거리가 먼 근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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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짐바브웨는 얼마 전 이억오천만달러(...) 지폐를 발행하기도...

이러한 방식의 토론 자세는 그야말로 아마츄어가 프로 무대에서 현실을 무시한 채 약간의 상식에 근거해 우기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런 식으로 나아간다면 목적이라는 말이 언급되는 모든 법은 적용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전원책과 법대 교수는 이에 대해 진지하게 법의 해석학 등을 이야기하며 어떻게 해석해 나아가고 적용할지를 이야기한다. 비록 법대 교수가 좀 점잖고 전원책이 흥분해 토론이라기에는 좀 말을 자주 끊기도 했다. 내가 이 토론을 보며 가장 아쉬웠던 점도 법대 교수가 말할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한 점이었다. 어쨌든 이들은 서로의 주장에 대해 논박하며 논쟁을 했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은 가치관 차이는 명확할지언정 잘못된 주장이라 쉽사리 말하기는 힘든 그것이었다.

사실 내가 예전부터 진중권을 다루며 쓰려 했던 글이 있다. 제목까지 지어 놓고도 귀찮아서 쓰지 않았는데 제목인 즉 '뻘짓의 변증법'이다. 무슨 말이냐면 진중권은 항상 병신들이 뭐라 깔작대면 거기에 대해서 비꼬며 반박할 뿐이지, 뭔가 전문적인 부분, 혹은 올바른 토론에 있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토론은 진중권의 그러한 문제점을 심하게 드러내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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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진중권의 태도가 내내 맘에 들지 않았던 반면 솔직히 전원책에게 약간 감동받았다. 특히 사이버모욕법에 대해 '표현의 자유' 만큼이나 '권리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입법 만능주의'를 피하기 위해서도 입법에는 반대하고 실명제를 확대하되 익명성의 공간은 그 나름대로 보호하자는 주장은 역시 내 취향은 아니지만 올곧은 보수라는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반해 진중권은 '디지털 공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하며 (틀린 이야기는 아닌데 그렇게 따지면 진중권의 법에 대한 이해가 몇 배는 부족했다) 맘만 먹으면 실명제 없이도 얼마든지 다 잡을 수 있다는 데 이건 사실은 아니다. 최진실 등이야 워낙에 크게 터지고 또 자기 집, 회사에서 글 쓰고 했으니 잡히지, 작정하고 먼 동네 PC방 가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이거 때문에 PC방에서도 실명으로 떠들어야 한다. PC방서 뻘짓하면 잡혀간다(물론 야동은 봐도 된다...)

여하튼 내가 봐도 진중권이 글 웃기게 쓰고 잘 비꼬는 건 인정한다. 백분토론도 참가하려는 사람이 없어 진중권 우려먹는 거겠지만 본인도 좀 알아서 자중함을 배웠으면 한다. 내용은 없이 그저 비꼬기만 하면서 선동질 해봐야 자기 편만 신나지, 생산적 토론은 조금도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진중권이 무지하게 영리한 인간이기에 진중권은 이를 이미 알고 무언가의 토대로 쌓으려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알고 하고 있다면 분명 문제가 있고 (자기 인기 외에 무엇이 생길까?) 이것조차 모르고 나다닌다면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ps. 그건 그렇고 패널이야 그렇다 치고 시민논객들이 더 답답했다 -_-;
  1. 홍기빈씨가 번역한다는 폴라니의 <거대한 변환>이 출간되면 그대에게 두권을 선물할테니 나에게 한권을 부치시려오? 소포값이 한 20만원 할거요. ㅋㅋ 농담이고 폴라니의 책을 구하려 몇달을 발버둥쳐봤자 헌책방에도 안나오고 답답하던 참인데 홍기빈씨 책이 나오면 제거 주문하는 김에 한권 주문해 바치겠스니다. 그때쯤해서 주소 견적뽑으려니 준비하고 계시오. 이글을 읽으니 내 글이 뻘글이 되는 듯한 느낌인데 여하튼 상이라기보단 한수 배우고 가오. 존경하오. (__)
  2. 진중권이 이번에는 별 재미를 못봤군요. 역시 자기 영역을 지키는게 중요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비꼬기야 잘 하지만 전문영역에 들어가면 딸리지요. 도올이 요한복음 강해하는 거나 마찬가지라 할까요?

    항간에 진중권의 발언만 쏙 빼어 진중권이 기독교를 시원하게 비판했다는 그 동영상도, 토론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 토론의 전체 내용에 버무려지는게 아니라 자기 주장만 한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성공회 신학교의 교수 한분이 더 발군의 토론 실력을 보여주었죠. 진중권의 약발도 이제는 효력이 떨어질려나 봅니다.
    • 2009.01.21 13:27 신고 [Edit/Del]
      진중권이 지금까지 뜰 수 있었던 이유가 이 나라가 비상식적인 사회였기 때문인데 상식적 멤버들이 나오니까 되려 논의가 뒤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전원책이 미리 대통령과 검찰을 까버리니 말을 빼앗긴 느낌으로 좀 붕 떠 버렸다는... 진중권의 약발이 떨어지려면 사회가 상식적으로 돌아서야 하는데 이번 용산 시위를 보니 그러려면 꽤 시간이 필요할 듯 하네요.
  3. intherye
    사실 띄엄띄엄 음주시청했는데- ㅋ

    "악법도 법이냐" vs. "악법도 법이다"
    두 입장 사이에 딱히 토론할만한 꺼리가 별로 없긴 하죠. 둘 다 옳은 소리이기도 하고요. 그냥 우당탕쿵탕쿵탕만 하면 될 듯...한데, 기왕이면 남 보기 멋지게 우당탕쿵탕쿵탕 하는 것도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진중권의 "신문읽기" 역시 나름의 취지에서는 적절했다고 봅니다. 즉, "20억달러 손해봤쪄엄 뿌우" 논리가 사후 합리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아마도 유일한 방법이었죠. 다른 어떤 방식이 더 적절했을지 저로서는 떠올릴 수가 없네요.

    "그나마 있던 짐바브웨도 얼마 전에 폐지했음 ㄳ" 역시 "악법도 법이냐" 입장에선 충분히 꺼내볼만한 카드였구요. 끝에 "그런 법이 있는 나라가 있습니까?" 등등 자문옆답으로 이어지는, 이런 식의 '다른 나라 눈치보기'는 제가 아주 좋아하는 토론의 근거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체제를 무에서부터 쌓아올릴 필요가 없는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는데 써먹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지요.

    진중권이 보여준 것은 법적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나와서 펼칠 수 있었던 우당탕... 공격의 최대치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잘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한 거죠. 진중권에게 법 공부 하고 나오라고 나무랄 생각은 없습니다.
    • 2009.01.21 13:31 신고 [Edit/Del]
      제가 음주시청했으면 PC를 엎어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_-ㅋ

      말씀하신 부분에 일정 정도 공감은 하지만 진중권이 좀 포인트를 못 잡았습니다. '악법도 법이다' vs '악법도 법이냐'라는 문제 설정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법을 그대로 적용하면 무죄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좀 몰고 나아갔거든요. 그러다보니 판례 등을 이야기한 전원책과 해석학을 이야기한 법대 교수의 주장에 비해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짐바브웨는 후진국을 이끌어오면서 이야기한 예였는데 시간 단축 면 외에 큰 의미가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나라의 사정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한국 사정과 비교해 어떠한지를 이야기했으면 좋았을텐데 (전원책이 끊었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미 세계에서 무시하는 법을 왜 채택하는가를 이야기하는 정도로 그쳤고요. 더군다나 전원책은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하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토론 상대를 앞에 두고 엉뚱한 곳에 총을 갈긴 격이 되었지요. 수구꼴통을 겨냥했지만 전원책은 극보수일지언정 수구꼴통은 아니었거든요. 이러한 점에서 이번 토론에서 진중권은 아쉬운 점이 꽤 많았습니다.
  4. 오정일
    승환아 취업 축하한다!!!
  5. 30평생솔로
    매번 눈팅만 하다가, 머리아픈 글은 패쓰하다가,
    댓글에서 수령님 취업을 축하하는 메세지를 보고,
    처음으로 댓글 남깁니다.

    취업 축하드립니다 ...

    근데, 감히 어버이 수령님을 고용한 간큰 회사는 어디???
    • 2009.01.21 13:32 신고 [Edit/Del]
      감사드립니다. 30평생 솔로라니 마음이 너무 아프군요. 이제 왼손 마우스가 장착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취업 문제는 차후에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6. 민트
    안봐서 딱히..너무 늦게 해서 보기 힘들어욥.
  7. 저도 안봐서, 그래도 댓글은 남기는 센스? 막 이러고...!
    서른번째에, 취업을 축하드린다는 말씀과 함께~ (우후~ +_+)
    백분토론 보다가 몇번 숨넘어갈뻔한 이후로 정신건강을 위해서 안보려고 하는중입니다. -_-;; (이번거는 어둠의 경로를 뒤져야겠다는 생각이..쿨럭..-__-)
    짤방샷에 기절하게 웃겨주셨으니! 감사합니다. ㅋㅋ
  8. 형, 취업 하셨군요! 역시 잘 될 줄 알았습니다. 감축 드립니다.ㅎㅎㅎ
  9. 취... 취업~!! 양지로 떠나시는군요...
    축하드립니다~!! ੦ܫ੦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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