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TV에 대해 비판해야 할 부분우리가 TV에 대해 비판해야 할 부분

Posted at 2006. 6. 30. 18:47 | Posted in 예산낭비 문화부

깔때기 - 뿅망치, '브라운관 잔혹사'

티비를 거의 보지 않는 편이지만 한국 티비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이 쇼프로에서 조금이라도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언행이 나온다면 그것을 문제삼는다는 것이다. 가운데 손가락 장난으로 한 번 들었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일상에서는 애교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약한 수위의 욕설도 문제가 된다. 그리고 곧이어 기다렸다는듯이 형식적인 사과가 이어진다.

난 이러한 재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우선 왜 이러한 행위에 재제를 하는 것인가? 우선 공중파니까 무조건 최소한의 격식을 지켜야 한다는 당위는 젖혀두자. 외국 프로그램에서는 힘좋은 정치인, 기업인도 대놓고 씹어도 별 탈이 없다. 물론 이 '문화' 내지는 '당연시'가 티비에서의 표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가장 큰 이유이겠으나 과연 이것이 옳은지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티비에서의 표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로 시청자들이 불쾌감을 느끼기에 표현에 제재를 가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경우는 어차피 알아서 시청률이 내려가주니 무시해도 좋을 듯하다. 이번에 무한도전이 토고전을 소재로 삼으며 자멸한 것은 두고두고 씹힐만큼 아주 좋은 예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와 다른 중요한 이유로 티비에서 나온 행위나 발언에 시청자들이 악영향을 받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티비에서 나온 행동을 모방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문제삼는다면 오히려 쇼프로보다는 드라마나 영화가 그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 옳다. 드라마를 보면 불륜을 멋지게 미화하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다. 영화들은 폭력을 미화하는 게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픽션임을 밝히기 때문이다.

쇼프로그램 역시 일정부분 애드립을 허용하나 사실 상당부분 대사를 짜맞추고 한다. 물론 쇼프로가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리얼함을 내세우며 실제 그러한 요소가 섞여있는 것을 부정할수는 없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문제삼는 행위들은 대부분 우리 일상에 비하면 한없이 미미한 경우가 많기에 모방 등 악영향에 대한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물론 인터넷 용어 남발 등은 모방을 우려해 어느정도 규제할 필요가 있겠으나 이는 조금 주제에 어긋나므로 다루지 않겠다.

하지만 조금 장기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이도 전혀 무시할 요인은 아닐듯하다. 예로 쇼프로에서 과격한 행위들이 남발하면 어린아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러한 행위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그것이 그들의 인지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쇼프로가 아직 이 정도 수준까지 왔는지는 의문이다. 좀 웃기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짱구는 못말려'가 어린이 만화시간대에 방영되는게 더 악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장기적 영향을 생각하면 이러한 표현보다 더 위험하다 생각하는 것은 티비에 너무 많고 우리는 그 쪽으로 비판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지금은 괜찮은 편이지만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너 죽여야 나 산다 식으로 흐르며 문제가 될테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했던 드라마와 영화는 불륜과 조폭이 가장 많은 소재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소재를 미화하는 일도 장난 아니게 많다. 이에 비하면 위에서 언급한 쇼프로는 적어도 미화는 하지 않는다. 그저 웃자고 하는 짓이니까.

덤으로 티비는 완전 인물 잘난놈 아니면 자리에 들어서지도 못할만큼 외모 중시를 아주 대놓고 한다. 정말 외모 쿼터제 시행하고 싶을 정도다. 좀 떨어지는 외모의 특화된 캐릭터도 있지만 그것을 통해 적당히 웃음거리로 만들고 그런 케이스도 있다는 것 통해 감동도 좀 주려고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그 수는 적다. 그나마 이런 애들도 대부분 개그맨이고 개그맨들도 신예로 갈수록 인물이 빵빵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문제들은 제기되지 않는다. 눈으로 드러나는 폭력과 언어가 아니라 그런가보다. 그러나 정말 두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군대가 두려운 것은 대가리 박게 하고 걷어차서가 아니다. 그러한 규율이 몸에 베어버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당장은 모르겠으나 티비에서 조폭이랑 불륜을 미화하면서 아이들은 그것에 대해 도덕불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외모 중시한다고 해서 누구 하나 얼굴에 금 갈 일 없다. 그러나 마음에 금 갈 일은 더럽게 많아진다.

한국인들의 티비 시청시간은 하루 세 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즉 우리는 하루 활동시간의 1/6 가량을 티비에 소진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티비가 워낙 수동적인 매체인만큼 우리는 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티비에 제기해야 할 문제는 사소한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좀 더 은밀하게 사회의 모순을 키워나가는 구조적인 문제여야만 한다.


ps.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좀 어떻게 했으면 하는 프로그램은 '만원의 행복'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은 연예활동시간동안 절약을 강요당한다. 그리고 그들이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즐거워한다. 그러나 이것은 괴로움보다 여흥이었을 뿐, 연예인들은 집으로 돌아와 다시금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즐긴다. 그러나 그들이 돈장난하는 그 만원이 없어 밥을 굶는 아이들이 있다. 티비는 돈으로 장난 하지말고 정말 굶주린 아이들에게 한번이라도 시청자들의 이목을 모아주었으면 한다. 입장바꿔 생각해봐라, 굶는 애들 입장에서 정말 속 찢어질거다.

  1. 엉뚱한 얘기지만 전 TV에서 국정홍보처 광고를 안 봤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_-. 2%의 국민으로부터 98%의 국민을 지키니, 국민이 신명나면 경제가 얼쑤니, FTA가 새로운 미래로 가는 길이니, 국민연금이 아주 좋은 정책이라니 하는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손발이 오그라듭니다-_-.

    P.S. 픽션을 문제삼지 않는다는 점에서 살짝 놀랐습니다. 그만큼 빠른 수용으로 이어지지 않나 해서입니다. 섹스 앤드 더 시티 등 미국시트콤이 20~30대 한국의 성인여성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상당하는 여론조사를 본 기억이 있는데 말이죠.
    • 2006.07.01 15:14 [Edit/Del]
      하하, 저도 그거 봤습니다. 생각이 어떻던 너무 광고가 일방적이라서 맘에 들지 않더군요, 국민연금은 그렇다치고 FTA 분위기가 심히 희망적이덥니다, 힘 없는 나라인데 시키는대로 해야죠 뭐 -_-;

      확실히 픽션도 문제삼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동감합니다. 실제 한국인들의 정서가 드라마에서 많이 온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디서 통계하나 잡으면 재미있을 것 같군요 ^^
    • 2006.07.01 15:33 [Edit/Del]
      그리고 무플의 굴욕 막아주셔서 감사합니다 -_-
    • 2006.07.02 10:00 [Edit/Del]
      어제는 저 나름 감정의 과잉상태라 좀 격한 리플을 달았다가 지웠었습니다ㅠ_ㅠ 혹 보셨는지요?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ㅠ_ㅠ
      먼저 저는 승환님께서 현정부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저는 최근 인터넷 신문기사를 뒤져가며 현 정부(97년 이후 DJ-노무현으로 이어지는)의 성격과 정책목표가 무엇인지 정리하는 작업을 하는 중입니다. 나름 중간정리가 어느정도 되어가고 있는데 승환님께서 현정부를 어떻게 보시는지를 듣고 참고하고 싶습니다.
    • 2006.07.03 01:19 [Edit/Del]
      아뇨, 무슨 -_-; 어차피 못 봤는데 -_-;
      그보다 정말 아는 게 없어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조금 더 내공을 쌓고 현실을 파악하려 생각중이니 용서를, 자비를 ㅠ_ㅠ
  2. 만원의 행복은 초창기땐 평범한 시민이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멀쩡한 사람을 현대판 스크루지로 만들어놓더니 이게 어느순간 연예인으로 대체되더군요.
    소비를 현명하게 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공유하는 것이 아닌 무조건 안써야 한다는 무식한 방법으로 강요를 하는 그들의 방식이 싫어 안보게 되는 프로그램이에요.
    • 2006.07.03 01:20 [Edit/Del]
      아, 그랬던 시절도 있었군요 -_- 일반시민이 하면 그나마 괴리감은 덜할 것 같아요. 현재 만원의 행복은 그냥 연예인들 좀 괴로워하면 그거 즐기는 것 같아요. 괴롭히려면 좀 확실히 괴롭히던지 -_-;;;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