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택은 올바를까?나의 선택은 올바를까?

Posted at 2006. 7. 4. 01:22 | Posted in 수령님 사상전집
 심리학에서 '일관성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일단 한 번 선택을 하고나면 사람들은 그 선택에 대해 옳다고 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그르다고 하는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이러한 성향을 가지는 당연한 현상이니 무조건 배척할 것은 아니겠다. 이러한 고집이 없는 것은 역으로 줏대가 없다는 이야기도 되니까. 하지만 이가 지나친 경우 독선으로 흐를 수 있으니 매우 주의해야 하는 현상이다.

한 학기가 거의 마감되는 시점에서 내 선택이 옳았는지 돌아본다. 내 스스로는 옳았다고 생각한다. 그 성실성에 문제는 있었다만 일단 정치학과 경제학의 발판을 놓았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얼마나 그 기초를 돈독히 하고 사고의 틀을 마련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내가 원하는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라는 이 말, 이것은 어쩌면 나의 믿음에서 온 것이 아닐까? 오늘도 경제학 교수님께 잠시 상담을 했다. 짧은 시간동안 앞으로 어떻게 하는 게 옳을지 많은 조언을 얻으며 나름대로 내 선택이 옳다고 확신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경제학 교수님이 경제학을 일정이상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도 되도록이면 깊이 있게 해야 더 큰 시각을 기를 수 있다고 말이다. 마찬가지로 정치학 교수님이 정치학을 공부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하다.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면 철학을 중시하고 사학을 공부한 사람이면 사학을 중시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나는 나 자신의 관점을 중시한다.

내 입장이 과히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학부생활은 이제 일년밖에 남지 않았으며 여전히 학비와 생활비 문제에 시달려야 한다. 남은기간 정치학은 어거지로 학부과정을 이수할 수 있으나 경제학은 사실상 독학에 많은 부분을 의존해야 한다. 이 과정 속에서 그 동안 꾸준히 해 온 독서와 시사를 상당부분 버려야 한다. 독서에 매진하며 이미 시사를 읽는 눈을 많이 잃어온 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상당한데 이제 겨우 상당히 스킬이 정립된 독서도 멀어져야 할 것을 생각하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솔직히 앞으로 경제학을 계속 공부한다면 거의 모래를 씹는 기분일 것이다. 미거시에 국제경제를 닦아 시각의 틀을 정립할 때까지 많은 현상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기로 생각하고 하는 공부이기 때문이다.

오늘 간만에 경제학을 공부하는 후배를 만났다. 미국 유학을 꿈꾸며 수학과 경제학을 파고드는 영특한 놈이다. 버스정류장에서 헤어지며 녀석이 한 말이 상당히 기억에 남는다. '형은 그냥 특출난 부분이 있으니 그 쪽으로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옳은 말이고 고마운 조언이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이 고집을 놓을 수 없는 것은 내가 언제나 내세우는 그 주장의 정당성 때문일까, 아니면 일관성의 법칙 때문일까? 사람의 생각을 숫자로 정확히 계산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일반적인 경우를 생각해본다면 일관성의 법칙이 나를 상당히 지배하고 있다는 판단이 좀 더 확률적으로 정확하리라.

하지만 여기서 길을 되돌리기보다 그대로 걸어나가는 게 올바른 선택이 아닌가 한다. 이제껏 내가 나 자신의 길을 긍정한 것은 결국 일반적인 길로 일반적인 성공에 이르기보다 장기적으로 더 큰 것을 얻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다시금 길을 되돌린다는 것은 설사 더 높은 지위를 얻더라도 내 삶을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 삶을 긍정하는 것은 이와 대립하는 다른 길을 부정하는 길이었을테다. 이러한 길을 걷고서 이제와서 한 수 물린다는 것은 조금 비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자신의 선택은 핑계나 타협이 아닌 그저 자신의 삶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실패하여 그 때 뒤늦게 되돌린다면 그것은 최소한 후회의 기회라도 주어질 것이다. 후회는 자신에게 충실한 이들의 특권이다. 실패하고 후회하더라도 스스로에게 충실하지 않은 삶보다는 나을 것이다.  

한 랍비가 청년에게 이야기했다.
"자네가 어떻게 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네."
청년은 랍비에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세상 역시 저를 바꿀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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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크.. 마지막 문단 캐공감.
    중문과라고 하신 것 같은데 정치학에 경제까지 끌고 가시는군요. 저는 전공 하나도 관리 못하는 데-_-
    • 2006.07.04 17:54 [Edit/Del]
      제 전공 점수를 보면 놀랄겁니다 -_-
      그건 그렇고 일년 남았는데 아직도 20학점 넘게 남았군요 -_-
      이런 경우를 보고 오지랖이 넓다고 합니다.
  2. 결국은, 믿고 가는 것밖에 별 수가 없고
    믿어야 가능성이 있단 말이에요..
    버려야 하는게 생기고, 부담되는게 있어도
    아직 형과 제 나이엔 실패할 수도 있고 그래도 되는거며
    어쩌면 그게 필요한 것도 같아요.
    물론 일정량 이상의 노력을 들인 후의 실패가요.
    • 2006.07.04 17:54 [Edit/Del]
      믿어야 가능성이 있다는 데는 동감합니다.
      그런데 실패할 수도 있고 그래도 되는거며 필요하다고 하다보면...
      저처럼 되어버립니다 -_-
  3. 해성
    '상당히 스킬이 정립된 독서'와 '시사를 읽는 눈'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것이 궁금할 따름입니다.(말로 되는게 아니예요? 그럼, 그림으로 보여주세요.ㅋ)

    이 글을 보니, 대학 1학년때가 생각이 나는군요.
    '나는 공부하러 학교에 왔다.'를 쇄놰시키다가 '학점따러 왔다'를 쇄놰시키다가, 이제는.. '졸업하러 왔다'를 쇄놰시키다가 종국엔 '취업하러 왔다'가 되어버린....;;


    블로그요?
    흐흐흐-
    님처럼 글 잘쓰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데, 저같은 중생이 블로그 만들어 그걸 자기위안으로 삼기에는 (제가)너무 커버렸단 말입니다...
    • 2006.07.04 17:56 [Edit/Del]
      앗, 그건 제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거에요 ㅠ_ㅠ 괜히 썼다...

      전 1학년 때는 놀자, 마시자...
      2학년 때는 놀자 마시자...
      3학년 1학기 때도 놀자, 마시자...

      지금은 '졸업은 하자'로 목표상향변경을... -_-;
  4. 이방인
    "자신의 선택은 핑계나 타협이 아닌 그저 자신의 삶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너무 멋진 말입니다.
  5. inuit님의 상담을 받아보심이 -_-;;
    으음. 일단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하면 답이 나올거 같은데요..저는 목적이 안잡혀 있어서 아주 답답합니다.
  6. 덧말제이
    그 청년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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